안락함·높은 연료 효율…체감 만족도는 부족
택시 운행에 걸맞는 인프라 부족…업계 외면 이어져
택시에 적합한 전기차 차종 개발 ‘시급’
[이넷뉴스] 시간이 촉박할 때 의례 생각나는 대중 교통수단은 택시다. 나만을 위한 목적지로 바로 향한다는 점에서 택시의 매력은 다른 대중 교통수단을 능가한다. 하지만 택시의 이러한 장점이 친환경 시대에는 단점으로 꼽혀왔다. 그렇지 않아도 매연으로 가득한 도심에 1인 1택시는 그야말로 에너지 낭비의 최고봉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혀왔던 택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지급하며 친환경 전기택시 보급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실제 전기택시를 타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 전기택시의 매력 느끼고픈 시민들
여의도에 위치한 중견기업에 근무중인 이 모(42세)씨는 얼마 전 퇴근길에 우연히 탑승한 전기택시를 탄 후 그 매력에 빠져 버렸다. 그는 “새 차라 그런지 깨끗한 실내환경과 전기차만의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며 “기본요금도 일반 택시와 똑같아 안 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를 절약하는 길이 곧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에너지 절감 정책의 중심에는 대중교통이 있다. 특히 택시의 경우 지극히 개인적인 교통수단인 데다 일반 승용차보다 하루 주행거리가 7~13배 길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면서 연료 효율성까지 높은 전기택시로의 교체는 필수가 됐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안락함 외에 전기택시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 전기로 운행되기 때문에 미세먼지나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일례로 전기택시 1대를 도입할 때마다 21.224tCO2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 만약 300대를 도입하면 약 6,367tCO2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반 차량 대비 높은 경제성도 장점이다. 전기택시의 경우 하루 운행 시 연료비가 약 7,000원으로 연료 효율이 일반 차량에 비해 월등히 높다. 게다가 연료비 절감을 통한 투자비 회수기간이 기존 LPG 차량 대비 20% 이상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같은 장점으로 인해 서울시는 약 10년 전 ‘전기차 마스터플랜 2014’를 마련하고 서울에 전기택시 목표수량 1,000대를 비롯해 전기버스, 전기 승용차 등 전기차 3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동시에 충전시설을 차고지 위주로 확보하고 2014년까지 공공시설에 5분만에 충전 가능한 급속충전기 126대를 포함해 8,000대 이상의 전기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의 지자체는 매년 친환경 전기택시 보급을 위한 지원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에 비해 전기택시를 도로 위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천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근하는 강 모(35세)씨는 “홍보에 비해 전기택시 보급률은 현저히 떨어지는 느낌”이라며 “사실 도로에서 전기택시를 본 기억도 없다”고 지적했다.
◇ 현실과 이상의 괴리…택시업계 ‘외면’으로 이어져
전기택시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에서는 전기택시 구입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는 전기택시 보급 계획안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작년 전기택시 700대 보급을 목표로 세웠고 그 중 445대를 보급했다. 올해는 300대에 대한 구매보조금을 2차에 걸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년 대비 목표 수량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
특히 작년부터는 차종 구분 없이 택시로 운행 가능한 모든 차종으로 지원이 확대돼 택시회사의 선택권이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택시업계의 외면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으로 내려가도 마찬가지다. 대구시의 경우 신규 전기택시는 2018년 182대, 2019년 118대, 2020년 97대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기택시가 외면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택시 운행에 걸 맞는 인프라 구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택시 근로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택시 수량 확대와 지원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
예를 들어 전기택시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7~8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급속 충전기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약 40분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급속 충전기수마저 모자라다. 2020년 12월 기준 서울시내 급속충전기 수는 약 789기. 그러나 이 급속충전기는 택시 전용이 아니어서 약 2만 4,000대의 전기차가 나눠 써야 하는 실정이다.
영업시간이 수익으로 바로 연결되는 택시기사들의 업무 특성상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는 전기차를 운전하는 택시기사에게 업무시간과 강도를 더 늘어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LPG 차량에 비해 체감하는 경제적인 이점이 크지 않다는 점도 업계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전기차 충전 요금은 공공충전소 기준 1Kw당 255.7원에서 내년 7월부터는 313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따라서 전기택시를 유지하는 비용이 보조금의 혜택을 덮어버리는 것.
게다가 겨울에는 배터리 방전 속도가 빨라 주행 가능 거리가 다른 계절에 비해 줄어 더 오래 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전기택시 운행을 꺼리는 이유로 지목된다.
사고나 고장이 날 때도 골칫거리다. 특히 배터리가 고장이 나면 차량 하부의 배터리 전체를 교환해야 하는데 이 비용만 약 2,000~3,000만 원이 든다.
좁은 실내도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부 차종에는 배터리가 트렁크에 탑재돼 있어 짐을 실을 자리가 부족해 공항을 이용하거나 장거리 운행 시 오히려 고객 입장에서는 전기차가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 영업용 차량 특성 고려한 전기택시 지원 ‘절실’
현재 정부는 이와 같은 택시 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택시에 적합한 전기차 차종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급속 충전기 문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기존 전기차 급속충전기 대비 3배 더 빨리 충전되는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구축할 예정에 있다. 기존에는 100kW급 급속충전기를 이용해 1시간을 충전하면 약 400km 주행이 가능했지만 초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20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5분 충전 시 150km를 달릴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문제는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량은 전기택시 지원차종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
정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상쇄시키기 위해 택시 차고지와 교대지에 전용 충전소 100기를 추가로 구축해 전기택시 활용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택시업계는 이러한 정부정책이 강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전기차의 기술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지원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목표 달성에만 집중하는 정책이 아닌 각계각층이 원하는 것을 품어줄 수 있을 때 정책의 비전 또한 장기적으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업용 전기택시 지원책은 근로자의 근로시간과 전기차와의 상관관계를 따져 지원방안을 보다 폭 넓게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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