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이제 갈아끼고, 대리 충전하고, 사지않고 리스한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 (사진=SK이노베이션)

[이넷뉴스]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배터리에 사활을 걸었다. 테슬라가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서더니 폭스바겐도 배터리의 자체생산을 선언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은 전기모터와 배터리다. 배터리는 전기모터를 움직이게 하며 배터리 성능에 따라 속도와 운행 거리가 결정된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가격의 절반 이상을 배터리 가격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화석에너지와 비교해 충전시간이 매우 길고 충전소 접근성도 떨어지는 형편이다. 따라서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성능은 물론 충전 기술과 인프라 혁신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의 주역이 되려 한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 전기차 배터리와 충전 인프라 관련해 화제가 된 이슈들을 소개한다.

 

◇ 전기차 배터리, 충전이 아니라 갈아낀다

중국의 여러 매체에 따르면 상하이자동차가 최근 배터리 교체형인 전기 승용차인 룽웨이(榮威)Ei5 '신속 교체 모델'을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그간 중국에서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배터리 교환식 전기차 사업을 추진했었는데 대형 완성차 업체까지 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일이라고 보았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차는 다 쓴 배터리를 빼고 미리 충전해 놓은 새 배터리로 갈아끼는 과거의 핸드폰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용자가 배터리 교환소를 찾아가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이 수 분 만에 배터리를 갈 수 있어 편리하고, 사용자들이 배터리를 임대 방식으로 쓰기 때문에 전기차를 배터리 가격을 뺀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살 수 있게 된다고 매체들은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유소만큼이나 촘촘한 배터리 교환소가 필요해 현재로선 대중화가 어렵다고 보지만, 전기차 배터리 교체 방식 모델을 중국 정부의 강력히 밀고 있어서 진척이 있을 것으로도 예측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작년에 전기차 배터리 교환소 설치를 권장하고 이를 ‘신 인프라’ 중 하나로 규정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또한, 전기차에서 배터리를 떼어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전기차 배터리, 누군가 대신 충전해준다

국내에서도 배터리 충전 관련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기아가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YW모바일과 손잡고 전기차 충전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 개발에 나선다고 17일 발표했다. 두 회사는 기아차 고객을 위한 온디맨드 픽업 충전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기아 전기차 고객에게 더 편리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한 간편 호출에서부터 차량 픽업, 급속충전, 차량 인계로 이어지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기아 관계자는 밝혔다.

한마디로 전기차 배터리를 누군가 대신 충전해주는 ‘대리 충전’ 서비스라 할 수 있다.

기아의 전기차 구매 고객을 위한 온디맨드 서비스 구조도. (사진=기아)
기아의 전기차 구매 고객을 위한 온디맨드 서비스 구조도. (사진=기아)

서비스 운용 방식은 이렇다. 먼저 기아 전기차를 이용하는 고객이 '기아 VIK'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디맨드 픽업 충전 서비스를 신청하면, 대리 충전 전담 직원이 고객이 요청한 장소를 방문해 차량을 인수하고, 충전 전담 직원이 인근 충전소에서 차량을 급속 충전한 뒤, 고객이 원하는 지점에서 차량을 다시 인계하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에 적용될 디지털키 기술과 연계해 개발한다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또한, 고객과 차량이 서로 다른 곳에 있어도 대리 충전 전담 직원과의 직접적인 대면 없이도 차량 픽업과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번거로운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누군가 대신해 주는 면에서 편리한 서비스라고 평했다. 하지만 충전 관련 인프라의 획기적 확대나 혁신이 없으면 소요 시간은 여전히 많이 걸릴 것이고, 대리로 일을 맡기는 만큼 추가 비용도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 전기차 배터리, 사지 않고 리스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차 배터리를 차량과 별도로 리스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현대차, 현대글로비스, LG에너지솔루션, KST모빌리티 등이 함께 전기차 배터리 대여(리스) 사업 실증에 들어갔다. 

운용 방식은 우선 택시 플랫폼 사업자인 KST모빌리티(브랜드 마카롱)는 전기차를 구매한 후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인 현대글로비스에 바로 매각한다. 이후 마카롱 택시는 전기차를 보유하는 동안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비를 현대글로비스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마카롱 택시는 차 가격에서 배터리 가격을 뺀 가격으로 전기차를 구매하게 돼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또한 배터리 리스 사업을 통해 배터리 순환 모델도 함께 실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차로 운용할 마카롱 택시에 탑재된 배터리를 새로운 배터리로 교체할 때 확보되는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충전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이때, 전기료가 저렴한 심야 시간대에 ESS를 충전하고, 전기료가 비싼 낮 시간대에 ESS를 활용해 전기차를 충전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리스 방식과 사용 후 배터리 활용 아이디어가 좋다고 평가하며 실증이 끝난 후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 전기차 배터리, 탄소제로 시대를 끌고 갈 모빌리티 회사들의 사활 달려

테슬라가 직접 배터리를 개발하고 폭스바겐도 전용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나선 데는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오래도록 유지하기 위함이다. 일시적 배터리 공급 어려움에도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주가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을 경험한 이유도 있다.

따라서 전기차 회사로서는 안정된 배터리 공급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전기차 이용자로서는 편리한 충전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과 관련해 많은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한 혁신적 기술 개발도 중요하고, 충전을 지금보다 편리하게 하기 위한 인프라와 서비스 개발도 중요하다. 화두는 이미 나왔다.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지가 더 중요하다.

전기든 수소든 아니면 새로운 어떤 신에너지를 사용하든, 그것을 저장할 배터리에 미래 모빌리티 회사들의 사활이 달렸다.

[이넷뉴스=강대호 기자] dh9219@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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