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수혜 산업에 주목
글로벌 재간접·국내 위주 등 투자대상 차별화
수소법 시행에 맞춰 수소경제펀드 출시도
[이넷뉴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조5,000억 달러로 2012년 13조2,000억 달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청정에너지 부문에 약 2,2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적이다. 특히 지난해 연말 우리나라를 포함한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제출을 완료함에 따라 올해부터 한층 강력한 탄소 배출량 감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산업 투자에 기업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 삼성자산운용, 에너지 전환 관련 재간접 투자
지난해 펀드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친환경’이었다. 글로벌 친환경에너지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1년 수익률 100%를 가뿐히 넘어서면서 괄목할만한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서도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성장 중이다. 국내 펀드 시장도 주요 운용사들이 친환경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펀드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연초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삼성에너지트랜지션펀드’를 출시했다. 글로벌 운용사인 프랑스 BNP파리바자산운용의 ‘에너지트랜지션펀드’를 편입하는 재간접 펀드로 이름처럼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와 관련한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주목할 점은 펀드의 운용을 BNP파리바의 환경전략그룹이 전담한다는 것이다. 환경전략그룹은 기후변화, 생태계 환경 이슈 등과 관련한 전문적 투자를 담당하는 운용부서다.
삼성에너지트랜지션펀드는 총 세 가지 테마에 집중하여 약 80개 기업에 분산투자한다. 첫 번째 테마는 풍력, 태양광, 바이오 연료 등 친환경·신재생에너지다. 두 번째 테마는 산업 에너지 효율화와 친환경 건물,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소재 등 에너지 기술 및 효율화다. 마지막 테마는 대체 운송 수단과 스마트 파워 및 네트워크 등 에너지를 낭비 없이 저장하거나 운송하는 기술과 관련한 에너지 인프라다.
이 펀드의 피투자펀드인 에너지트랜지션펀드는 2019년 9월 펀드 전략을 변경한 후 지난해 말까지 198.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삼성에너지트랜지션펀드도 지난 1월 28일 설정 후 5.1%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이 2007년부터 운영해온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 역시 최근 1년 수익률 47.6%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스위스의 픽테자산운용이 관리하는 ‘픽테클린에너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다. 이번에 출시된 삼성에너지트랜지션펀드와 유사한 콘셉트를 갖고 있지만,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친환경 에너지 주식이 상위 종목에 포진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15일 삼성자산운용은 자사의 친환경·신재생에너지 관련 펀드의 설정액이 올해에만 총 1,016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선 삼성글로벌클린에너지펀드가 올해 들어 721억 원의 자금을 동원했고, 삼성에너지트랜지션펀드도 벌써 294억 원의 자금을 흡수했다.
최수연 멀티매니저 운용팀 매니저는 “BNP파리바의 에너지트랜지션펀드는 친환경에너지 섹터 내에서 정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성장하는 유망 기업들을 잘 발굴해 투자하기 때문에 향후 꾸준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삼성에너지트랜지션펀드의 위험등급은 1등급(매우 높은 위험)으로 유의가 필요하다.
◇ 미래에셋자산운용, 국내 클린테크 기업에 주목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친환경에너지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 4일 미래에셋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클린 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클린테크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를 내놓은 것은 2019년 10월 출시한 코어테크펀드 이후 처음이다.
클린테크(Clean Tech)는 에너지원에서의 클린 에너지, 운송체계에서의 클린 모빌리티, 라이프 스타일에서의 클린 라이프, 에너지 효율성 관리에서의 클린 IT 기업 등을 의미한다.
미래에셋클린테크펀드는 태양광·풍력을 비롯해 수소경제 전반과 폐기물 처리까지 포함하는 클린 에너지 분야와 수소차·전기차 및 2차 전지, 전용 플랫폼 등 클린 모빌리티 분야 관련 국내 기업 중심으로 투자한다. 아울러 디지털 전환, 비대면·공유 경제 등 클린 라이프, 반도체·5세대 이동통신(5G) 등 클린 산업 구현의 기반을 제공하는 클린 정보기술(IT) 분야로 전체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그동안 출시된 대부분의 친환경 관련 펀드들이 글로벌 기업 전반을 투자대상으로 삼은 것과 달리 미래에셋클린테크펀드는 국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반도체, 5G까지 투자대상에 포함한 것도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펀드의 위험등급은 2등급(높은 위험)이다.
◇ KB자산운용, 국내 첫 글로벌 수소펀드 출시
최근 신재생에너지의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수소다. 특히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아 미래 청정에너지의 핵심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소경제 관련 산업은 전 세계 주요국에서 미래 육성 산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유럽은 그린수소 생산에 500조 이상을 투자하며, 미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생산, 중국은 2050년까지 수소차 500만대 생산이 목표다.
국내에서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하며 6,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수소경제 육성 지원을 위해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HPS)도 도입됐다.
HPS란 2022년부터 수소경제 확대를 위해 전력시장에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의 일정량 구매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태양광, 풍력 등이 모두 포함된 기존의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에서 수소연료전지만 분리해 별도의 의무 공급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난 5일에는 수소경제 육성과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이 시행되면서 수소경제 인프라 확충과 민간투자 활성화 지원 등 수소 관련 산업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5일 수소법 본격 시행에 맞춰 업계 최초로 ‘KB글로벌수소경제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KB글로벌수소경제펀드는 생산, 저장 및 운송, 연료전지, 모빌리티 등 수소경제 관련 모든 산업을 한 번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를 생산하는 독일 지멘스와 노르웨이 하이드로겐, 고압저장 및 운송에 관련된 독일 린데와 프랑스 에어리퀴드, 수소차 배터리 및 전기장치를 제조하는 미국 플러그 파워와 두산퓨얼셀, 완성차 제조 모빌리티인 현대차 등 수소와 높은 사업 연관성을 가지고 있거나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투자대상이다. 펀드의 위험등급은 2등급(높은 위험)이다.
KB자산운용 연금WM본부 하재진 상무는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이번 수소법 시행으로 수소 관련 인프라 및 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해당 분야에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에 투자하는 글로벌수소경제펀드는 투자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comte@enetnews.co.kr
기사제휴 및 보도자료 발송 ▶ news@e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