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사업, 별도 법인으로 출발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신규 자금 마련 나설 듯
ITC 소송 주체 LG에너지솔루션으로 교체돼

[이넷뉴스] 오는 12월 배터리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이 공식 출범한다. 2차전지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첫 기업이 될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이 25년간 키워온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여 설립한 신설법인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과 벌이고 있는 배터리 관련 소송 건의 주체도 LG에너지솔루션으로 교체된다. 두 회사는 다음 달 10일(현지 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의 최종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출범, ‘세계 1위’ 지킨다

LG화학에서 분사한 배터리 사업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12월 1일 별도 법인을 설립한다. 이번 분할은 비상장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LG화학이 소유하는 물적 분할로 분할등기예정일은 12월 3일이다.

LG화학은 지난 9월 전문 사업 분야 집중을 위해 LG가 1995년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지 25년 만에 배터리 사업의 분할을 결정했다. 올해 분할에 나서게 된 것은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 및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아울러 “회사 분할에 따라 전문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고, 경영 효율성도 한층 증대되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지난 2분기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에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나,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는 시장점유율 22.9%를 기록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중국 CATL(23.1%)에 내주기도 했다.

배터리 사업에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진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출범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세계 1위 굳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해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과 전략을 논의하는 등 그간 배터리 연구개발(R&D)과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다.

(출처: LG화학)
(출처: LG화학)

업계에서는 이번 분할로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공장 증설 등에 필요한 대규모 투자자금을 적기에 유치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약 220만대 수준이던 전기차 시장 규모는 2025년에는 1,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전기차 사업의 빠른 성장으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역시 약 180조 원 규모로 커져 170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규모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와 비교해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이르자 배터리 제조사들은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섰다. LG화학 역시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시설투자를 늘려왔다. 그 결과 연간 3조 원 이상의 시설 투자가 이뤄지며 순차입금이 8조 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00%를 넘어선 상태다.

LG화학은 “전기차 수요 확대에 따른 시설투자 자금은 사업 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활용하고, LG화학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어 필요할 경우 여러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추진해 신규 자금 조달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신설법인의 IPO(기업공개)에 대해 “현재 구체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으나, 추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나, 업계에서는 최대한 빨리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가운데)이 경남 함안에 위치한 동신모텍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팩 하우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가운데)이 경남 함안에 위치한 동신모텍을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팩 하우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출처: LG화학)

◇ “2024년 매출 30조 원”, 야심 찬 출사표 던져

앞서 지난 26일 LG화학은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LG에너지솔루션 초대 최고경영책임자(CEO)로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을 내정했다. 김 사장은 LG화학에서 소형전지사업부장, 자동차전지사업부장 등을 지낸 국내 배터리 분야 전문가다. 또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세계 1위로 성장시킨 주역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배터리 사업에서만 ‘2024년 매출 30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배터리 생산능력도 올해 120GW에서 2023년 260GW로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신설법인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13조 원 수준이다. 현재 LG화학 배터리 사업 수주 잔액만 150조 원에 달한다.

LG화학은 앞으로 신설법인을 배터리 소재, 셀, 팩 제조 및 판매뿐만 아니라 배터리 케어·리스·충전·재사용 등 배터리 생애(Lifetime) 전반에 걸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E-Platform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부문에서도 적기에 필요한 투자를 집중하여 배터리 사업과 함께 균형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춘 ‘글로벌 Top5 화학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 ITC 최종판결 전 ‘배터리 소송’ 합의 가능할까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별도의 법인으로 출발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미국에서 진행 중인 ‘배터리 소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분할로 LG화학의 배터리 관련 소송도 LG에너지솔루션이 이어받게 되기 때문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공정기술 등을 빼내 갔다며 2017년 12월 대전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 전직 직원 5명 대상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10건이 넘는 민·형사 소송에서 맞붙어 왔다.

지난 2월 ITC는 예비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를 결정한 바 있다. ITC는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의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혐의가 명백하고,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 모독 행위가 있었다고 봤기 때문이다.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사례의 일부 (출처: LG화학)
LG화학이 ITC에 제출한 입사서류 핵심기술 유출사례의 일부 (출처: LG화학)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이의 신청을 제출하자, ITC는 지난 4월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당초 10월 5일로 예정됐던 최종판결은 10월 26일로 연기됐고, ITC는 다시 12월 10일로 최종판결을 연기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 내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기업인 만큼 미국 내부에서도 판결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지만, ITC 최종판결이 두 번이나 연기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라 일부 항목만이라도 리맨드(수정) 지시가 나오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편 최근 SK이노베이션은 ITC에 LG화학 배터리 탑재 전기차의 화재 의혹과 이에 따른 리콜 사태를 들어 미국 소비자에게도 안전한 배터리 공급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ITC가 조기 패소 결정을 최종판결로 확정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배터리 소재 부품 모두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므로 SK의 경우 최종 패소 시 사실상 미국 내 영업이 종료되는 상황이라 좀 더 합의가 절실하다.

반면 예비 결정에서 승기를 잡은 LG는 “100% 승소를 자신한다”라며 합의 자체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지만, 만약 리맨드 지시가 나오면 오히려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거듭된 ITC의 판결 연기로 ‘배터리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두 회사는 막대한 소송비용을 치러야 했다. 국내 회사들의 분쟁으로 중국 경쟁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며 국익을 위해서라도 소송을 중단하고 합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얻지 못했다.

정작 두 회사는 배상금에 대한 시각차이 등으로 합의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출범을 계기로 이들을 둘러싼 ‘합의설’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새롭게 출발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소송 리스크를 빨리 제거하고 신규 투자와 사업목표 달성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급선회할 수도 있다는 경우의 수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 ITC 최종판결이 오는 10일에 이뤄져도 이후 60일에 달하는 미국 대통령 검토 기간, 패소 시 SK 측의 연방 항소법원 소송, 델라웨어주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고려하면 ITC 소송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다.

만약 리맨드 지시가 나올 경우에는 최종판결까지 또다시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일각에서는 심각한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소송 당사자 변경 등으로 최종판결이 세 번째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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