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UNIST·현대重, 업무협약 체결
고자장 자석 연구소 설립 등 구체적 청사진 제시
인공태양 조기 상용화 기반 구축에 나서
[이넷뉴스] 인공태양은 태양과 같이 수소 핵융합 반응을 통해 얻어지는 에너지를 뜻한다. 수소 1g으로 석유 8t가량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이 높고, 방사능과 이산화탄소 배출도 거의 없어 인공태양은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며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산업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도시로 거듭나려는 지자체들의 관심도 뜨겁다. 최근 강원도가 인공태양 연구기관과 관련 기업 등을 집적화한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0일 울산시는 ‘울산형 인공태양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 “인공태양 에너지로 청정 미래도시 선도”
울산시가 정부의 2050년 탄소 중립 목표 실현을 위한 탈석탄 기조에 발맞춰 인공태양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 10일 소규모 고자장 자석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과 고효율 핵융합 실증 설비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인공태양 에너지 개발의 핵심 기술인 ‘고자장 자석 연구소’가 2026년까지 유치된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울산시, 울산과학기술원(UNIST), 현대중공업은 이날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고자장 자석 연구개발 기반 구축에는 서울대, 경북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등 다수의 핵융합 전문가 그룹과 서남, KAT, 다원시스 등 핵융합 전문기업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현재 기획단계에서는 미국 국립자기장연구소(NHMFL)의 성공 사례를 참조해 고자장 자석 연구소 설립 타당성 분석 및 기본계획이 수립된다. 하지만 차후에는 한국 초전도 연구의 특장점을 살린 소·중·대형 초전도 자석 제조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울산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에너지원 산업으로 특화하여 발전시킬 계획이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고자장 자석 사업은 ‘미래에너지 기술센터’ 설립으로 이어진다. 미래에너지 기술센터는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내에 2029년까지 설립이 추진된다. 울산시는 미래에너지 기술센터 등에 사업비 1,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인공태양 발전 실증 장비 개발과 더불어 인공태양 기술을 통한 전기 생산 계획도 나왔다. 울산시는 2030년 수소 연료로 장비를 운전하고 2040년에는 실제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울산시의 인공태양 프로젝트는 2040년대까지 핵융합발전소 건설 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는 정부의 ‘제3차 핵융합에너지개발 진흥 기본계획’을 구체화한 첫 사례이다. 특히 학계·연구계·산업계가 공조해 핵융합 발전 상용화란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을 뿐 아니라, 인공태양 에너지를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그린뉴딜 완성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송 시장은 “울산은 수소 규제 자유 특구, 원자력 및 원전 해체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 지정 등으로 인공태양 프로젝트 기반이 이미 조성돼 있다”라며 “한국형 인공태양 상용화 조기 추진을 이끌겠다”라고 말했다.
◇ 고자장 자석 기술로 핵융합로 소형화 이끈다
인공태양은 핵융합장치인 토카막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넣고 플라즈마(고온·고압에 의해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기체)가 될 때까지 가열한다.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 태양과 같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엄청나게 뜨겁고 불안정한 플라즈마를 얼마나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가이다.
토카막 안에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둬놓기 위해서는 장시간 동안 높은 자기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이 초전도 자석이다. 우리나라가 핵융합연구를 위해 개발한 ‘케이스타(KSTAR)’는 지난 2월에 중심 이온온도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1.5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저온 초전도 자석이 중심인 자이로트론(발진기 내부에서 고에너지 전자빔의 파워를 마이크로파로 변환시키는 장치)은 개발되고 있으나, 고온 초전도 자석을 활용한 자이로트론은 아직 안정적으로 구현되지 않았다. 현재 울산시에서는 UNIST를 주축으로 초전도자석 원천기술 확보와 응용기술 활용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고자장 자석 연구소가 설립되면 고온 초전도 자석을 제작한 후 이를 활용한 자이로트론을 개발하여 성능 시연을 할 계획이다.
고온 초전도 자석 연구개발에 성공한다면 저온 초전도보다 훨씬 높은 자기장을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용 비용 측면에서도 수백 배 저렴해 인공태양 조기 상용화의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고자장 자석 기술은 핵융합장치 소형화의 핵심이다. 토니 스타크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초소형 핵융합장치 ‘아크원자로’는 아직 영화 ‘아이언맨’ 속 이야기지만, 현재 거대한 빌딩 크기에 육박하는 핵융합장치를 잠수함이나 선박, 항공기 등의 동력원이나 산업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혁신이 이뤄진다.
울산시는 이달 말 UNIST에 1년간 ‘고자장 자석 연구소 설립 타당성 분석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의뢰하며 장기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내디딘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는 ‘고자장 자석 연구소 설립’을 정부 공모사업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UNIST는 또한 이후 인공태양과 관련된 인력양성 교육도 맡게 된다.
◇ 현대중공업 外 ITER 참여 기업 다수 협업
현대중공업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핵융합장치 제작에 참여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태양 프로젝트에서 인공태양 기술 조기 상용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ITER 공동개발사업은 석유 자원 고갈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인류생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7개국이 참여한 국제공동 핵융합실험로 건설운영사업이다. 10년 이상의 설계 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에 건설을 시작했으며 지난 7월 본격적으로 ITER 장치 조립이 시작됐다.

핵융합장치는 진공용기, 초전도자석, 가열장치, 극저온 냉동 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초고온의 플라즈마를 발생·유지할 수 있도록 고진공 환경을 만드는 진공용기는 핵융합장치의 핵심이자 극한기술의 결정체다.
9개의 섹터로 나뉘어 제작되는 ITER 진공용기는 최종 조립 시 높이 13.8m, 외경 19.4m, 총 무게 5000t에 달하는 도넛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로 완성된다. 이 중 조립의 첫 순서에 해당하는 ‘6번 섹터’를 포함한 4개 섹터는 현대중공업에서, 나머지 5개 섹터는 EU에서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우리나라에서 조달을 책임진 2개 섹터 외에 EU에서 조달을 맡은 섹터 중 2개를 추가로 수주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1km에 달하는 60mm 두께 특수스테인리스강 이중 격벽을 정밀하게 용접해 완벽한 진공 구현에 성공했다. 섹터부조립장비는 높이 23m, 무게 900t에 달하지만, 오차허용범위가 1mm인 극한의 정밀도로 최종 조립·설치된다.
이외에도 ITER를 이루는 9개의 주요 장치를 국가핵융합연구소와 현대중공업, 다원시스, KAT 등 국내 110여 개 기업이 개발, 조달하고 있다. 조립장비도 128종 중 44종을 제작했다. 핵융합 분야에서 독보적인 한국의 기술력으로 ITER 개발 기간을 앞당기는데 비용과 중요도에서 90% 가까이 기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세계 무대에서 검증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이번 고자장 자석 사업에 협업하면서 울산시가 인공태양 에너지 선도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인류 미래에 기여하는 기업 자세로 세계 최고 핵융합로 건설 기술을 고자장 자석 연구개발 기반 구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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