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 활동 멈추자 대기오염 개선돼
EU, CO₂ 전력 부문 배출량 43% 감소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하며 파리협정 이행 무리수
[이넷뉴스] 이상 기후에 따른 재해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간 국지성 호우와 태풍 등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는 ‘국가기후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등 탈석탄·탈탄소에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으로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최근의 연구 결과는 파리협정 준수를 위해서는 2029년까지 석탄발전에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30년 만에 모습 드러낸 히말라야산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공장 가동이 멈추자 세계 곳곳의 하늘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악의 공해로 유명한 인도에서는 30년 만에 히말라야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대기오염도 크게 개선되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NASA)이 공개한 올해 1월 1일에서 20일까지와 2월 10일에서 25일까지의 위성사진을 비교해보면, 중국 대기 중 이산화질소(NO₂) 농도가 급감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NASA 연구진은 이산화질소의 수치가 코로나19 진원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서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밝히며, 중국의 대기오염 감소가 대중교통 제한, 공장가동 중단, 수백만 명에 대한 격리와 시기가 일치한다고 분석했다.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의 정유 사업은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발전소의 평균 석탄 소비량도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에 비해 춘절 이후 2주 동안 최소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일시적인 오염 물질 감소로 공기의 질이 갑자기 좋아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코로나19로 잃어버린 경제적 활동을 만회하기 위하여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산업들에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더 안 좋을 것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실례로 중국의 발전소 석탄 소비량과 정유 가동률은 3월 초에 바닥을 친 후, 3월 들어 점진적인 경제·사회적 정상화가 추진되면서 3월 넷째 주에는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이후 NASA 위성과 중국 정부 기관에서 측정한 이산화질소 오염 수준도 코로나19 이전 수치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한 달가량 공장의 가동률이 줄였을 뿐인데 환경에 나타난 엄청난 효과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환경단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예상치 못한 대기오염 실험이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화석연료 감축과 사용 금지가 근본적 해결책”이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봤다.
◇ 선진국이 앞장서는 ‘탄소 제로’
주목할 점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탄발전량을 대폭 줄이면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감축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기후정책연구소 엠버(Ember)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 화력발전은 세계적으로 3% 감소하였고 CO₂ 전력 부문 배출량도 2% 줄어들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로 전력 생산을 대체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24%의 석탄발전량을 줄여 탄소 배출량 감소에 기여했다. 2007년 이후 EU의 CO₂ 전력 부문 배출량은 무려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EU 집행위원회는 2050년까지 저탄소를 넘어 탄소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는 ‘유럽 그린딜’을 발표했다. 지난 1월에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폴란드 등 일부 동유럽 국가를 설득하기 위해 1,000억 유로 규모의 지원 방식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을 탈퇴한 미국도 16%의 화력발전량을 줄였다. 이는 2019년 천연가스 평균 벤치마크 가격이 2018년 대비 45%가량 낮아져 천연가스를 통한 전력 생산이 더 경쟁력을 가지면서 석탄발전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는 발전 과정에서 석탄 대비 온실가스 발생이 약 45~55%, 대기오염물질 배출은 약 10% 이하다. 데이브 존스 연구팀 대표는 “2030년 이전까지 석탄발전을 종료할 수 있도록 더 가파른 변화가 필요하다”며 “석탄에서 천연가스로 전환하는 것은 화석 연료를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일 뿐, 석탄발전을 종료하는 가장 저렴하고 빠른 방법은 풍력과 태양광 발전으로 교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엠버는 한국과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도 석탄발전량을 줄이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한국, 일본, 호주, 베트남 등이 태양에너지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나라로 꼽혔다. 중국은 지난해에도 세계 석탄 화력발전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Global CO₂ emissions in 2019’에서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2.9%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작년과 같은 33.3 Gt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9년 세계 금융위기 직후 최초로 하락 반전한 이후, 매년 증가세를 보이다 2018년에는 사상 최대치인 33.3 Gt를 기록한 바 있다.
신흥국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2.0 Gt을 기록해 전년 대비 0.4 Gt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IEA는 “신흥국에서 소비되는 에너지 중 절반 이상이 석탄에서 비롯됐다”며 “이산화탄소 증가량의 80%가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의 경우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작년보다 0.4 Gt 감소한 11.3 Gt을 기록해 신흥국의 증가량을 상쇄하는 효과를 보였다.
◇ 한국, 2029년까지 탈탄소 도달해야
하지만 엠버는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서 협의한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2℃보다 훨씬 적은” 수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연간 11%의 탄소 배출량 감소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2015년 타결된 파리협정은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었던 1997년 교토 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 지켜야 하는 구속력 있는 첫 합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파리협정에서 제시된 2℃보다 낮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하는 것을 지지했다. 세계자연기금(WWF)도 ‘기후, 자연, 우리의 1.5℃ 미래’를 작성하며 뜻을 모았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 건설 중인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7기가 가동되면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파리협정 기준의 3배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 기후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과 함께 발표한 ‘파리협정에 따른 한국의 과학 기반 탈석탄화 경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규모는 파리협정 탄소 예산의 247%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현재 가동 중인 화력발전소를 현재 수명인 30년보다 더 일찍 폐쇄하거나 이들 발전소의 이용률을 현저히 낮출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충남 신서천 화력발전소, 경남 고성 하이 1·2호기, 강릉 안인 1·2호기, 삼척 포스파워 1·2호기 등 현재 건설 중인 7기의 신규 석탄화력발전 설비가 추가로 가동되면 석탄발전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파리협정 기준의 317%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한국이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2017년을 기준으로 탄소 배출량을 2025년까지 58% 줄여야 하고, 2029년까지는 탈석탄을 이루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도 203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절반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고 내다봤다.
세계 각국은 파리협정 체결 이후 자연은 물론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보고서는 “선진국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한국의 역할”에 대해 묻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기후 악당’으로 불리는 불편한 진실을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넷뉴스=정민아 기자] comt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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