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저온에서 주행거리 현격히 줄어
일부 판매 업체는 상온·저온 구분 표기 안 해

전기차의 저온 주행거리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사진=픽사베이)
전기차의 저온 주행거리가 제대로 표시되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 전기차 사용자는 늘고 있지만 전기차의 저온 주행거리가 제대로 표기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알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다수의 전기차 업체는 전기차 판매 시 상온·저온을 구분하지 않고 사실상 상온 주행거리인 복합주행가능거리만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전기차, 저온에서 주행거리 낮아져

전기차는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는 배터리 효율이 낮아지고, 충전 속도도 늦춰진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과냉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터리 히팅 시스템이 사용되는데, 히팅하는 과정에서 배터리 소모가 많아지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열선시트나 히터도 마음 놓고 틀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는 영하 7도 기준으로 상온 주행거리에 비해 저온 주행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기차 판매업체들이 상온 주행거리인 복합주행가능거리만 표기하면서 소비자들은 사계절 내내 기본 주행거리가 운행되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표=소비자주권시민회의
표=소비자주권시민회의

◇ 상온·저온 주행거리, 52%가량 차이 나기도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전기차 1회 충전 시 상온과 저온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차량은 테슬라 ‘모델3’인 것으로 드러났다.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모델3’의 복합주행가능거리는 480킬로미터(km)지만, 환경부의 조사에 따르면, 저온에서 ‘모델3’의 주행가능거리는 52%가량 감소해 251k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기차 역시 다르지 않다. 쉐보레 ‘볼트’는 상온에서 414km였던 복합주행가능거리가 저온에서 141km 줄어 273km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주행환경을 배제하고 복합주행가능거리 수치만 표기하는 행위는 소비자에게 차량이 저온에도 상온에 상응하는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전기차 시장 초기 단계에 따른 기술력의 한계, 배터리의 특성으로 인한 주행가능거리 하락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온 시 주행가능거리를 은폐하고 상온 시 주행가능거리만 표기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서울시 강남구의 회사원 A씨는 “제조업체의 광고, 카탈로그 등을 보고 전기차를 구매하게 되는데, 저온 상태에서의 주행거리가 표시돼 있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 저온에서 장거리 운전을 하다 방전되는 경우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차 판매량이 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주행가능거리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전기차 주행가능거리 정보 제공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정확한 전기차 주행가능거리 정보 제공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임효정 기자] im@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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