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솔리드파워와 전고체 공동 생산
현대차, 완성차 업체 최초로 팩토리얼에너지 투자

(왼쪽부터)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과 더그 캠벨 솔리드파워 최고경영자(CEO)가 업무협약서를 들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왼쪽부터)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과 더그 캠벨 솔리드파워 최고경영자(CEO)가 업무협약서를 들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넷뉴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인 난제들을 해결하고 투자를 본격화하며 양산 단계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배터리에 적용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한 배터리로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고 화재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온도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어 60도 이상의 고온에서만 충전이 가능하고 충전 속도 역시 느린 것이 단점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혁신 기술이 개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은 머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의 합종연횡도 가속화되며 연구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美 솔리드파워와 개발·생산 협약 체결

SK이노베이션은 전고체 배터리 개발 선도기업인 미국 솔리드파워와 손을 잡았다. 지난 28일 솔리드파워에 3,000만 달러(약 353억 2,500만 원)를 투자하고 공동으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및 생산키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솔리드파워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과 고체 전해질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솔리드파워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기술에 더해 에너지밀도를 더욱 높이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적인 연구를 공동 진행하게 된다.

양사는 먼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NCM(니켈 코발트 망간)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인 약 700와트시/리터(Wh/L)를 넘어서 에너지밀도 930Wh/L 이상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 설비에서도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전고체 배터리 양산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샌디에이고대가 공동개발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충전과정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샌디에이고대가 공동개발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충전과정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 상온충전·수명 늘린 배터리 개발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배터리의 난제 중 하나였던 충전 문제를 극복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교와의 공동 연구로 기존 60도 이상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던 한계를 극복해 상온에서도 빠른 속도로 충전기 가능한 장수명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했다.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온도에 민감하고 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 음극에서 도전재와 바인더를 제거하고 5마이르코미터 내외 입자 크기의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이번 연구에서 적용된 마이크로 실리콘은 기존에 사용되던 나노 실리콘보다 저렴하고 사용이 용이해 향후 배터리 생산 시 원가 절감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500번 이상 충전 및 방전 이후에도 80% 이상의 잔존 용량을 유지할 수 있고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도 약 40%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당 기술에 대한 연구 논문은 사이언스지에 실렸다. 이 같은 성과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매년 개최하는 배터리 이노베이션 콘테스트이 지원 과제가 성과로 이뤄진 사례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에도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팩토리얼에너지사의 배터리. (사진=팩토리얼에너지)
팩토리얼에너지사의 배터리. (사진=팩토리얼에너지)

◇ 현대차, 美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에너지에 투자

현대차·기아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인 팩토리얼 에너지에 투자를 단행했다. 팩토리얼을 전고체 배터리 기술인 'FEST(Factorial Electrolyte System Technology)'을 개발해 상용화에 한발짝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29일 팩토리얼 에너지와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팩토리얼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첫 완성차 기업으로 팩토리얼이 개발 중인 배터리를 현대차, 기아가 생산하는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시범양산하고 2030년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또 다른 전고체 배터리 기업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과도 연구개발협약 및 지분 투자 계약을 맺는 등 전고체 배터리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배터리사들에 이어 완성차 업체까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며 전고체 기술 경쟁이 가속도가 붙었다. 일본 도요타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해온 파나소닉은 현재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나가며 이를 통해 업계 판도를 역전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사는 물론 배터리 기업 의존도를 줄이고자 하는 완성차 기업들도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적극적인 상황”이라며 “전기자 시장이 커지면서 저가형부터 보급형까지 모델 역시 다양화되고 있어 배터리 역시 이에 맞는 세분화된 기술 확보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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