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이끌어가는 미래 혁신 이미지 및 경쟁력의 기반
RE100 동참에 저조한 韓···전력시장 재편 등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야
[이넷뉴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시작은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무역방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경영 전략의 의지도 내재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에도 글로벌 기업의 RE100 선언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 미래 기업 혁신의 시작
최근 환경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RE100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기후 그룹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 공개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처음 제시했다.
연간 10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RE100은 국제단체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CDP)’ 등의 주도로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자발적인 의사표명이다.
2014년 시작된 RE100의 참여 기업 수는 2018년 11월 기준 155개 사가 됐고, 3년 후인 2021년 10월을 기준으로 총 338개 사까지 확대됐다. 여기에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3M, 나이키, H&M, 샤넬, 스타벅스 등 다양한 업종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애플, 구글 등 30개 기업은 재생에너지 목표를 100% 달성했고, 나머지 45개 기업도 95%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플은 2016년 9월 RE100에 가입하기 전부터 주변 지역의 태양광 발전 시설에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를 통해 2015년 이미 93%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했고 2017년 97%, 2018년 100%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점 높여온 케이스다.
특히 애플은 이 과정에서 71곳의 협력사로부터 제품 생산에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공급 업체 역시 청정에너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한 해 약 150만 미터톤(metric ton)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동종 업계 기업인 구글, 페이스북보다도 앞서 친환경 정책을 실천한 결과다. 여기에 각 매장과 사무실 등의 시설도 재생에너지로 운영 중이다.
구글의 경우 이미 2012년부터 데이터센터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전략을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 상쇄 PPA, 재생에너지 요금제, 계통 조달의 4가지로 나눠 진행함으로써 2017년에는 76억 킬로와트시(kWh)에 해당하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100% 조달했다.
이와 같은 에너지 효율화 정책은 구글이 첨단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경쟁사의 데이터센터를 웃도는 전력사용효율을 달성하고 있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다.

◇ RE100 동참에 뒤늦게 합류한 국내기업···그 행보는?
굵직굵직한 글로벌 기업의 대다수가 RE100에 참여하고 있고, 이들은 각국의 협력사에도 RE100을 요구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우리나라 기업도 기업의 생존을 위해 RE100에 동참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해외보다 우리나라 기업의 상황은 아직 조용한 편이다. 10월 기준 RE100에 가입한 우리나라 기업은 13곳에 불과하다.
첫 스타트는 SK 그룹이 끊었다.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 SKC, SK실트론 등 SK 계열사 6곳이 대표적이며, 이외에 LG 에너지솔루션, 한국수자원공사, 아모레퍼시픽, KB금융그룹, 미래에셋증권, SK아이테크놀로지 등 7개 기업이 동참했다.
고려아연의 경우 국내 금속 기업 중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한 기업으로 호주 자회사인 선메탈스코퍼레이션(SMC)이 2018년 완공한 호주 최대 산업용 태양광 발전 설비를 전체 전력 사용량 중 23%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또 신재생 에너지 자회사인 아크 에너지(Ark Energy)를 호주에 설립해 923메가와트(MW) 규모의 풍력발전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생산한 전기를 바탕으로 오는 2025년까지 SMC의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85%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호주에서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RE100을 실현해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도 RE100 캠페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과 함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100이 ESG 경영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캠페인에 동참한 글로벌 기업들은 협력업체에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RE100 캠페인이 미래 경제를 선도하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아무리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사업에 참여할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RE100은 앞으로 기업의 생존과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
RE100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무역장벽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해외보다 저조한 이유는 2030년까지 60%, 2050년까지 100%의 재생에너지 달성 목표가 큰 압박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 이유의 중심에는 다른 나라보다 약 3~4배 높은 에너지 발전 단가가 자리 잡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태양광 에너지 발전단가는 메가와트시(kWh) 당 최대 152달러로 아랍에미리트(UAE)의 4배, 미국과 프랑스의 3배 수준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국내 시장은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자유롭게 구매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이 전력구매계약(PPA), 자가설비(Self-consumption), 프리미엄 요금제(Green pricing), 인증서(Unbundled certificates)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구매가 쉬운 환경임을 생각하면 그 한계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구매를 위해 부담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을 확보하는 방법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가 나서 전력시장을 재편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 쉬운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정책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녹색 프리미엄 및 제3자 구매계약 등 시장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는 만큼 한국 기업의 RE100 실적이 저조하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맞설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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