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인상에도 요금 동결···공기업 적자·세금 증가로 이어져
기후환경 비용 상승에 따라 전기료 인상도 지속해서 이어질 것
[이넷뉴스] 8년 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했던 정부가 일단 올해 말까지 동결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인상과 탄소 중립을 위한 기후환경 비용 지출이 매년 늘어나면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는 확산하고 있지만, 동시에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반감을 표출하는 여론 역시 만만치 않다.
◇ 어쩔 수 없는 전기요금 인상···국민 반감 이유는?
전기요금 관련 정책은 선거철만 다가오면 언제나 정치권 단골 메뉴로 올라오는 뜨거운 감자다. 전기요금 문제는 서민의 주머니 경제와 정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나라 공공요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저렴한 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2019년 기준 26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 평균은 킬로와트시(kWh)당 16.45펜스인데 반해 한국은 8.02펜스(약 116원)로 26개 국 중 가장 저렴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은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하더라도 국제 유가 현황 등을 반영해 조만간 전기요금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에 따라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요인이 전기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연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을 내렸고 2분기와 3분기는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그사이 탈원전에 따른 전력수급 공백을 신재생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설비로 채우면서 전력 생산 비용이 급증하며 한전의 적자 부담은 커졌다. 한전의 2분기 연료비와 전력구매비는 작년 동기 대비 8.1% 늘었으나 전기판매 수익은 1.0% 느는 데 그쳐 영업손실이 7,648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인데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LNG 가격은 지속해서 급등세를 보인다. 상반기부터 LNG 가격은 지속해서 올랐음에도 정부는 요금을 동결했고 그 결과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조 원 상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공기업의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물론 전기 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조성된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는 원칙에 따르지 않은 정부의 요금인상 방침으로 인한 국민적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원칙 없는 정부의 눈치 보기 정책이 공기업의 적자와 국민 세금 증가로 이어졌다는 비판과 전기요금 상승요인과 대책에 대한 공유의 부족함에 대해 아쉬움이 급작스러운 전기요금 인상 논란에 휩싸이게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국민과 허리띠 졸라매기···전기요금 인상이 탄소 중립 정책 근거?
국민의 반감이 이어지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올해부터 고지서에 별도 항목으로 구분해 청구하고 있는 기후환경 요금 때문이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면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 요금, 기후환경 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기후환경 요금은 환경오염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한전이 지출한 비용을 전기요금 고지서에 청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이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비용,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기후환경 요금은 kWh당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다. 월평균 사용량인 350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는 매달 1,850원, 월평균 9.2메가와트시(MWh)를 사용하는 산업·일반용 업체는 매달 4만 8,000원 정도를 부담해 왔다.
기후환경 비용은 탄소 중립 흐름과 정부의 에너지 정책 가속화에 따라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전은 탄소 중립이라는 명목 아래 기후환경 비용 규모를 매년 늘려왔다. 2015년 1조 원에서 작년 2조 5,071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 상반기에는 1조 7,553억 원으로 늘었다.
이에 기후환경 요금 인상 가능성은 매년 제기될 것이고, 이에 따른 전기요금 역시 정기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내년부터 적용할 기후환경 요금에 대해 오는 12월 조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의 근거로 정부의 탄소 중립 이행이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그동안 전문가들은 그동안 2050 탄소 중립을 위해서는 석탄 발전을 줄이는 대신 전력 공급을 메울 효율적인 에너지로 원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비용대비 생산성이 불안정한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취해 왔다. 이와 같은 정부의 고집이 결국에는 국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물론 정부는 국민 부담을 고려해 분기별 인상 폭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정부가 취했던 전기요금 정책을 돌아보면 인상 폭만 제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기요금 관련 정책에 있어 여론의 뭇매에 쉽사리 정책 결정을 포기하거나 바꾸는 등의 행태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한시적인 조치로 전기요금을 책정하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충분한 근거를 들어 설명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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