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사업 강화 위한 조직개편과 중장기적 로드맵으로 지속가능 경영 박차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속도 ↑
생산 공정·설비 에너지 효율화 꾀하고 그린 에너지 기술 개발
[이넷뉴스] 기후변화 발생의 주원인으로 지목된 탄소배출로 인해 화석연료를 지양하고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탈탄소 확산과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기조까지 겹치면서 에너지 전환 전략은 기업들의 사활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기후변화 시대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의 핵심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환경은 이제 국가 경제는 물론, 기업 경쟁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급변하는 에너지 대전환 시대, 기회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은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기업이 결국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탄소중립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영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변화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래 에너지 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과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로드맵을 마련해 생존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LG화학, SK건설, 한화그룹, 현대오일뱅크, 효성그룹, 삼성중공업, 두산그룹, 현대차, 현대제철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스타트업 기업들까지 기후행동 정책에 동참해 에너지 전환 속도를 올리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업 관계자는 “탈탄소 등 기후변화 대응과 차세대 에너지 전략은 패션이나 단기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요소”라며 “에너지 사업 전략과 로드맵을 앞다퉈 수립한 국내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 LG화학,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 선언
연간 100기가와트시(GWh)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전력 다소비 기업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 등록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영국 런던 소재 다국적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 시작했으며 10월 현재 구글·애플·GM·이케아 등 전세계 263개 기업이 가입했다. LG화학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을 선언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약 60% 줄이려는 목표 아래, 빠르게 전 세계 LG화학 사업장의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 중이다. 이를 위해 고효율 공정을 도입하거나 녹색 프리미엄제에 참여하는 등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모든 수단에 집중해 탄소 저감 사업을 전 방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 SK그룹, 글로벌 종합 그린사업 전문 투자기업 성장 목표로 그린 사업 밸류체인 구축
SK그룹은 신기술을 총망라한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를 구축하는 RE100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 밸런스 2030’을 내걸고 ‘배터리 서비스(Battery as a Service·BaaS)’를 가속화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은 2019년 말 폐배터리 양극에서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배터리 생산에서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포함한 밸류체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린 밸런스 2030’은 2030년까지 환경과 안전에 미치는 부정적 사업의 영향을 ‘0’으로 만들겠다는 사업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뿐 아니라 정유·에너지 부문에서도 친환경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올 4월 자회사 SK에너지가 친환경 탈황설비 양산을 위해 1조원을 투자한 데 이어 SK종합화학도 2025년까지 친환경 제품 비중을 현재의 20%에서 7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SK E&S는 지난 9월 새만금 간척지에 여의도 크기(264만 제곱미터(㎡)·80만 평)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됐다. 발전 규모는 200메가와트(MW)에 달한다. SK E&S는 2030년까지 국내외 재생에너지 발전규모를 10기가와트(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은 BEMS(빌딩에너지 관리시스템·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및 인공지능(AI), 클라우드(Cloud)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New ICT)을 활용해 소모 전력을 절감하고 있으며,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가 가능한 전국의 사옥 및 교환국사 옥상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발전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SK건설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경기 화성과 파주에 준공해 가동 중이다.

◇ 현대오일뱅크, 친환경 미래 사업 본격 시동
현대오일뱅크는 오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현재의 70%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탄소 중립 그린 성장’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작년 678만t인 탄소 배출량을 2050년 499만 톤(t)으로 179만t 감축할 계획이다. 목표 저감량인 179만t은 소나무 1270만 그루를 심어야 정화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탄소배출 저감을 새 사업 진출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장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2)를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차례대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탄산칼슘은 건설자재와 종이·플라스틱·유리 등의 원료로 쓰이고 메탄올은 차세대 친환경 연료와 플라스틱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 삼성중공업, 블룸에너지와 선박용 연료전지 협약…암모니아 추진선도 박차
조선업계도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선박 개발에 나서고 있다.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 아프라막스(A-Max·8만5000~12만5000 DWT(순수 화물적재톤수)급 원유운반선) 탱커’에 대한 기본인증을 획득한 삼성중공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은 독자 암모니아 연료공급 시스템 개발, 상세 선박 설계 등을 거쳐 오는 2024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암모니아 추진 A-Max 탱커는 삼성중공업이 2019년 말 7월부터 말레이시아 선사 MISC, 선박 엔진 제조사 MAN, 영국 로이드선급 등 각 분야 선도 업체들과 공동 개발 중인 미래 친환경 선박이다. 암모니아는 질소와 수소의 합성 화합물로 연소 시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고, 공급 안정성과 보관·운송·취급이 용이해 친환경 선박 연료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세계적 연료전지 제조사인 미국 블룸에너지(Bloom Energy)와 선박용 연료전지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계 최초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lid oxide fuel cell·SOFC) 상용화에 성공한 블룸에너지와 공동 개발을 통해 주력 제품인 액화천연가스(LNG)선, 셔틀탱커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연료전지 핵심기술을 2022년까지 추가 확보함으로써 미래 친환경 선박에 대한 기술 선점을 더욱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 한화그룹, 친환경사업 적극 활용해 환경문제 해결책 제시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을 중심 축으로 차세대 태양광과 그린수소 에너지 기술, 친환경 플라스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울러 부생 수소발전소를 건설·운영하고 있는 한화에너지, 한국가스공사에 수소 충전시스템을 공급하는 한화파워시스템, 세계 최대 규모 수상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나선 한화큐셀 등 계열사들과 함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캠페인을 통한 친환경 행보도 주목 받고 있다. 2019년 진행한 베트남 환경보호 캠페인이 대외적으로 큰 호응을 이끌어냈고, 한화토탈은 ‘에코더하기’ 환경캠페인으로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알리는 등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두산그룹, 수소 연료전지·해상풍력 발전 등 친환경으로 신사업 충전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을 필두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체질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풍력발전, 가스터빈, 수소 기술을 필두로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확고히 다져나가겠다는 전략이다. 두산중공업은 그린뉴딜 분야의 한 축인 친환경 미래 에너지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풍력기술 개발에 매진, 순수 자체 기술과 실적을 보유한 국내 유일 해상풍력발전기 제조사다. 현재 풍력발전기 국산 부품 사용률은 70%에 달한다. 이와 함께 국내 수소연료전지 시장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두산퓨얼셀과 수소연료전지 드론 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는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과 함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 효성그룹, 글로벌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함께 액화수소공장 준공
수소 생산부터 유통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그룹 내 보유중인 효성그룹도 에너지 사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효성화학은 글로벌 화학기업인 린데그룹과 함께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억 원을 투자해 울산 용연공장 내 부지 3만여㎡에 연산 1만 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공장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수소충전소 시장점유율 1위(40%)인 효성중공업과 수소 연료탱크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 제조기술을 보유한 효성첨단소재 등도 수익성 확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 현대차와 수소경제 선도하는 현대제철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는 글로벌 판매 1위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수소전기차 판매량을 연간 11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1위 수소 기술력을 근간으로 삼아 단순히 수소전기차를 넘어 연료전지시스템 판매와 수소 경제 인프라 구축까지 사업을 확장,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대차와 한국가스공사 등과 함께 ‘고순도 수소 공급 및 인프라 확대’를 위한 사업계획을 발표한 현대제철 역시 수소 생산부터 운송·판매에 이라는 사업 모델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이 추진중인 신재생 발전 시스템 구축에 따른 측면 지원을 위해 자체 수소 시설과 연계된 연료전지발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키로 했다.

◇ 삼성물산, 국내 비금융사 최초로 '탈석탄' 선언
삼성물산은 석탄 관련 투자·시공·트레이딩 등 모든 신규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진행 중인 사업은 단계적으로 철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석탄사업 철수 결정은 국내 비금융사 중 삼성물산이 처음이다. 삼성물산은 주력사업인 LNG 복합화력 및 저장시설, 신재생에너지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는 두산중공업과 함께 석탄사업 주력업체인 삼성물산의 이번 선언을 계기로 탈석탄 움직임이 다른 업체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으로 부상함에 따라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은 미래에너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등으로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변화될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국내 대표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이에 걸맞는 장단기적 성장전략을 수립 실천해나가야 할 때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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