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저스티스, 화석 연료 산업의 마케팅에 넘어가 선 안돼
녹색 수소만, 재생에너지 대체할 수 없는 부분 사용 조언
한국 역시 선점 위해 달리는 것보다 미래 위한 정책 재점검 필요

[이넷뉴스] 화석연료를 사용한 수소 말고 진정한 청정에너지인 녹색수소는 여러 가지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 정책입안자들이 화석연료 업계의 마케팅에 속지 말고 제대로 된 곳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부터 유럽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에서 본격적인 수소 시대를 준비한다는 정책 발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건 2050년까지 탄소 제로의 연료를 확보하는 일. 그렇기에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수소를 통한 정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진정한 탄소 제로를 위한 에너지가 지금의 수소에너지이냐는 것이다.
최근 미국 변호사로 구성된 비영리 환경단체인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는 보고서를 통해 탄소 제로를 위한 수소는 녹색 수소뿐이며, 현재까지 쓰이고 있는 수소는 기존 화석연료 업체들의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가짜 청정에너지라고 밝혔다. 그리고 태양광, 풍력에너지 등을 이용해 만든 녹색 수소를 여러 분야에서 이용하기엔 너무 비효율적이기에 정책 입안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 단체는 기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화석 연료 산업이 의도적으로 수소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불러일으켜 정책 입안자들이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에 의존하도록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깨끗한’, ‘재생 가능한’ 또는 ‘녹색’이라는 모호한 단어를 쓴다고 했다. 이러한 함정을 피하고자 정책 입안자들은 이들의 주장을 면밀히 조사하고 그것이 실제 기후 변화 대비에 의미 있는 부분이 되는지를 비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석유 및 가스 회사는 인근 지역 사회를 건강에 해로운 배출물로 오염시키고, 대기를 온실가스로 오염시키는 과정을 통해 화석 연료에서 미국의 연간 공급량인 약 1천만 톤에 달하는 수소를 생산한다. 하지만 이는 탄소 제로를 위한 수소가 아니다.
수소가 기후 위협에서 기후 도구로 바뀌려면 정책 입안자가 녹색 수소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광범위한 배포에 대한 장벽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에 재생 가능한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생산해 사용하기보단 직접 사용하는 것이 항상 더 효율적이라면서, 이는 탈탄소화를 위한 청정 전기 옵션이 있는 차량, 가전제품 및 기타 모든 부문에 적용된다는 직언도 덧붙였다.
또한, 녹색 수소는 기존 화석 가스 인프라의 메탄과 다르게 작용하기 때문에 전용 파이프라인과 같은 저장 및 운송 인프라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보다 5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기 때문에 이 기반 시설의 누출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고 녹색 수소를 널리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는 또 다른 10년이 걸린다. 다른 탈탄소화 옵션이 있는 부문에서 기후 오염을 감소시키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어스저스티스는 녹색 수소가 재생 에너지를 장기간 저장하고 탄소 배출이 없는 연료 전지 기술을 통해 전기로 다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히 탈탄소화된 전기 그리드를 달성하기 위한 잠재적인 도구라고 말한다. 이에 화석 유래 수소를 대체하고 전기화하기 어려운 부문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녹색 수소를 전략적으로 배치해야 비로소 배출제로 미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에너지 빈국의 수소 정책, 중점을 어디에 두어야할 지 결정해야 할 때
이러한 논조는 그동안도 있었으나 최근 들어 힘을 얻는 이유가 있다. 예상보다 빠른 기후 변화 때문이다. 이 상태로 가다간 2050년 탄소 제로를 이루기 힘들다는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고 있다. 이를 알지만, 에너지 생산이 어려운 국가에서는 수소가 매우 매력적인 재생에너지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에도 그동안 원유와 천연가스를 전량 수입했기 때문에 국제가격 변동에 항상 촉각을세우고 경제 정책을 운용해왔다. 하지만 수소에너지의 경우 필요에 의해 만들 수 있는 자원이며, 이를 통해 에너지 자급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면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에너지 안보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빠르게 수소 경제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수소경제의 효과를 누적 1조 원 수준으로, 2022년 16조 원, 2030년 25조 원 규모로 커진다는 예상을 하고 있다. 또 한국의 경우 수소 활용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전통 주력 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과 연계하면 수소경제를 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물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의 수소 에너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전 세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기후변화이다. 그리고 현재 지구촌 곳곳이 시달리고 있는 이상 기후는 그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를 생각한다면 경제의 수소보다는 탄소 제로에 방점을 둔 수소 정책을 고려해야 할 때이다.
[이넷뉴스=신종섭 기자] shinj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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