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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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넷뉴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대만 TSMC의 10월 매출이 18개월 만에 최저 성장률을 기록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시장에서는 “AI 투자가 과열된 것 아니냐”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빅테크들은 일제히 사상 최대 규모의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알파벳의 분기 매출은 1,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AWS)은 20% 이상 성장했다. 메타 역시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실적보다 ‘지출 규모’에 쏠려 있다. 주요 빅테크 4개사의 올해 자본지출 규모는 약 4000억달러(약 5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메타는 “2026년 투자 규모가 2025년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추가 지출 계획을 예고했다.

AI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오픈AI는 내년 약 200억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막대한 운영비와 데이터센터 유지비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낮다. GPU 교체 주기가 짧아지면서 감가상각비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 구조는 2025년 이후 주요 빅테크의 순이익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스타트업의 현금 소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앤트로픽은 올해와 내년에만 6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AI 기업들의 수익 전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2~3년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빅테크의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다. 알파벳은 2025년까지 약 930억 달러, 메타는 720억 달러를 AI 인프라 확충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들은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대규모 투자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국내 투자자들도 AI 거품 논란과 무관하게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술주에 대한 개인투자자 순매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은 여전히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며 단기 조정보다는 중장기 성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달 중순 발표될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은 향후 AI 투자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이 나온다면 버블 우려는 잠시 잦아들겠지만, 예상치를 밑돌 경우 AI 관련주 전반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AI 산업은 아직 검증 단계에 있으며, 단기 수익성보다 장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연말까지는 실적과 정책 모멘텀을 점검하는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민 기자(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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