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IMF 비판 등에도 세계 최초 국경세 발표 강행
탄소배출권 문제점 지적, 탄소 완화 노력 비용 분산 아이디어 나와
반목보다 상생이 중요한 때

[이넷뉴스] 전 세계가 넷 제로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유럽 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강행하면서 기업들이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 EU, 이미 한 차례 홍역 겪은 탄소국경세 도입 강행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탄소 국경세를 EU 집행위원회가 마침내 14일 발표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5%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 입법 패키지 '핏 포 55(Fit for 55)'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 금지와 교통·건설 부문 탄소 비용 부과 등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포괄적 방안들이 담겼는데, EU 집행위는 이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 제로의 탄소중립을 실현한다고 밝혔다.
한편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CBAM), 일명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이 제도는 이전에 EU가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이 배출하는 탄소에 대해 외국 항공사에 세금을 부과하려고 시도했다 실패한 적이 있다. 미국 항공 업계가 강력한 정치적 반대를 하고 중국이 항공기 주문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후 무역 전쟁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EU는 이 법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번 발표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 11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G20 국가 재무장관들이 모여 콘퍼런스를 개최했는데, 주요 연사로 미국 재무장관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IMF의 총재는 EU의 탄소 국경세가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이 법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존 배출권 거래제를 보유한 국가의 회사는 CBAM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수출업체가 직접 탄소 배출량과 에너지원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제공한 다음 유럽 위원회에 데이터가 신뢰할 수 있음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으면 불리한 기본 계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의 무역 싱크탱크 호석 리 마키야마(Hosuk Lee-Makiyama) 이사는 "증명 책임은 반대편에 있다."라며, "CBAM은 무역 협상을 위한 훌륭한 도박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는 데 인센티브가 될까요?"라고 말했다.
◇ 탄소제거의무 금융 부채처럼 취급, 더욱 빠른 해법?
탄소배출과 관련된 또 다른 축인 탄소배출권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와 함께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연구 보고가 최근 발표됐다.
옥스퍼드 대학과 오스트리아 국제 응용 시스템 분석 연구소(Austrian 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의 연구원들은 탄소 제거 의무(carbon removal obligations, CROs) 개념을 도입하면 미래 세대에게 수조 달러의 빚을 지우지 않고도 탈탄소화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제거를 가속화하고 지구 기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개념은 CROs를 공채증서로 만들어 석유 회사와 같은 탄소 배출자에게 발행한다. 이 부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자가 생겨 CO2 방출자에게 효과적으로 요금을 부과한다. 물론 거래도 가능하다. 이 이자를 CO2 제거 비용을 지급하는 데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이 나오게 된 배경은 현재 다양한 형태의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배출자를 처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문제점에서 시작됐다.
탄소배출권과 아직 존재하지 않는 탄소 포집 기술 사용에 대한 약속, 이것은 현재 세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농도의 CO2 처리 비용을 미래 세대에게 전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탄소 오염원으로 인한 피해를 되돌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535조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 세계 경제 규모의 몇 배나 된다. 반면에 CROs는 탄소 제거에 대한 책임을 즉시 방출자에게 전가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재의 제도는 방출자에게 오염에 대한 허가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본질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며, 탄소 배출을 막기 어렵고 오히려 대기에 배출을 추가하는 것으로 설계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CO2 생산자를 제거자로 전환하게 만들면 탄소세가 역전되어 보조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보고서는 현재까지 대규모 탄소 제거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치하는 데 있어 기술적 장벽이 있으며,이산화탄소 제거(CDR)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이 기술이 현재로서는 2050년의 배출 감소에 가치 있는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없다고 한다. 인류가 기록적인 대기 중 CO2 농도를 낮추려면 이러한 상황이 바뀌어야 하며 탄소 제거를 고려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는 것이다. 여기에 제거 비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제 응용 시스템 분석 연구소의 요하네스 베드나(Johannes Bednar)는 "방출자로서 지금 당장 할당량을 사는 대신 내가 한 모든 일을 정리할 의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라며, “그렇게 하려면 이자를 내야 하며, 이에 따라 의무를 불이행할 위험이 줄어듭니다. 그것은 금융 부채와 매우 흡사합니다.”라고 이 개념을 설명했다. 또 이것이 깡통을 걷어차기보다 여러 세대에 걸쳐 탄소 완화 노력 비용을 분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배출자가 자체 탈탄소화 노력을 가속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처 저널에 지난 9일 발표된 그들의 연구에서 저자들은 "CROs에 대한 이자 지급이 CDR의 더 빠르고 덜 공격적인 배치로 보완되는 실질적으로 더 단기 탈탄소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라고 썼다.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탄소 배출이 죄는 아니며, 기업 역시 탄소 제거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반목은 접고 모두가 힘을 합쳐 미래 세대를 위한 제대로 된 일을 해야 할 때이다.
[이넷뉴스=신종섭 기자] shinj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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