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 침대’는 전 세계 놀림감 전락, 수소 자동차·버스 도입은 사실상 수포로
수소 성화 등 빼면 저탄소·친환경 요소 찾기 힘들어···최근 ‘도시락 폐기’ 논란 불거지기도
“日 정부, 수소로 요란 떨었지만, 실속 없어"···친환경 의지는 높이 사야 한다는 의견도

[이넷뉴스] ‘저탄소, 친환경 올림픽’을 자처한 도쿄 올림픽이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낙제점’ 위기에 놓였다. 환경을 생각한 골판지 침대는 내구성 문제가 불거지며 조롱거리로 전락했고, 수소 자동차·버스 수천 대 도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최근에는 뜯지도 않은 일회용 도시락이 매일 수천 개씩 버려지고 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 “매일 새 도시락 수천 개 버려져” 日 방송 폭로 

27일 일본 JNN 방송은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 수천 개가 매일 포장도 뜯지 않은 채 폐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모든 경기가 무관중으로 전환되면서 자원봉사자 수가 크게 줄었지만, 도시락 수는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폐기 장면을 봤다는 목격자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도시락이 들어오며 폐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남는 도시락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등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베 내각은 2013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뒤 “도쿄 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수소 사회’로 본격 진입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기후 악당’의 오명을 벗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소 성화 등 몇 가지 이벤트를 빼면 저탄소·친환경 요소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도쿄 올림픽은 이전 대회와 달리 성화를 프로판가스가 아닌, 수소로 밝혔다. 프로판가스는 액화 석유 가스(LPG)의 주원료로,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성화 봉송에 쓰인 수소는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생산됐다. 일부 봉송 구간에선 수소와 프로판 가스가 혼용됐다고 한다. 올림픽 성화가 수소로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 전경 (사진=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도쿄 올림픽 선수촌 전경 (사진=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 수소 자동차·버스 6,000대 도입 공언했지만···’비용’ 문제로 수포 

‘수소’는 ‘친환경’과 함께 도쿄 올림픽을 이루는 양대 축이다. 도쿄시(市)는 2019년 올림픽을 1년여 앞두고 수소 전기차 6,000대, 수소 전기 버스 100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도쿄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일본의 친환경 기술을 알리겠다”는 목적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3월 “올림픽이 열렸을 때 도쿄 시내에서는 수소 전기차와 버스가 달리고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1년이 흐른 지금. 도쿄 시내에서 수소차, 수소 버스는 쉽게 찾을 수 없다. 시에 수소 버스 100대를 협찬한 도요타는 올림픽 개막식 일주일을 앞두고 관련 TV 광고, 이벤트 등을 전면 취소했다. 마케팅 효과가 없다고 본 것이다. ‘수소차 6,000대 도입’ 역시 물거품이 됐다. 비용 때문이다. 수소차는 임대료만 일반 버스 운영비의 절반을 잡아먹는다. 보조금도 없다. 민간에서 철저히 외면당한 이유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이 수소로 요란을 떨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바뀐 게 없다”며 일본 정부의 올림픽 관련 수소 경제 정책을 평가절하했다. FT는 “도쿄 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은 ‘올림픽 (수소) 성화대’라는 상징으로만 남았다”며 “흥행 참패는 물론 자국의 첨단 IT 기술을 홍보할 기회마저 잃었다”고 혹평했다.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부 모습 (사진=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도쿄 올림픽 선수촌 내부 모습 (사진=도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

◇ 조롱거리 된 ‘골판지 침대’···”무리수로 비치는 것 같아 아쉬워” 

도쿄 올림픽에서 수소 성화만큼 관심을 끈 것이 ‘골판지 침대’다. 폭 90㎝, 길이 210㎝, 높이 40㎝로 제작된 골판지 침대는 최대 2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으며 골판지, 플라스틱 보드로 구성된 ‘친환경 침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간이용 침대로 활용됐다. 가벼우면서 쓰고 난 뒤 통째로 버려도 재생 종이로 처리할 수 있다. 일본올림픽위원회(JOC)는 올림픽, 패럴림픽용으로 총 2만 6,000여명분의 골판지 침대를 마련한 상태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골판지 침대는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며 국제적 놀림감이 됐다. 미국의 한 육상 선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누가 (침대에) 소변이라도 보면 골판지가 젖어 침대가 내려앉을 것”이라며 “바닥에서 자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다만 그의 주장과 달리 골판지 침대는 습기에 강하고, 하중도 상당하다. ‘가짜 뉴스’까지 JOC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논란들과 별개로 친환경 올림픽을 향한 일본의 의지는 높이 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일본은 모든 메달을 폐가전을 활용해 만들었고,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시상대를 재활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폐기물로 제작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골판지 침대 등은 실생활에도 자주 쓰이는데 어쩌다 희화화됐는지 모르겠다”며 “일본의 여러 친환경 실험이 외부에는 ‘무리수’로 비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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