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기름,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친환경 석유’ 바이오디젤···대부분 경유와 혼용
신재생 에너지 연료 혼합 의무제(RFS) 도입 이후 모든 경유에 3.5% 이상 섞어야 해
미국, 유럽 연합 등 해외에서 사용 활발···일각서는 ”멀쩡한 열대 우림 파괴한다” 비판도
[이넷뉴스] 한 세기 전만 해도 ‘원유=화석 연료’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기술이 상식을 뒤집었다. 바이오매스를 대량 연료화할 수 있게 되면서다. 바이오디젤은 식물성 기름, 동물성 지방으로 만든 ‘친환경 석유’다. 바이오디젤은 100% 순수 연료로도 쓰이지만, 거의 경유와 혼용된다. 정부는 신재생 에너지 이용 촉진을 위해 현행 3% 수준인 경유 내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 비율을 2030년까지 5%로 높일 계획이다. 다만 업계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 최초의 디젤 연료는 ‘땅콩기름’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2일 경유 내 바이오디젤의 의무 혼합 비율을 3.5%로 높이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3%)보다 0.5% 높아진 것으로, 산업부는 2030년까지 혼합 비율을 5%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2012년 도입된 신재생 에너지 연료 혼합 의무제(RFS)를 강화하는 차원이다.
바이오디젤은 바이오에탄올과 함께 가장 널리 쓰이는 바이오 연료다. 바이오디젤은 역사가 석유 디젤보다 앞선다. 독일 출신 기계 공학자 루돌프 디젤(1858~1913)이 디젤 엔진 연료로 활용한 최초의 물질은 바이오디젤의 한 종류인 땅콩기름이었다. 석유 디젤이 등장한 것은 그로부터 10여년 뒤인 1900년대 중반의 일이다. 디젤은 사망하기 전까지 콩기름 등 각종 식물성 기름의 연료화를 시도했다.
우리나라는 2002년 경기도 화성에 세워진 바이오디젤 시범 주유소가 효시다. 이후 2006년 석유 업계와 협약을 거쳐 전국적으로 보급이 확대했다.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는 RFS가 시행된 건 2012년이다. 최초 2%로 시작한 RFS는 3년마다 0.5%씩 높아져 올해 3.5%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2007년 ‘바이오디젤 중장기 보급 계획’에서 혼합 비율을 장기적으로 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도입까지 진통 겪은 RFS···EU는 ‘바이오 연료’ 10% 사용 의무화
RFS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혼합 의무자인 정유사들이 비용 문제로 난색을 나타내면서다. 시범 사업 이후 보급까지 4년이 걸린 것도 정부-정유 업계 간 조율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유 업계는 정부 계획대로 RFS 비율을 3%에서 5%까지 끌어올리면 2,56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디젤 가격은 경유의 1.5~2배 수준으로 알려진다.
다만 정부는 산술적 수치에 불과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해명 자료를 내고 “(2,560억원은)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 비율 상승에 따른 전체 비용 부담 증가 추산치로 대부분 최종 판매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라며 “정유 업계 부담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또 바이오디젤 사용 확대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편익 및 바이오 에너지 산업 성장 등을 고려하면 국가·사회의 전체 편익이 비용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해외는 바이오디젤 활용에 적극적이다. 유럽 연합(EU)은 2009년 ‘신재생 에너지 지침(RED I)’을 도입해 수송용 연료(휘발유, 경유) 소비량 가운데 바이오 연료를 포함한 재생 에너지 비중을 최소 10% 이상 올릴 것을 주문했으며, 미국은 환경보호청(EPA) 주도 아래 수송용 화석 연료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2007년부터 RFS를 실시하고 있다. EPA는 공급 업체의 바이오 연료 의무 공급 실적을 1년 단위로 평가한다.

◇ “팜유 농장 짓자” 멀쩡한 우림 태워 비판도
일각에선 바이오디젤이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바이오디젤의 핵심 원료인 팜유 때문이다. 팜유는 기름야자(오일팜)에서 채취되는 과육 기름이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70% 이상 생산된다. 문제는 이들 국가가 팜유 농장을 더 많이 짓기 위해 멀쩡한 우림을 불태우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 2030년까지 팜유를 바이오디젤 연료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바이오디젤 시장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우드 매켄지에 따르면 바이오디젤의 일평균 생산량은 현재 1억 4,301리터(ℓ)에서 2030년 4억 7670만ℓ로 3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이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바이오 항공유가 전체 항공유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바이오 항공유는 비행기 급유 목적으로 생산된 바이오 연료를 뜻한다.
국회 입법조사처 박연수 연구원은 “환경 영향 등을 고려해 차세대 원료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연료 비중을 높이려는 추세가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RFS의 도입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범위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높인 바이오 연료 위주의 선별적 보급을 장려하는 게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 부담에 대한 수용성 확보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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