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으로 수소 에너지 만드는 강원도

강원도, 강원테크노파크-그린사이언스와 함께 플라스마 수소 생산 실증 사업 진행 도비 20억, 민간 5억 투자받아 오는 9월 태백 재활용 선별시설에 수소 추출 플랜트 완공 플라스마로 폐기물 연소해 수소 추출...초고온 상태서 진행돼 오염 물질 완전 연소 가능

2021-02-17     양원모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폐플라스틱의 14%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넷뉴스>는 현재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집중 탐구를 통해 미래 전략을 모색해봤다.

<폐플라스틱> 시리즈

①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 박차 '정부·기업 협력 강화'

② 폐플라스틱으로 수소 에너지 만드는 강원도

③ 스타트업도 관심 갖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新산업 되나

④ 쓰레기에서 환경연료로···‘폐플라스틱’의 변신

[이넷뉴스] 강원도가 민간 기업과 손잡고 폐플라스틱에서 수소를 추출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한다. 폐플라스틱 등을 플라스마로 열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로, 시설 개발이 완료되면 하루 10톤(t) 이상의 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내 일일 수소 소비량의 절반을 재활용 그린 수소로 충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처치 곤란’ 1호 폐플라스틱, 수소로 재탄생한다 

강원도는 2022년까지 도비 20억원을 들여 강원테크노파크, 그린사이언스와 폐합성수지를 활용한 플라스마 수소 생산 실증 사업을 진행한다고 15일 밝혔다. 그린사이언스는 2011년 강원도 태백에 설립된 신재생 에너지 전문 기업이다. 이번에 도가 확보한 플라스마 수소 추출 기술을 국내에서 처음 개발했다. 핵융합, 플라스마 전문가인 이봉주 한동대학교 첨단그린에너지환경학과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폐플라스틱은 2018년 세계 1위 수입국 중국이 수입 중단을 선언하면서 전 세계 정부의 ‘처치 곤란’ 대상 1호로 떠올랐다. 플라스틱은 특성상 재활용이 어려워 70~80%가 소각, 매립된다. 우리 정부는 태국, 베트남에 대신 수출하는 식으로 중국의 거부에 대응해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플라스틱 생활 폐기물은 109만t으로, 2019년보다 14.6% 늘어난 수치다. 

도는 1차 추경을 통해 2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민간 투자 5억원을 받아 올 9월까지 태백 재활용 선별시설에 수소 추출 플랜트를 완공할 계획이다. 도에 따르면 매일 태백에서 재활용 선별 시설로 유입되는 폐플라스틱양은 10.6t으로, 플랜트 구축이 완료되면 일 100㎏의 수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수소는 폐광 지역에서 운행하는 수소 열차, 수소 충전소, 연료 전지 발전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강원도청 전경. (사진=강원도)

◇ 3,000도 초고온서 완전 연소···상용화 시 매일 수소 10t 생산 전망

강원도가 상용화에 나서는 폐플라스틱 처리 기술은 폐기물을 연소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먼저 폐플라스틱, 폐섬유 등의 폐기물을 마이크로파(전자파) 플라스마 토치 화기 안에 넣어 연소한다. 3,000도의 초고온에 노출된 폐기물은 산화 과정에서 여러 부산물을 배출한다. 이 가운데 증기는 스팀 터빈 발전에 쓰고, 탄소·수소 등 나머지 물질은 일정 단계를 거쳐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한다. 

플라스마 처리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오염 물질 배출이 최소화되는 것이다. 연소 과정에서는 타르, 다이옥신, 일산화탄소 등 여러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 특히 다이옥신은 ‘청산가리’로 불리는 사이안화 포타슘보다 독성이 약 500배 크고, 인체 내 반감기가 최대 12년에 달한다. 하지만 도가 확보한 기술은 고압으로 밀폐된 플라스마 토치 화기 안에서 연소가 이뤄지고, 3,000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에서 대부분의 유해 물질을 완전 연소시킬 수 있다. 

강원도는 2025년 도내 일일 수소 소비량이 20.6t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증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2025년에는 일일 소비량의 절반 수준인 수소 10t을 매일 생산할 수 있다. 현재 도내 모든 시군에서 발생하는 일일 플라스틱 폐기물량은 약 177t으로, 이 가운데 99t(55%)을 재활용하면 매일 10t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플라스마 처리 기술은 톤당 약 100㎏의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그린사이언스는 오는 4월 완공을 목표로 태백시 철암동에 전자파 플라스마 토치 기술이 적용된 가스화 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사진=Pxhere)

◇ ”철암 발전소 완공되면 매일 1.2t 수소 생산 가능” 

플라스마 처리 기술은 개발한 그린사이언스는 세계 최초로 전자파 플라스마 토치를 상용화한 기업이다. 그린사이언스는 오는 4월 완공을 목표로 태백시 철암동에 전자파 플라스마 토치 기술이 적용된 가스화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가스화 발전은 폐기물 등의 고체를 가스로 만들어 발전하는 기술이다. 철암 발전소의 연간 예상 발전 용량은 3.0㎿로, 1년간 7,500가구가 쓸 수 있는 규모다. 

그린사이언스는 철암 발전소에서 하루 600㎏가량의 수소를 추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수소 600㎏은 현대자동차 넥쏘 수소차 100대의 수소 연료통을 꽉 채울 수 있는 양”이라며 “오는 9월부터 태백 재활용 선별 시설에서 추출하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매일 총 1.2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린사이언스를 이를 통해 연내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강원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폐기물 재활용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시멘트 1위 업체 쌍용양회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동해, 영월 공장에 총 1,000억원을 들인 폐합성수지 재활용 설비 가동을 시작했다. 업체는 이를 통해 올해 폐플라스틱 등 순환 자원의 유연탄 대체 비율이 현재 2배 수준인 5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