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도 관심 갖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新산업 되나
산업계도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된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폐플라스틱의 14%만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넷뉴스>는 현재 폐플라스틱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집중 탐구를 통해 미래 전략을 모색해봤다.
<폐플라스틱> 시리즈
①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 박차 '정부·기업 협력 강화'
[이넷뉴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8년 공개한 ‘폐플라스틱의 발생화 재활용 현황’에 따르면 2015년 한국에서 발생한 폐플라스틱은 약 690만t이다. 이렇게 발생된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업체가 수거해 재활용하거나 중국 등에 수출했다. 한국에서 폐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것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말 중국 환경보호부(環境保護部)는 폐플라스틱류를 포함한 24종의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한국은 폐플라스틱류를 수출하지 못했고 오히려 일본 등 주변국가로부터 국내로 수입되는 폐플라스틱류의 양이 증가했다.
한국 정부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했다. 산업계는 플라스틱 재활용과 관련된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 페트병에 라벨이 없어진다
우선 음료수 페트병 디자인이 바뀔 전망이다. 환경부는 지난 4일 '먹는샘물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 개정에 따라 ‘상표띠(라벨)가 없는 먹는샘물(소포장제품)’과 ‘병마개에 상표띠가 부착된 먹는샘물(낱개 제품)’의 생판∙판매를 허용했다. 먹는샘물 용기의 자원순환 촉진을 위해서다.
그 동안 페트병에 붙어 있던 라벨은 비닐 소재로 분리수거가 가능했지만 접착제 때문에 분리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식음료 기업은 라벨이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비접착식으로 디자인을 바꿨지만 소비자가 일일이 분리해서 버리는 것을 쉽게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따라서 재활용 수거업체는 추가로 인력과 비용을 들여 페트병 분리작업을 해야만 했다. 앞으로 출시되는 먹는샘물 제품은 라벨 없이 병마개나 소포장 겉면에 제품정보가 표시될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월 ‘아이시스 8.0 에코’ 1.5L를 출시하면서 페트병에 라벨을 없앴다. 국내 최초의 ‘무(無)라벨 생수’다. 개봉 및 음용 후 따로 분리작업 없이 분리수거함에 버리기만 하면 된다. 분리배출의 번거로움과 라벨 사용량은 줄이고 페트병 재활용률은 높였다.
기존 라벨에 기재된 제품명, 수원지, 무기물 함량 등 정보는 병뚜껑 포장 필름에 인쇄했다. 전체 표기사항은 묶음용 포장박스에 기재했다. 6월에는 ‘아이시스 ECO’ 500mL와 2L 제품에 라벨을 없애며 무라벨 생수 제품군을 늘렸다.
◇ 칠성사이다 페트병이 투명해진 이유?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는데 디자인이 한몫한다. 색이 들어간 페트병보다는 무색 제품이 활용 범위가 넓다. 투명도가 높고 이물질이 없어 잘게 부수면 섬유나 시트, 솜 등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패션업계에서 친환경 소재로 주목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친환경 트렌드에 따라 대표 제품 칠성사이다의 페트병 디자인을 기존 초록색에서 무색으로 과감하게 바꿨다. 1985년 1.5L를 출시한 이후 35년 만이다. 대신 기존 이미지는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뚜껑을 흰색에서 초록색으로 변경했다. 향후 롯데칠성음료는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패키지 연구하며 자원순환 활성화에 힘쓸 계획이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페트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다. 바로 ‘페트병 분리수거함’이다. ‘친환경’을 기반으로 ‘보상’ 시스템에 주목했다.
오이스터에이블의 IoT(사물인터넷) 기반 ‘오늘의 분리수거’ 앱은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함이다. 바코드 리더와 AI(인공지능) 기반의 인식기능이 탑재돼 있다. 무게와 적재량을 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돼 중앙에서 실시간으로 분리 배출함의 상태가 확인된다. 투명 페트병에 부착된 바코드를 태그하고 라벨을 분리한 뒤 수거함에 넣기만 하면 된다. ‘오늘의 수거’ 앱을 통해 포인트가 적립된다. 수거된 투명페트병은 의류 및 액세서리로 재탄생한다.
수퍼빈의 ‘네프론’은 AI 재활용품 분리로봇으로 모양, 재질, 상태 등 딥러닝으로 재활용품을 분리한다. 이용자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캔, 페트병 등 종류와 개수에 따라 현금 포인트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전국 7개 초∙중∙고등학교에 현금이 아닌 1시간 봉사시간으로 대체하는 ‘수퍼루키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 SK의 ESG경영 가속화∙∙∙플라스틱 재활용 연구 나서
한편 최근 SK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가속화하면서 일부 SK계열사도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연구에 나서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생활용품기업 크린랲과 ‘업소용 친환경 PE(폴리에틸렌, Polyethylene) 랩(Wrap)’ 개발에 성공했다.
기존 업소용 랩은 PVC(폴리염화비닐, Polyvinyl Chloride)다. 수분 차단이 잘 되고 잘 늘어나 꾸준히 사용돼 왔다. 그러나 다른 합성수지와 섞일 경우 제품의 강도가 떨어지고 소각하면 유해화학물질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재활용이 불가능해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있다.
양사가 개발한 업소용 친환경 PE 랩은 SK종합화학의 고기능성 PE 소재와 초박막 랩 설계 기술에 크린랲의 가정용 PE 랩 개발 노하우가 더해진 제품이다. 제품 소각 시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고 합성수지 제품과 분리하지 않아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통신 안테나 제조기업 하이게인안테나와 업계 최초로 레이돔(Radome) 재활용에 성공했다. 레이돔은 안테나에 씌우는 둥근 모양의 덮개다. 안테나가 받는 풍압(風壓)을 적게 하거나 눈 또는 비로 인해 전파가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면서 핵심 부품을 보호하기 위해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 그동안 노후 안테나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매우 어려워 대부분 소각됐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후 안테나 플라스틱으로 새로운 장비를 제작하는 길이 열린 셈이다. SK텔레콤 측은 “2021년 약 30t(톤)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을 줄일 것”이라며 “이는 1.5L PET병(무게 30g 정도) 약 100만 개를 줄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넷뉴스=박민정 기자] parkminjung@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