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전기차 폐배터리 한 해 배출량 8만개 웃돌 것으로 예상···2020년 대비 16배 증가
전기차 폐배터리, 원래 성능 60~80% 유지···단가까지 낮아 재활용 가능성 무궁무진
현대자동차그룹 등 배터리 재사용 사업화 추진···해외에선 전문 스타트업까지 등장
[이넷뉴스] 전기차 시대 개막과 함께 급증이 예상되는 ‘폐배터리(리튬이온 배터리)’의 재활용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수명이 다해도 원래 성능의 60~80%를 유지하면서 단가까지 낮아 활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기업 수요가 끊이지 않았지만, 각종 규제로 사실상 수급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실증 특례 승인이 나며 사업화에 길이 열렸다.
◇ 전기차 배터리, 성능 20%만 떨어져도 ‘교체 대상’
14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9년 국내에서 배출되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8만개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2020년(4,700여개)과 비교해 약 16배 늘어난 수치다. 당장 2024년부터 한 해 1만여개의 폐배터리가 쏟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관련 규정은 사실상 없었다. 특히 배터리 주요 성분인 리튬 등에 포함된 독성이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요소다. 구성 부품들 가운데 가장 가격이 높다. 전체 가격의 40%를 차지한다. 그러나 초기 용량 대비 80% 이상 감소하면 사용 가치가 떨어져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재활용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돼 왔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에 따르면 7~8년 정도 사용해 수명을 다한 전기차 폐배터리도 ESS로 용도를 변경하면 10년 이상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규제다. 현행법상 전기차 배터리는 환경·안전 문제로 폐차 시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해야 한다. 민간 시장이 발전을 못 한 가장 큰 이유다. 다행히 얼마 전 재활용의 길이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술에 대한 실증 특혜 승인을 얻은 것. 현재 국회에 계류된 전기·전자제품·자동차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까지 통과되면 폐배터리 수급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둘 다 가능···기업은 ‘재사용’ 선호
폐배터리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재가공된다. ‘배터리 재사용’과 ‘배터리 재활용’이다. 배터리 재사용은 배터리 본체를 조금 손질해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이다. 앞선 ESS 재활용이 대표적 예다. 배터리 재활용은 폐배터리 양극재에서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해 원자재로 쓰는 것이다. ‘NCM(니켈·코발트·망간)’이란 별명이 있는 세 물질은 배터리 제작 과정의 핵심 원료로 희귀 금속에 속한다.
기업들이 선호하는 건 재사용이다. 사업화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비용도 적다. 하나금융투자 김연수 연구원은 "재사용 사업은 배터리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기존 팩 형태 그대로 ESS에 활용하는 방식"이라며 "모듈과 셀 단위 해체가 필요하지 않아 안전하고 추가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자동차 자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 및 배터리 업체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배터리 재사용 사업에 뛰어든 기업에는 한화솔루션, 현대차그룹 등이 있다. 최근 돋보이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울산 공장 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생한 전력을 전기차 폐배터리를 모아 만든 2㎿h급 ESS에 저장한 뒤 다시 외부로 공급하는 친환경 발전소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에서 회수한 배터리를 재사용해 친환경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태양열, 수력, 풍력, 조력, 지열 등 변동성이 큰 재생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과 활용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3GWh급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ESS 보급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 성장 예상···해외에선 전문 스타트업 등장
폐배터리 시장은 성장 가도가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19년 15억 달러(약 1조 6,500억원)에서 2030년 181억 달러(약 20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불과 10년 만에 10배 이상 덩치를 불리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스타트업까지 등장하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설립된 레드우드 머티리얼스(Redwood Materials)는 전기차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폐광물 자재를 수집·재활용해 배터리, 가전, 자동차 제품 생산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고객사 가운데는 파나소닉, 아마존 등 글로벌 대기업도 있다. 레드우드 머티리얼스의 설립자는 테슬라 공동 창업자인 J.B 스트라우벨이다.
스트라우벨은 인터뷰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레드우드는 배터리 및 전기 제조 산업을 혁신하면서 배터리 폐기물 솔루션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news@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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