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대체육’ 시장, 탄소중립의 완전한 미래 될 수 있을까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16.5% 문제는 가축의 메탄가스···‘유기 농법’ 전환으로 ‘탄소 제로’ 가능 ‘유기 농법’과 ‘대체육’의 동반 성장으로 온실가스와 에너지 소비량 절감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흡수 또는 제거를 통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하고 있다. <이넷뉴스>에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집중 탐구해봤다.
<탄소중립 전망> 시리즈
① [전망] ‘본격적인 탈탄소 시대 도래’ 2020년 탄소중립 현황과 전망은?
② [전망] ‘화석연료 신규투자 중단’ IEA 로드맵 실현 가능할까
[이넷뉴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육식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분야는 ‘대체육’ 시장이다. 식물 단백질로 고기와 비슷한 맛을 구현하거나, 실험실에서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고기로 만드는 기술은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는 긍정적이지만, 대체육을 소비하는 것이 예상보다 친환경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탄소 중립을 위한 근원적인 요인은 시스템의 전환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 가축 메탄 방출량이 문제?···유기 농법(Organic farming) 전환이 ‘해결책’
많은 전문가는 가축이 내뿜는 메탄가스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상당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가축’이 기후목표 달성 전략을 위한 핵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식물을 통해 단백질을 얻는 대체육 시장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이에 대한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당수의 전문가는 공업적 농업(Industrial farming)을 유기 농법으로 전환하는 것이 대체육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보다 오히려 ‘탄소 중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엔농업기구(FAO)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 7.1기가톤(Gt)에 이르며 이 중 소가 배출하는 양이 65%에 이른다. 이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6.5%를 차지한다.
가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은 사료 생산 방법이 45%를 차지하고 가축이 사료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양이 39%, 분뇨 분해 과정에서 이뤄지는 양이 10%를 차지한다.
즉, 탄소 중립을 위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식물 공급원에서 단백질을 얻는 대체육 시장을 키우는 것보다 가축을 키우는 농법의 시스템 개선이 우선 돼야 한다는 것.
일례로 오가닉 공법으로 기른 목초나 해초를 가축의 주 에너지원으로 할 경우 해당 목초는 가축으로부터 나오는 메탄가스를 대기 중으로 날려 결국 탄소 발자국을 제로의 상태로 만들어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농약으로 인해 연간 전 세계 73억 마리의 동물이 사망하고 토양이 침식되는 등의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진에 의해서도 유기 농법이 탄소 중립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2018년 해초의 일종인 바다고리풀을 소에게 먹이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메탄가스 배출을 최대 82%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와 함께 소 분뇨 처리 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 역시 상용화되고 있다. 일례로 BMW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농장과 협업해 소 분뇨에서 발생한 메탄가스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 9만 2,000톤(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유기 농법과 대체육 시장의 동반 성장 ‘필요’
문제는 현실적으로 모든 농장이 유기 농법을 사용하는 농장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공장식 농장이 수확량과 수익 측면에서 월등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식물 공급원에서 단백질을 얻는 대체육 시장이 무섭게 떠오르고 있다. 대체육이란 완두, 대두, 코코넛 오일 등의 식물에서 추출하거나 동물의 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으로 고기를 제조해 실제 고기와 비슷한 맛과 영양성분을 제공하는 식품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육류시장에서 대체육 시장의 점유율은 6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체육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2009년 미국에서 설립한 비욘드미트(Beyond Meat·BYND)를 꼽을 수 있다. 비욘드미트의 패티는 완두콩, 녹두, 현미를 기반으로 단백질을 구성한다. 마블링은 코코넛 오일과 코코아버터를 통해 구현하며 비트 주스로 육즙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 상장한 비욘드미트는 2020년에는 전년 대비 36.6% 증가한 연 매출 4억 680만 달러를 달성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 중이다.
그 뒤를 맹추격 하는 브랜드는 임파서블푸드(Impossible Foods)다. 대두를 주성분으로 식감을 위해 밀과 감자 단백질을 첨가하고 코코넛 오일로 육즙을 구현했다. 임파서블푸드는 오는 2024년까지 기존 고기 버거 수준의 가격을 달성해 오는 2035년까지 모든 육류를 대체하는 것을 기업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대체육 시장도 활발하다. 롯데푸드, 농심, 신세계푸드 등 식품기업들이 대체육 브랜드를 론칭해 떡갈비, 완자, 만두, 햄 등의 제품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스타트업 기업들도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 분야 어벤져스라는 의미의 A-벤처스로 선정한 위미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창업한 위미트는 올해 초 고수분 대체육 제조방식(HMMA)이 적용된 100% 식물성 치킨 육 개발에 성공해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HMMA는 값비싼 압출기가 필요하지만, 위미트는 기존의 주방 설비로도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앞으로 치킨 대체육 시장에 다양한 형태의 치킨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대체육의 고기 생산 방식은 탄소중립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례로 미국 미시간 대학이 비욘드미트의 생산 방식에 따른 환경 영향 조사 결과 기존의 소고기 패티 생산 방식보다 온실가스 배출량 90%, 에너지 소비량 46%를 절감했으며, 물과 토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최근의 소비자들 역시 맛과 가격 그리고 환경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맥도널드, KFC, 피자헛, 타코벨 등 글로벌 식품 기업들이 대체육을 생산하는 기업과 협업을 시작했고, 이는 국내에도 영향을 끼쳐 동원F&B와 카페 투썸플레이스가 대체육 제품을 선보이는 등 앞으로 대체육 시장은 일상 속 소비제품으로 그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2020년 글로벌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7% 오른 약 70억 달러에 달할 만큼 고성장하고 있다.
영국 맨체스터에 거주하고 있는 한 교민은 “약 2년 전만 하더라도 마트 내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품이나 대체육 섹션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대체육 식품이 굉장한 인기몰이를 하면서 제품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체육 제품들을 먹어본 결과 맛은 고기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식감은 고기와 매우 비슷했다”며 “앞으로 여러 작은 단점들이 보완된다면 대체육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대체육과 함께 최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배양육(lab grown meat)이다. 하지만 여전히 배양육이 만들어지는 공정에서 사용되는 배양액, 항생제, 첨가제 등과 같은 안전성의 검증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어 싱가포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판매는 하지 않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후 동물의 줄기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생산하는 배양육 시장이 대중화된다면 고기를 목적으로 한 가축 농장이 줄어 생태 복원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배양육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축산업을 유기 농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유기 농법을 기반으로 한 축산업과 대체육 시장의 동반 성장은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