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④] 스마트 제조, 디지털 전환의 핵심 축
사람 아닌 공장이 학습···2026년, 제조업 두 번째 르네상스 맞을까 제조업 리셋, 리쇼어링과 스마트팩토리가 만드는 새 질서 생산의 논리, '비용'에서 '안정성'으로 이동한다
2026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이때, 한국경제는 또 한 번의 전환점에 서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패권 경쟁, 인구구조의 급변 속에서 산업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넷뉴스>는 ‘2026 대전환, 한국경제의 새 축을 찾아서’ 기획시리즈를 통해 인공지능(AI)과 그린테크, 실버이코노미, 스마트제조, K-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 축을 심층 진단한다.
급변하는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미래 먹거리를 모색하며,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의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 AI 내재화 전쟁, 2026년 기업 생존 가를 분수령
④ 스마트 제조, 디지털 전환 핵심 축
⑤ 2026 K바이오 산업의 핵심 트렌드···AI 신약개발부터 바이오 빅데이터까지
[이넷뉴스] 2026년의 제조업은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가 융합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는 이제 산업 경쟁력의 절대 조건이다. ‘사람이 명령하고 기계가 움직이는’ 시대에서,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 제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불안, 인력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동력이 바로 디지털 전환(DX)이었다.
정부의 ‘K-스마트제조 혁신 3.0’ 정책을 기반으로 2025년까지 4만 개 이상의 스마트공장이 구축됐고, 2026년에는 완전 자율형 생산라인을 갖춘 기업이 본격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다. 이 곳은 AI 기반 로봇이 조립과 품질 검사를 수행하고, 공정별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돼 불량률이 30% 이상 감소했다.
삼성전자·LG전자는 반도체 및 가전라인에 예측형 유지보수 시스템을 적용해, 설비 중단 시간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처럼 제조업은 더 이상 ‘생산의 현장’이 아니라 데이터의 전장이 됐다.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참여다. 대기업 중심의 디지털 전환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자금과 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 앞에 놓인 문턱은 여전히 높다.
스마트공장 솔루션의 표준화, 클라우드 기반 제조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정부는 ‘산단 AI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은 현장 중심의 민간 협력에 달려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능형 제조’는 새로운 패권 경쟁의 무대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소사이어티 5.0’, 미국의 ‘AI 매뉴팩처링 이니셔티브’는 모두 제조업의 알고리즘화를 목표로 한다.
2026년 이후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은 '스마트화'다. AI와 IoT, 로봇 기술이 결합된 공장은 인력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생산의 정밀도를 높인다. 특히 제조용 AI는 생산계획 수립, 품질 예측, 설비 유지보수까지 담당하며 기존 공정의 효율을 30%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AI 제조 플랫폼, 표준화된 데이터 인프라, 지역별 스마트 산업단지 구축이 필수적이다.
제조업은 다시 한국 경제의 심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만 그 중심은 값싼 노동이 아니라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될 것이다. 한국이 이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사람-공장’이 실시간 연결된 생산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 제조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확장하는 기술’이다. 현장의 경험과 AI의 분석력이 결합될 때, 한국 제조업은 진정한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김규민 기자(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