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분석] 韓 해상풍력 시장 진출에 속도 내는 덴마크 기업들

베스타스·오스테드 등 덴마크 해상 풍력 기업, 한국 진출···지자체 등과 MOU 체결 ▲정부 정책 ▲부족한 기술력 ▲지리적 조건 등 배경으로 꼽혀 ‘에너지 주권’ 침해 우려도···”기술, 인프라 등 현실적 조건 무시할 수 없어”

2021-06-11     양원모 기자

전 세계가 해상풍력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가용성이 뛰어나고, 기술도 빠르게 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접지 면적에 대한 발전량을 크게 확보할 수 있고, 유해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또한, 높은 설비 이용률도 자랑한다. <이넷뉴스>는 해상풍력 발전의 현상황을 톺아보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나갈 전략을 집중 조명해봤다.

<해상풍력> 시리즈

① 해상풍력 미래가치 향상···핵심은 ‘수익성’

② 철강업계, 신성장동력으로 ‘해상풍력시장’ 주목

③ [해상풍력 분석] 韓 해상풍력 시장 진출에 속도 내는 덴마크 기업들

④ [단독] 육상 풍력 줄고 해상 풍력 시대 온다···풍력에너지 치킨게임 시

[이넷뉴스] 해상 풍력 세계 1위 덴마크가 한국으로 기술 영토를 넓히고 있다. 현지 대형 풍력 업체들이 국내 지방자치단체·기업 등과 손잡고 잇따라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 덴마크는 북대서양 해류와 대서양에서 불어오는 편서풍 영향을 받아 풍력 자원이 풍부하다. 쓰고 남은 전력을 이웃 국가에 판매할 정도다. 덴마크는 2018년 기준 전체 전력의 60%를 재생 에너지로 대체했으며, 이 가운데 40%를 풍력에서 얻고 있다. 

◇ 해상 풍력 시장에 부는 ‘덴마크 바람’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4일 베스타스(Vestas), 씨에스윈드와 국내 해상 풍력 산업에 관한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한국판 그린 뉴딜 정책의 구현 및 국제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위해 힘을 합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외에도 그린 뉴딜의 주요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인 ‘해상 풍력 12기가와트(GW) 발전’ 달성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베스타스는 1898년 설립된 덴마크의 풍력 터빈 제조 전문 업체다. 한때 전 세계 풍력 터빈 3분의 1을 생산하기도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직원 3,000명을 해고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5년 연속 세계 풍력 터빈 생산랑 1위를 기록하며 완벽히 부활에 성공했다. 씨에스윈드는 풍력 타워 제조 분야 세계 1위의 국내 기업이다. 최근 베스타스의 미국 풍력 타워 공장을 1,66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베스타스가 풍력 터빈 세계 1위라면, 오스테드(Ørsted)는 해상 풍력 발전 세계 1위다. 2020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글로벌 지속 가능 경영 100대 기업’ 1위에 오른 오스테드는 해상 풍력 단지를 통해 전 세계 1,300만명에게 친환경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오스테드도 지난해부터 목포대학교·인하대학교·포스코 등과 MOU를 체결하고, 국내 해상 풍력 및 그린 수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스테드의 네덜란드 보르셀 1·2 해상 풍력 단지 (사진=오스테드)

◇ 삼면 바다 둘러싸인 한국···해상 풍력 단지 조성에 최적

덴마크 기업들이 국내 산·학·연·정과 공격적으로 MOU를 맺는 배경으로는 ▲정부의 적극적인 신재생 에너지 정책 ▲부족한 기술력 ▲지리적 조건 등이 꼽힌다. 오스테드는 2019년 국내 해상 풍력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2030 이행 계획 발표 이후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 가중치가 확대되면서 경제성이 올라갔고, 사업(진출)에 탄력을 받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술 역량도 진출 발판이 됐다. 덴마크는 자타공인 세계 1위 해상 풍력 강국이다. 오스테드는 여의도 면적 32배에 달하는 세계 최대 해상 풍력 단지를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500여개의 해상 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했다. 베스타스도 2020년에만 전 세계 32개국에 1만 6,186메가와트(㎿)의 풍력 터빈을 신규 설치했다. 반면 한국은 유니슨이 일본·자메이카·터키·에콰도르 등에 수출한 44㎿가 최고다. 

마지막은 지리적 강점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상 풍력 발전에 유리한 환경이다. 단위 면적당 가장 효율적인 재생 에너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해상 풍력 자원의 90% 수심 50m 이상 바다에 집중돼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는 ‘부유식 해상 풍력 단지’에 조성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췄다. 부유식 해상 풍력 단지는 발전 설비를 배처럼 바다 위에 띄우는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푸에블로 카운티에 설치된 베스타스의 풍력 터빈 (사진=위키미디어)

◇ ‘에너지 주권’ 우려도···”기술 자국화가 가장 시급”

MOU의 결실은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 오스테드는 지난해 11월 인천 옹진군 덕적도 앞바다에 1.6GW 규모의 해상 풍력 단지 조성에 대한 인허가를 받고, 지난 5월 포스코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총사업비 8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2026년 이후 상업 운전을 개시하겠다는 목표다. 두 회사는 앞서 오스테드에 10만톤(t) 이상의 공급하는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타스는 지난 5월 씨에스윈드, 전라남도와 풍력 터빈·풍력 타워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글로벌 해상 풍력 투자·개발 업체 CIP도 국내 발전 업체와 참여를 결정했다. 헨릭 앤더슨 베스타스 회장은 “베스타스의 세계적 기술력을 현지화하고, 해상 풍력 생산 공급망을 구축해 전남이 글로벌 풍력 발전 중심지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해외 기업에 재생 에너지 자원이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른바 ‘에너지 주권’ 문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인프라 등 현실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 ‘해외 기업에 텃밭을 내준다’는 비판이 나올 걸 모르고 (국내 지자체, 기업이) MOU를 맺은 게 아니란 말”이라며 “가장 시급한 문제가 기술 자국화다. 우리 기업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