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화석연료 신규투자 중단’ IEA 로드맵 실현 가능할까
2050 탄소중립 달성 위해 전 세계 획기적 변화 촉구 탄광 증설 및 유전, 가스개발 신규 사업 중단 권고 일본, 호주 정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회의적 입장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흡수 또는 제거를 통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하고 있다. <이넷뉴스>에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집중 탐구해봤다.
<탄소중립 전망> 시리즈
① [전망] ‘본격적인 탈탄소 시대 도래’ 2020년 탄소중립 현황과 전망은?
② [전망] ‘화석연료 신규투자 중단’ IEA 로드맵 실현 가능할까
[이넷뉴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전 세계가 청정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와 다양한 정책을 내세우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실제 배출량은 계속해서 증가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에 빠졌던 글로벌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올해는 2010년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연간 배출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과감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정책 실행 및 성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미국 <ABC> 방송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IEA는 기후변화 당사국회의를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400여 개의 이정표를 제시하며 이 같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 화석연료 사업 및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특히 IEA는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 신규투자 즉각 중단,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대폭 확대 등의 내용을 상세하게 담아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의 획기적인 변화와 행동을 촉구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우리가 정부와 업계 지도자들로부터 듣는 미사여구와 실제 행동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며 “보고서의 내용처럼 대대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탄소중립이 이뤄질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수백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IEA는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미래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탄광을 증설하고 새롭게 유전과 가스를 개발하는 사업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재생 에너지 생산과 운송 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화석연료 사업과 함께 2035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신규 판매를 멈추고, 에너지 효율을 매년 4%씩 높이는 한편 2030년까지 태양력과 풍력 에너지 발전 비중을 4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IEA는 권고했다. 또한 중국과 인도 등 개발도상국이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IEA 로드맵에 회의적인 호주와 일본
보고서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꼬집으며 미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일부 회원국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IEA가 화석연료의 엄청난 수요를 대체할 적절한 대안을 찾지도 못한 상황에서 미래 에너지 안보를 오히려 위험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IEA의 창립 멤버인 일본도 이번 권고안에 대해 회의적이다.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일본 정부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신규 화석연료 투자 중단과 석탄의 단계적 폐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고, 산과 섬이 많은 등 지형적인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이 높아 당분간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주 역시 화석연료 투자를 계속할 것임을 시사했다. 키스 피트 호주 자원부 장관은 “IEA의 시나리오가 탄소 포획 기술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석탄과 석유, 가스는 앞으로 수십 년간 호주의 에너지 정책과 수출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호주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활용, 화석연료 기반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로부터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가스산업을 대표하는 국제가스연맹 역시 IEA의 로드맵이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앤디 칼리츠 국제가스연맹 사무총장은 "전력 공급과 운송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고 도시와 공장의 에너지 공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며, 에너지 세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 2020년 한국 석탄발전량 36%
한국의 상황은 이웃나라 일본과 비슷하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수력, 풍력 발전 등을 위한 지리적 조건이 좋지 않고 화석연료 의존도와 제조업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이를 획기적으로 감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전체 발전량 가운데 석탄이 차지하는 비율은 36%에 달한다. 전년에 비해 4%가량 줄었지만 전체 발전량 가운데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30년 석탄발전 예상 전망치는 29.9%, 신재생에너지는 20.8% 수준으로 IEA가 이상적으로 제시하는 로드맵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2050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큰 틀에서 최선을 다하며,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머리를 맞대 논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이넷뉴스=조선미 기자] su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