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본격적인 탈탄소 시대 도래’ 2020년 탄소중립 현황과 전망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원 증가로, 원유 소비량 점차 감소 친환경차 시장, 전기차와 수소차의 양강 체제 탄소중립,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

2020-12-03     김그내 기자

전 세계가 탄소중립에 동참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흡수 또는 제거를 통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하고 있다. <이넷뉴스>에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집중 탐구해봤다.

<탄소중립 전망> 시리즈

① [전망] ‘본격적인 탈탄소 시대 도래’ 2020년 탄소중립 현황과 전망은?

② [전망] ‘화석연료 신규투자 중단’ IEA 로드맵 실현 가능할까

③ [전망] 재제조 산업, ‘탄소중립·신산업 육성’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④ [전망] ‘대체육’ 시장, 탄소중립의 완전한 미래 될 수 있을까

[이넷뉴스] 기후 위기 대응은 지금 전 세계의 가장 큰 화두다. 유럽연합(EU)에서 최초로 제시한 탄소중립(Net-zero)의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번지며 올해 에너지 시장은 본격적인 탈탄소 시대를 맞아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 한해 에너지 시장을 달군 이슈를 통해 탄소중립 현황과 전망을 짚어봤다.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주요국들은 점점 심화하는 지구온난화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 전체의 과제’임을 직시하고,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그린 뉴딜’ 정책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올해 7월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점으로 한국형 그린 뉴딜 정책을 수립,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 대한민국’을 선언하고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대열에 동참했다.

탄소중립이 세계의 추세가 되고 있는 가운데,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국은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 공공시설 제로 에너지화, 저탄소·녹색산단 조성 등 전력, 산업, 수송, 건물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산업 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탈바꿈한다는 저마다의 노력은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 '친환경' 바람을 불게 했고, 전 산업 분야에 변화를 촉발시켰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원 증가로, 원유 소비량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unsplash)

◇ 화석연료의 위기 

심각해진 기후위기에 세계 각국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 중이다. 특히 대기오염의 주범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석탄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2020년 4월 20일,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적으로 원유 가격의 안정선은 배럴당 50달러 전후다. 2020년 4월 서부텍사스유가 배럴당 –37.63달러를 기록한 이후, 국제 원유 가격은 50달러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가까운 미래에 석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돼 사람들이 이동이 잦아지면 석유 수요가 다시 증가해 유가는 조금씩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에 의해 전기차, 수소차 중심으로 교통환경 변화가 가속화되고 향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가 더욱 뚜렷해짐에 따라 원유 소비량은 점차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차의 증가와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인한 석유 소비량 감소가 향후 더 클 것으로 예상했으며, 에너지원별 수요에서 현재 14.1% 수준인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2040년에 20.7%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세계의 메이저 에너지 기업들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석유기업인 엑손 모빌은 2020년 들어 사상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인 네덜란드의 로열더치셸, 영국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 최대 석유 기업 BP는 2030년까지 석유 가스 생산을 4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BP의 CEO 버나드 루니는 석유 시대의 종말을 언급하며, BP는 석유 기업이 아닌 종합 에너지기업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의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는 올해 말 발간한 연차보고서에서 글로벌 석유 수요의 절정기가 최대 3년은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유가 하락의 주요이유가 당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과 물류의 이동이 줄어든 탓이고 해도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원이 늘어나고 교통수단이 전기 동력으로 대체되면서 원유 소비량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것. 에퀴노르는 이로 인해 향후 수년간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진다고도 분석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화석연료가 에너지 산업의 중심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석유회사인 에퀴노르와 로열더치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은 석유에 대한 신규 투자를 줄이는 한편,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늘리고 있다. 

에너지 시장은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 화력발전은 파리 기후협약의 이행과 기후 변화 이슈에 의해 가장 먼저 퇴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리너 테슬라의 전기차. (사진=테슬라)

◇ 그린 모빌리티의 부상! 전기차 성장 가속화 이어 수소차 보급 확대 전망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는 탄소배출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계도 2020년 변화의 파고를 맞았다.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잇달아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했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 역시 친환경으로 사업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2020년 본격적으로 ‘그린 모빌리티’로 자동차 시장이 재편되는 모양새로, 그 중심에 전기차와 수소차가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업·정부·가계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에 쓴 돈은 5,000억 달러 이상이다. 자동차 판매량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2019년 대비 19% 축소됐지만, 전기차 시장은 사상 최초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3%를 차지하며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친환경 투자가 증가한 건 소비 수요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속속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선언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 부문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노르웨이, 네덜란드, 아일랜드, 슬로베니아, 이스라엘, 인도, 프랑스, 영국, 싱가포르, 대만 등은 2025년부터 최대 2040년까지 내연기관 신규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신규 공장 건설을 금지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그린뉴딜의 일환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와 충전시설 4만5,000기를 확충하고, 수소차 20만대와 충전소 450기를 구축하겠다는 그린모빌리티 보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전통의 자동차 기업들도 친환경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 자동차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 중 하나인 메르세데스 벤츠는 향후 20년 내 친환경 자동차만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현대자동차도 2030년까지만 내연기관 신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발 앞선 전략으로 전기차 시장의 리더로 급부상한 테슬라는 2019년 37만대에 이어 올해는 50만여 대를 판매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에는 8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돼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테슬라는 특히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한편,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망인 ‘스타링크’를 통해 독자적인 ‘커넥티드 카’ 생태계를 구축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는 현재 수준이라면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연간 25%씩 성장해 2025년에는 전체 자동차 시장 중 9.4%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 에너지라 불리는 수소시장의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수소차 또한 미래의 친환경 자동차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금융 전문지인 ‘주요증권보’는 “올해가 전기차의 해였다면 2021년은 수소차의 활약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미국과 중국 증시에는 수소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월 23일 미국 나스닥에서 수소연료전지 기업인 빌라드파워시스템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자 이튿날 상하이 증시에서도 수소연료전지 관련주가 일제히 급등하기도 했다.
향후 친환경차 시장은 전기차와 수소차의 양강 체제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전기차에 이어 수소차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공공서비스용 차량으로 상용 수소차 보급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초로 무공해트럭 의무판매제도를 도입해 2024년부터 기업이 판매하는 차량의 일정 비율 이상은 반드시 전기차나 수소차에 할당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친환경차 비율을 국내 판매 차량의 3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제 하에 2025년까지 수소차 2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는 이미 탈탄소화를 선언했고, 글로벌 산업과 경제의 전환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 2020년의 변화를 한번에 아우르는 키워드, 탄소중립&그린뉴딜

탄소중립을 실현하고자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그린뉴딜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추진되고 있다. 에너지 공급 측면에서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한편, 에너지 수요 측면에서는 첨단 ICT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산을 추구하는 것. 이는 기후변화 대응과 화석연료 이후에 대한 준비부터 제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산업의 연계, 그린 모빌리티로의 전환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다.

2020년은 신기후체제 대응을 위한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해로, 연료를 소비하는 발전방식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재생에너지는 크게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6.6% 증가했으며, 특히 풍력은 10%, 태양광은 20%나 늘었다. 2020년 한 해 동안 재생에너지는 사상 최초로 유럽에서 화력발전 비중을 넘어섰으며 세계 전력 공급의 9%를 책임졌다. 

새로운 국제질서로 등장한 글로벌 탄소중립 트렌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 세계적인 봉쇄가 이뤄지면서 연료 수출입이 뚝 끊기자, 연료 수입 부담이 없는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커진 것. 이에 따라 주요 국가에서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또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에너지-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훼손된 글로벌 공급망의 대안 제시에 나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을 축으로 한 경제와 환경의 조화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저탄소 에너지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IEA는 당장 내년부터 재생에너지 시장이 올해 대비 10% 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린뉴딜 정책을 통한 탄소중립에 대한 관심과 이로 인한 변화가 내년에는 어떤 성과를 낳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