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은∙∙∙”교육∙연구∙사회참여∙탄소중립대학”

대학 탄소중립 간담회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탄소중립과 그 너머’ 개최 홍종호 교수 “20~30대가 목소리 내야” 2007년 미국 대학 총장들이모여 ‘미국 총장 기후변화 위원회’ 구성 “학생들, 기후변화 대응의 주체 될 수 있어”

2022-11-15     임효정 기자

[이넷뉴스] 기휘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을 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에너지전환포럼은 14일 오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대학 탄소중립 간담회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탄소중립과 그 너머’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총학생회와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연합회의가 주최했다.

◇ 한국사회, 준비 안 돼 있어

기조 발제에 나선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제공)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과 대학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 발제에 나섰다.

홍 교수는 “지금 보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울산 공업탑이 건설된 1962년부터 1991년까지 3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갈 때 조국 근대화가 일어난다’는 인식이 지배적일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부터 먹고 살려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1990년대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 이후로 ‘아, 이게 다가 아니구나’하는 인식이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기후변화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대한민국 경제에 퍼펙트 스톰으로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위기 시대, 한국 사회와 한국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수 있는 이 시기 한국 사회는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

홍 교수는 “컨센서스가 없고 이념 논쟁으로 비화까지 된다. 93%의 1차 에너지를 전부 수입하는 나라에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하나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한국전력이 30조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어느 공동체와 어느 집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대학생들이) 이제 20~30대를 지나면서 한국 사회의 중추가 돼 가는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대학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크게 4가지라고 짚었다. 교육, 연구, 사회참여, 탄소중립대학이 그것이다.

그는 “특히 수업에서 학생들이 굉장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내는데 하나도 실현이 안 되고 있다. 학교에서 교양 과목을 통해서 특히 1학년생들에게 기후위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최근 <기후위기와 인류>라고 하는 학제 간 교수들의 협업을 통한 과목을 개설했다. 여러분들이 좀 더 대학의 모습을 교육, 연구, 사회참여에 있어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활동들을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발제에 나선 하지훈 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학생.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제공)

◇ 미국 대학들,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 나서

이어 발제에 나선 하지훈 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은 ‘탄소중립을 위한 국내외 대학의 노력, 사례와 과제’에 대해 소개했다.

하 씨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07년에 미국 대학 총장들이 모여 ‘미국 총장 기후변화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실천적인 측면에 중심을 둔 행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각 대학들에 진행하도록 프로그램을 전달했다. 7가지 액션 중 최소 2가지 이상 참여해야 한다. 또 미국과 영국은 지속가능한 캠퍼스 평가 지표를 만들고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운영 중이다.

캘리포니아 메르세드(Merced)대학교는 모든 신입생에게 입학과 동시에 지속가능성 관련 오리엔테이션에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환경을 전공하지 않아도 입학한 모든 신입생들에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올해는 8,5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가능성에 대해 배우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

코넬대학교의 경우, 모든 학생들이 ‘기후 문해력’을 이해하고 졸업할 수 있도록 했다. ‘기후 문해력’이란 자신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어떤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스탠포드대학교는 캠퍼스 전체에 있는 에너지 소비량의 상당 부분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 학생들 대상 설문조사 및 진단을 하게 하고, 학생들이 실천을 했을 경우,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학생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는 2000년대부터 대학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계속 추적하고 공개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2016년에는 이미 그들이 2006년 수립했던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 2018년에는 2026년 화석연료 중립, 2050년에는 화석연료 탈피를 목표로 세웠다.

하 씨는 “특기할 점은 2021년 9월 하버드대학교가 대학기금을 통한 화석연료 관련 산업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교 기금으로 화석연료 관련 산업 투자를 중단하도록 만든 게 바로 재학생과 동문들이다. 10년 가까이 목소리를 내왔고 심지어 2016년에는 소송까지 했다. 학생들은 패소했으나, 결국 2021년 9월 학교가 앞으로 화석연료 관련 사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 내에서의 탄소 중립을 넘어 대학이 투자를 통해서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연구와 교육을 선도한다는 것이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 “학생들에게도 책임질 기회 달라”

윤채림 서울대학교 환경동아리연합회의 의장은 ‘학생들의 관점에서 본 대학 탄소중립의 필요성 및 과제’에 대해 발제했다.

윤 의장은 “서울대학교 신입생이 될 때부터 제가 상상했던 서울대학교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윤리적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공간이라고 상상해왔다. 그러나 학내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실망했다.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학교에 기대하는 것이 분명히 있고, 우리가 그걸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부끄러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사실 환경 문제가 선택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가령 왜 내가 이면지로 인쇄할 권리가 없는지 (의문이다). 펄트지가 아니라 갱지로 인쇄된 것을 씀으로써 스로를 환경에 덜 위해를 주는 사람으로 만들고, 친환경적인 실천을 하고 싶다. 전기에 있어서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고 화석연료에서 나온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채식 선택을 하고 싶은데 육식 선택지밖에 존재하지 않을 때 맞닥뜨려야 했던 좌절감. 왜 그런 선택권은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 건지에서 시작해 그런 선택지들을 더 많이 만들어 달라는 요구들을 학교에 해왔다”고 그간의 활동들을 전했다.

그는 “쓰레기를 바르게 버릴 권리와 책임, 그리고 이번 여름에 홍수로 인해 서울대에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그런 재난을 만들지 않을 권리와 책임도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들이 선택에 책임을 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선택권들을 학교 내에 많이 보장을 해달라, 책임을 질 기회를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 “이행 주체로서 좋은 역할 할 수 있어”

토론자로 나선 신예경 중앙환경동아리 씨알 회장은 학생들이 기후변화 대응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총학생회 선거에도 9명의 학생들이 모여 선거 참여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희가 총학생회 각 선거운동본부에 제안하는 환경 관련 의제들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제들로 토론도 이뤄지고 양측 선거본부에서 다양한 의견들을 가지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효능감을 느꼈고, 또 많은 발전을 기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현재 서울대학교에서는 온실가스 에너지 관리 센터에서 인포그래픽 발행을 하고 있고 모니터링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목표 대비 평가, 그리고 성과 및 원인 분석에서 조금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이 부분에 굉장히 관심이 많기 때문에, 참여를 해서 직접적인 전문성을 가지는 데는 부족하더라도 실제 모니터링에 참여해 지적을 한다거나 학생들은 계속 관심을 갖고 볼 의지가 있다. (따라서) 계속 참여한다면 이행 주체로서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학 탄소중립 간담회 ‘기후위기 시대 대학의 역할: 탄소중립과 그 너머’가 개최되고 있는 모습. (사진=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이넷뉴스=임효정 기자] im@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