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산하 발전사들, ‘일감몰아주기·내부거래·불시정지사고’까지?
남동발전과 1천억원 도급계약 체결 A사, 자회사에 하도급 몰아줘 논란 불시정지로 인한 손실비용 78억원에 달해
[이넷뉴스]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의 백태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5개 발전사 퇴직자들이 특정 업체에 재취업한 뒤 해당 업체에 발전정비공사를 몰아주고, 해당 업체는 자회사에 하도급을 내리는 내부거래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 불법 하도급까지
11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이 한국동서발전, 서부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중부발전 등 한국전력공사(대표이사 사장 정승일, 한전) 산하 발전 5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전 5사는 8개 민간 발전정비업체(민간육성사)와 총 311건의 발전정비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1조 422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많은 계약금액을 가져간 업체는 A사로 총 3,447억 원, 전체의 3분의 1가량을 수주했다. 두 번째로 많이 수주한 B사의 계약금액은 1,659억 원으로 A사의 절반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해당 도급사가 자신의 자회사 두 곳에 하도급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김경만 의원이 각 발전사별 하도급계약 시 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특수관계사 여부를 확인한 결과 유일하게 A사만 특수관계에 있는 업체 2곳에 하도급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들은 A사의 자회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최근 5년간 A사에 재취업한 발전사 임직원은 총 13명으로 이들은 각각 A사 본부장부터 사업소장, 사외이사, 고문 등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원은 “과거 한전KPS가 독점하던 공사를 민간업체 육성차원에서 8개 업체를 선정한 정책이 20년이 흐른 지금, 공사 몰아주기와 내부거래를 수수방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의 민간육성사 체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충분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발전사로부터 직접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는 발전정비공사 뿐만 아니라 발전5사가 발주하는 수많은 공사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은 뒤 “발전5사의 ‘하도급관리 강화 표준안’이 발전정비공사에 국한해 적용될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 공히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 불시정지 사고로 연평균 15억원 넘는 손실비용 발생
이와 함께 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이 지난 5년간 발전소 불시정지 사고로 78억 원가량 손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인적 과실로 인한 피해도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더 철저한 발전소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충북 제천시‧단양군)이 한전 산하 5개 발전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개 발전 자회사는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73.6일, 232건의 불시정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 손실비용은 78억 2,300만 원에 달한다.
발전소 불시정지 사유는 기계 결함이나 장비 이상 등으로 예고된 정지가 아니기 때문에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20분 정도 정지해 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면 전력을 생산하지 못해 손해가 생긴다.
이에 매년 경영평가에도 발전소 불시정지가 평가 항목으로 포함되는 등 발전소 운영에 있어서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발전소 정지는 경영평가 항목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피해 액수로는 서부발전이 32억 3,7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손실의 41.4%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중부발전이 20억 7,200만 원, 남동발전이 12억 3,950만 원, 남부발전 8억 6,400만 원을 기록했다. 가장 적은 피해액은 동서발전이 기록한 4억 1,100만 원이다. 동서발전은 2021년 경영평가에서 S등급을 받았다.
서부발전의 피해액수가 컸던 이유는 2020년 8월 발생한 태안발전소 5호기 불시정지 때문이다. 9.2일 동안 주변압기 손상으로 정지됐는데 손실 비용만 18억 5,80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수로는 중부발전이 9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후 서부발전 45건, 남부발전 40건, 남동발전 28건, 동서발전 27건이 뒤를 이었다.
인적 과실로 인한 불시정지도 매년 발생했다. 업무지침 위반이나 관리 소홀 등이 그 이유다. 경영평가 S등급을 받았던 동서발전을 제외하고 4개 발전사에서 총 12건의 인적 과실이 발생했다. 손실비용만 1억 8520만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 불시정지는 자칫 인명피해나 재해로 연결될 수 있기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모회사인 한전이 적자 부담을 안은 상황에서 발전 자회사 역시 비용 손실을 최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엄태영 의원은 “한전 경영악화가 날로 심해짐에 따라 산하 발전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시정지 사고로 매년 평균 15억 원이 넘는 손실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매년 계속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발전사들이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시정지로 인해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긴다면 불편함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점검‧관리 등을 통해 최대한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임효정 기자] im@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