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ESG는 되돌릴 수 없는 큰 흐름”
‘2022 글로벌 ESG 포럼’서 기조강연 “인류, 문명사적으로 획기적인 대전환 맞아”
[이넷뉴스] 반기문 전(前) 유엔(UN) 사무총장이 ESG는 되돌릴 수 없는 큰 흐름이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대한상의)와 국제 ESG 협회(공동회장 옥용식, 이재혁), 고려대 ESG연구센터(센터장 이재혁)가 공동 주관하고 LG가 후원하는 ‘2022 글로벌 ESG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포럼은 29일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렸다.
기조강연에 나선 반 전 총장은 오늘날 인류는 문명사적으로 획기적인 대전환을 맞고 있다고 운을뗐다.
반 전 총장이 밝힌 대전환은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전환, 디지털 트랜지션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그린 전환, 그린 트랜지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촉발시킨 생활 양식의 전환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는 ESG 경영으로서의 전환 네 가지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시장과 투자자, 소비자들이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ESG 경영을 강조하면서 ESG 경영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의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반 전 총장의 설명이다.
그는 “ESG 경영은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과 행정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새 정부도 민관 합동 ESG 전담기구 설치, K-ESG 고도화 등 ESG를 다양한 형태로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ESG는 어느 한 요소가 강조되는 것이 아니라 E, S, G 하나의 경영전략 속에 통합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공유가치창출(CSV)과 같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는 것.
반 전 총장은 이러한 문명사적 대전환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고 밝혔다. 대전환을 통해 인류가 추구하는 목표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무총장으로서 ESG를 채택하게 한 데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단기주의에 입각해 성과와 이익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장기주의에 기반해 인류의 집단지성을 모아 대전환의 결과가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명사적 대전환들은 서로 분리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혁신과 기술 그리고 협력과 연대의 태도로 지속가능발전에 부흥할 수 있도록 전환의 과정을 진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유엔이 정의하고 있는 지속가능발전은 두 가지 측면에서 개념화되어 있다고 밝혔다. 우선, 지속가능발전은 미래세대가 쓸 수 있는 자원을 헤치지 않고, 현 세대의 번영을 이루는 발전을 의미한다.
반 전 총장은 “다음으로 어느 누구도 낙오되지 않는 포용적인 경제성장과 사회발전, 그리고 환경보호가 서로를 지탱해 나가는 발전을 의미한다. 어느 한 축이 무너지게 되면 세계 축 간의 악순환은 기대할 수 없다. 경제, 환경, 사회적 성과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실현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반 전 총장은 지속가능발전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은 “경제성장, 사회발전을 추구하는 인간계, 환경이라는 자연계와의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지속가능발전을 조망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도움이 되는 선순환을 만들어서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연에 대해 파괴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경우 자연은 반작용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SG는 “한때 유행이 아니”라고 밝힌 반 전 총장은 두 가지 관점에서 ESG 경영은 되돌릴 수 없는 큰 흐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이 밝힌 첫 번째 이유는 유엔의 책임투자원칙에 기반한 ESG 투자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금융기관에서 ESG 운영자산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인 1.3조 달러의 25배인 45조 원에 달했고, 2030년에는 글로벌 전체 운용자산의 95%가 ESG 투자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기후변화가 위기를 넘어 재앙으로 현실화되고 있고, 따라서 가장 책임이 큰 기업에 대해 강도 높은 기후대응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 전 총장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1도가 올라갔다. 2050년까지 우리가 0.4도밖에 안 남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교육, 그리고 컨설팅 등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제품 생산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 RE100에 대한 압박도 증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가 맞이한 과제도 세계 신정신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지구를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모두의 도덕적 책임이다. 적극적인 기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넷뉴스=임효정 기자] im@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