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을 통해 살펴본 ‘전력산업 독점구조’ 해소가 필요한 이유
전경련, ‘주요국 전력산업 구조비교 및 시사점’ 발표 “시장경쟁 원리 도입해 혁신 이끌어야”
[이넷뉴스 임효정 기자] 전력산업에 단계적 시장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1일 발표한 ‘주요국 전력산업 구조비교 및 시사점’을 통해 전력산업의 독점구조를 해소하고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력은 ‘발전-송전-배전-소매’의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그러나 전경련은 이러한 독점모델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한국, 한전 중심 독점 체제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9년 전력산업 3단계 구조개편을 결정한 바 있다. 1단계에서는 발전을 수평분할 하는 ‘발전경쟁’, 2단계에서는 망 수직분리를 통한 ‘배전 수평 분할’, 3단계에서는 소매부문 신규 진입을 허용하는 ‘소매경쟁’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개편안은 노조파업 등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1단계에서 중단됐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발전부문은 6개 발전사가 70%를 담당하고 있다. ‘송전-배전-소매’에 이르는 과정은 한국전력(한전)이 100% 담당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한전 중심의 공공독점 모델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 시장경쟁 체제로 이행 중인 주요 선진국
반면, 주요 선진국은 독점 모델에서 시장자유화 모델로 이행하고 있다. 영국은 단일 독점사의 경영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직분리와 수평분할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민간 주도의 시장경쟁 체제가 자리잡았다.
2020년 기준 4개의 발전사가 발전의 54%를 맡고 있으며, 송전은 3개 송전사, 배전은 6개 배전사, 소매는 5개 소매사가 67%를 담당하고 있다.
시장경쟁 체제 활성화로 소매사업자는 20개에서 50개로 증가했고, 소규모 소매사업자의 점유율은 1%에서 33%로 크게 증가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 혁신 벤처기업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통해 고객편의도 증진됐다. OVO 에너지는 저렴한 요금제와 함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10대 독점회사의 지역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소매부문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했다. 이와 함께 송∙배전망 분리독립을 통해 망 중립성을 확보했다.
신규 소매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증가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대폭 확대됐으며, 주요 전력사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사업효율성을 개선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전력시장 자유화 지침에 따라 4대 독점회사의 송전망을 분리독립했다. 이를 통해 지역 기반 소규모 사업자를 활성화하고 태양광, 풍력 등 분산전원을 확대했다.
주요 전력회사는 분산전원 확대에 발맞춰 소매부문에서 다양한 신 사업을 추진 중이다. E.ON의 경우, 에너지 효율, 전기차 충전, 스마트시티 등 디지털 기반의 사업을 시작했다.
프랑스 역시 EU의 지침에 따라 단일 독점회사인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송전망과 배전망을 분리독립했다. 소매부문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도 허용했다.
2019년 DEF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규제부문과 경쟁부문으로 분할했다. 기저전원, 송전망과 신재생에너지, 소매부문을 분할함으로써 에너지 안보와 시장경쟁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단계적∙점진적 시장경쟁 도입으로 혁신을 유도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경련 측 입장이다. 전경련은 “주요 선진국처럼 대용량 소비자부터 단계적으로 소매부문을 개방해 에너지 혁신 벤처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국 중 소매부문을 독점 중인 국가는 이스라엘과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또 시장친화적∙혁신주도형 전력산업 토대를 구축해 송배전망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자 간 공정경쟁의 여건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취약계층과 제조업체 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구조개편 이행 과정에서 시장 혼란과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약계층과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체를 위한 특별균등화제도, 장기전력조달제도 등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신속한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력부문 탄소감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기존 전력 도매시장은 화력, 원자력 등을 기반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태양광, 풍력 등 다양한 분산전원을 수용할 수 있도록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넷뉴스=임효정 기자] hyo@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