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합의···韓 ‘원전 중심’ 출구전략 먹힐까

2030년 신재생 에너지 40% 비중 확대 법제화 그린 택소노미, ‘원전배제’ 결의안 의결 현정부 친원전 정책···재생에너지 위축 우려

2022-06-29     김그내 기자
원전 우대 정책이 재생에너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유럽연합(EU)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법안을 채택했다. 반면, 우리나라 새 정부는 원전을 에너지 정책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원전 우대 정책이 자칫 재생에너지 축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강제화

EU 집행위원회가 27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 소비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비중 40% 확대를 합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32%보다 8% 더 올린 수치다.

세부적인 실행 목표도 제시됐다. 신재생에너지 사용은 연간 평균 평균 1.1%, 빌딩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이 49%까지 늘어난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계획발표에 이어 법제화까지 이어지면서 각국의 친환경 정책은 ‘구속력을 갖춘’ 글로벌 체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이제 강제화됐다. EU가 합의한 신재생에너지 40% 비중을 맞추려면 기존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이 두 배 이상 커져야 한다.

EU가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법언울 지난 27일 채택했다. (사진=언플래시)

뿐만 아니라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21일 유럽의회 상임위는 '그린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배제하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EU는 올해 초, '그린 택소노미'를 통해 원전도 '친환경'으로 분류한 바 있다. 다만, 방사성 폐기물 처리계획 및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자금 및 부지 등의 단서가 붙었다.

실제로 인정받기에는 쉽지 않은 조건부 조치다. EU은 오는 7월 6일 본회의에서 원전을 택소노미에서 최종 배제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EU의 이런 움직임은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에 비중을 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고리 1·2호기 원전.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방향은 원전산업 부활···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친환경을 앞세운 EU의 전략과 달리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원전 우대'가 확실시되고 있다.

내달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 발표를 앞두고 지난주 잇따라 공론의 장이 열렸다. 민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정부는 친원전 의지를 재확인시켰고, 산업계와 시민단체들은 재생에너지 위축 우려와 더불어 원전 안전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에서 내비친 정부의지는 분명했다. 탈원전정책 폐기를 에너지 분야 새정부 국정과제의 근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22일 정부는 1조 원 이상의 발주, 6,700억 원대 기술투자 등을 담은 '원전산업 협력업체 지원 방안'을 발표,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 수립에 힘을 실었다.

23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전환포럼과 공동 주최한 '새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공개토론회'에서도 정부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믹스를 원전 중심으로 이끌어가겠다는 방침을 재천명했다.

21일 열린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공청회’ 현장. (사진=산업부 제공)

공식적인 에너지 정책이 발표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읽히는 부분이다. 현 정부는 탈원전 폐기와 원전의 녹색분류, 원전 10기 수출 추진 등 2050 턴소중립 대응 전략으로 원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원전 비중 확대가 신재생 에너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EU를 비롯해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전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어 ‘경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 빠른 원전 산업 정상화를 강조하며 탈원전 폐기는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등 다른 에너지 부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 시 RE100 달성 저해로 인한 수출 저해 우려까지 거론된다. 

현재 전 세계는 공통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에너지원의 퇴출이 논의되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해 화석연료로 만든 제품에 대해서는 세금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리나라가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EU가 원전을 친환경에너지 가치에 위배하는 에너지라는 판단을 내린다면, 탄소국경조정제도와 같은 또 다른 원전 규제 이슈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결국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에너지 출구전략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만을 우대하는 정책은 출구전략에 있어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6.8% 정도다. 현재 수준으로도 연간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량(지난해 21.5TWh)은 삼성전자(27.0TWh)나 SK하이닉스(23.5TWh)의 한해 전력 사용량에 못 미친다.

이미 일본과 미국이 20%를 넘고, 중국의 경우 29% 정도이며, EU 국가는 전체적으로 40%가 넘는다.

업계는 에너지원을 충분히 다변화시켜 이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재구성할 것인지가 정책의 관건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EU 등은 재생에너지에 있어 에너지원 다변화를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우리나라 현 정부는 원전에 올인하는 분위기다”라며 “실질적인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서 강력한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3일 열린 새정부 에너지정책방향 공개토론회에서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수석연구원 또한 "원전 우대 정책으로 재생에너지 비중 하향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만큼 현 정부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에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SK E&S 차태병 재생에너지 본부장은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24%까지 낮춰도 현재 7%인 비중을 앞으로 8년 내 대폭 끌어올려야 하는 도전적 목표인 것은 변함 없다"며 "원전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쉬엄쉬엄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