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규 양수발전 건설이 지지부진한 4가지 이유

전 세계가 주목하는 양수발전···우리나라 현주소는

2022-06-21     김규민 편집국장
1996년에 착공해 2006년 8월 31일 완공된 국내 최대 규모 '양양양수발전소'. 남대천으로부터 물을 모아 전기를 생산하며 250MW 발전기 4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이넷뉴스)

[이넷뉴스 김규민 편집국장] 21일 정부가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할 에너지저장장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에너지저장협회(European Association for Storage of Energy, EASE)가 발표한 ‘2030∙ 2050년 에너지 저장목표(Energy Storage Targets 2030 and 2050)’ 보고서를 통해서도 에너지저장장치 확대가 필요한 이유를 살펴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에너지시장은 에너지저장장치 시스템의 역할을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유럽은 빠르게 증가하는 재생에너지를 통합할 수 없으며, 2030년 및 2050년 탄소중립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시스템 필요량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저장장치 및 과거 저장장치 구축 추이. (그래프=EASE)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0기가와트(GW), 2050년까지 최소 600GW의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14GW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확대가 필요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전력망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최대 680GW의 에너지저장장치가 필요하다는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전망도 발표됐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미국에는 현재 23GW가량의 양수발전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2050년까지 최대 150GW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올해 4월 기준, 92개의 신규 양수 프로젝트가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업계 요청에 따라 3년 내 허가절차 완료를 위한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에서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atter, BBB)’ 법안에 양수발전소 건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Investment Tax Credit, ITC)와 같은 강력한 인센티브를 포함함으로써 양수발전 확대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을 살펴보자. 36GW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수발전소를 보유 중인 중국은 2021년 발표한 ‘제1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2030년까지 양수발전을 12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최근에는 이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270GW의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양수발전 건설 투자비를 송배전요금에 얹어 회수함으로써 사업추진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를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충분한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사진=이넷뉴스)

양수발전을 통해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탄소중립’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충분한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에너지저장장치 없이는 도달할 수 없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충분한 저장장치가 확보된 후에야 재생에너지를 통한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호주 등 재생에너지 선도국에서 장주기 에너지저장장치, 특히 양수발전 설비 확대를 활발히 진행 중인 이유다.

우리나라도 선제적으로 양수발전 설비를 충분히 확보해 재생에너지 확대를 뒷받침해야 효율적인 탄소중립을 구현할 수 있다. 양수설비는 확대되는 재생에너지의 전력계통을 수용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신규 양수발전 건설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양수발전의 현실에 맞지 않는 차별적 청책과 규제를 들 수 있다. 예컨데, 전기차 배터리에만 부여되는 인센티브를 들 수 있다. 2020년 유럽 일부 국가들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했으며, 중국은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2022년까지 연장하는 인센티브 추가 도입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양수발전 건설과 관련된 인센티브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 10년가량 소요되는 긴 허가 및 공사기간이다. 즉각적인 투자 회수가 어려운 양수발전의 특성에 따른 리스크 증가로 투자 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미국 FERC는 업계 요청에 따라 3년 내 허가절차를 완료함으로써 건설 기간을 앞당길 수 있는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셋째, 국가 차원의 목표 미설정 등 양수발전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마지막으로 양수설비 서비스에 대한 전력시장의 미흡한 보상이 있다.

대규모 저장장치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양수발전 활성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업계의 활발한 연구와 더 많은 관심이 절실하다.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통해 국내에도 양수발전 건설이 활발해지길 기대해본다.

양수발전 없는 탄소중립 구현은 요원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림=한국수력원자력

[이넷뉴스=김규민 편집국장] new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