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업계, 기후금융 점수 저조···"ESG경영 기조 맞물려야"

국내 금융계 90% 이상 기후금융 체계 부실 제1금융권 중심으로 기후금융 상품 물꼬 터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친환경 금융규모 확대는 필수”

2022-05-31     문경아 기자
국내 금융기관의 90% 이상이 기후금융 정책 방침이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전 세계 금융계가 기후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계의 변화도 촉구되고 있다. 기후공시가 점차 의무화되면서 지속가능한 금융 정책과 녹색상품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전망이다.

아직까지 국내 금융계의 기후금융체계는 미미하다. 국내 금융기관 90%이상이 탈석탄, 탄소중립을 위한 금융정책이 전무하거나 부족하다. 제1금융권에서는 녹색채권 및 탄소회계금융 상품 등을 출시하며 그린금융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가운데 그 실효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국내 금융기관 90% 이상 기후금융 체계 부실

국내 그린금융에 경고신호가 켜졌다. 전 세계 금융계의 친환경 정책 데이터를 보여주는 FFOC(Finance For Our Climate)에 한참 뒤쳐진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기후금융 정책과 이행 수준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웹 페이지 FFOC. (사진=기후솔루션 제공)

전 세계 기업들의 ESG경영이 필수로 자리 잡으면서 기후공시도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각 국 금융계의 기후대응 평가기준 시스템도 점차 다양해질 전망이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FFOC를 기반으로 기후 대응 데이터를 제공하며 국내 금융계의 기후 대응 개선을 도울 계획이다.

최근에는 FFOC를 기반으로 국내 금융기관 100여곳을 평가한 결과 90% 이상의 기관이 기후금융체계가 저조하다는 평을 받았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기후금융평가 데이터인 FFOC를 기반으로 국내 금융기관을 평가한 결과 100대 금융기관 중 93곳이 기후정책 마련에 부실함을 보였다”고 전했다.

FFOC를 기획한 기후솔루션은 탈석탄 선언 여부, 석탄 관련 투자 중단, 석탄기업 배제 등 8개 평가 기준으로 금융기관들의 기후대응정책 수준을 비교했다. 국내 금융기관 100곳 중 8개의 평가항목을 모두 불충족한 기관은 29곳이며 탈석탄 정책 계획을 밝혔더라도 피상적인 정책에 그친 기관은 64곳에 달했다.

반면, 삼성화재, SC제일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총 7곳의 금융권은 비교적 세밀한 기후금융 관리로 눈길을 끌었다. 삼성화재와 SC제일은행은 석탄 이용 비율이 각 각 30%, 5%를 넘기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다. 미래에셋증권 또한 석탄발전가동 비율을 30% 넘기는 기업에 면밀한 투자 고려를 권고하고 있다.

기후솔루션 측은 “삼성화재와 SC제일은행, 미래에셋증권이 비교적 구체적인 기후금융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석탄기업에 대한 완전한 투자배제 등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며 더욱 높은 투자 제한기준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 제1금융권을 중심으로 기후채권 발행 등이 이뤄지면서 기후금융 초입에 들어섰다. (사진=픽사베이)

◇ 신한·하나·KB금융 기후금융 경영 구축 시동

국내 제1금융권들을 시작으로 자체적인 기후금융 경영도 확대되고 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KB금융은 지속가능한 금융 경영 확대로 기후대응에 대한 투자자 확대 및 자금조달을 목표로 한다.

신한은행은 기후채권을 발행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들 중 기후변화 프로젝트에만 쓰일 수 있도록 제한을 둔 채권이다.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탄소회계금융협회(PCAF)의 탄소 저감 실천방안에 따라 2030년까지 30조 원의 친환경 금융규모를 실현할 것”이라며 점진적인 기후채권 확대 발행계획을 전했다.

넷제로은행연합. (사진=KB금융그룹 제공)

하나은행과 KB금융그룹은 넷제로은행연합(Net-Zero Banking Alliance, NZBA)에 가입해 금융기관 간의 친환경 금융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제로은행연합에 가입한 금융기간 간에 지속가능한 정책 공유가 가능해 그린금융 목표를 실현하는데 의의를 둔다.

하나은행은 자사 업무장소에서 배출되는 탄소량 저감 목표를 위해 매년 탄소배출량을 공시할 방침이다. KB금융도 자사 온실가스 배출량을 공시해 넷제로은행연합 가치를 실현하는데 주력한다.

◇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ESG경영과 기후 금융 시너지에 초점”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은 ESG경영와 기후금융의 합작으로 남다른 금융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ESG경영 원칙 준수와 친환경 금융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조 회장은 집중적인 녹색경영으로 2020~2021년 금융 실적 초과 달성을 기록했다. 각 부문별로 녹색투자 1조 6412억원, 녹색대출 2846억원, 친환경 프로젝트 금융 7679억 원 등 대내외적으로 우수한 기후금융 경영을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기존의 ESG경영을 한 단계 더 실행시키고 친환경 금융 전환과의 합작으로 시너지를 보여나가겠다. 행동하는 것만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저탄소 경제를 위해 금융의 역할이 막대한만큼 ESG경영과 기후금융에 대한 남다른 비즈니스 성과를 위해 고민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공부문의 선도적인 기후금융 투자 환경 조성과 함께 민간금융업계의 친환경 경영 구축이 어떠한 시너지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SG경영과 기후 금융 간의 시너지가 신금융 산업의 경영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문경아 기자] mka927@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