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강국 도약 비밀 ‘주민 참여’에 있다···"한국, 갈 길 멀어"

한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하위권···주민·기업간 상생방안 모색해야 신재생에너지 강국, 주민 자발적 참여형 시스템 구축으로 시장 선도

2022-05-20     김그내 기자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주민갈등’을 잘 봉합해야 한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글로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10%를 넘었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흐름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가속도를 올려야 시점이다. 하지만 탄소중립 실현 과정에서 ‘주민갈등’이 여전히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한국의 저조한 재생에너지 성장세···아시아 주변국 사이에서도 뒤쳐져

세계의 탄소중립 시계는 지금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2021년 기준 주요국의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10%를 돌파했다. 17일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펴낸 '국제 전력 리뷰 2022'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02개국 발전량의 태양광 비중은 3.7%, 풍력 비중은 6.6%로 집계됐다.

신재생에너지 부문 최고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는 생산전력 절반 이상인 51.8%를 태양광·풍력으로 대체해 ‘퍼스트 무버’(first-mover)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우루과이(46.7%)·룩셈부르크(43%) 등도 40%를 넘는 비중으로 뒤를 이었다.

독일(28.8%)·영국(25.2%))·네덜란드(24.6%) 등 주요 유럽 국가들도 20%대를 웃돌며 상위권에 포진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중국(11.2%)·베트남(10.7%)·일본(10.2%) 등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뒤늦게 탈 탄소 대열에 합류한 미국 역시 13.1%로, 평균을 이미 뛰어넘었다. 반면, 한국의 발전비중은 전세계 평균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4.7%다. 사실상 태양광·풍력 후진국이다.

신재생에너지 부문 최고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덴마크에서는 주민참여형 사업이 활발하다. (사진=픽사베이)

◇ 태양광·풍력 발전 강국들 “탄소중립을 앞당기는 힘 ‘주민참여’에 있어”

높은 수준의 태양광·풍력 전환율을 보이는 이른바 ‘신재생에너지 강국’들은 한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민 투자를 유도해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는 수익을 기업·주민이 공유하는 상생방안을 구축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개인이 풍력발전에 투자해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준다. 풍력 사업자가 시설 4.5킬로미터(km) 이내 거주 주민에게 최소 20% 이상의 주식 경매를 의무화하고, 1인당 5계좌까지 소득세가 면제된다.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익이 지역에 녹아드는 구조를 기반으로 덴마크는 전 세계 1위 풍력 강국이 됐다.

독일은 협동조합을 통한 시민 참여 강화를 적극 활용했다. 2006년 8개였던 독일 재생에너지 협동조합은 2017년 855개까지 늘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17년 독일 재생에너지 설비의 42%가 개인 혹은 농민 소유였다. 현재 독일 내 친환경에너지원에 투자한 조합은 1,200개에 육박한다. 주민 주도형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인구는 약 800만 명에 이른다.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용량 249MW 상당수가 주민 소유다. (사진=세계풍력에너지협회(GWEC))

영국 역시 정부의 주도 아래 주민들이 참여하는 방식의 프로젝트를 통해 해상풍력 세계 1위로 거듭날 수 있었다. 현재 영국의 해상풍력발전 용량 249메가와트(MW) 상당 수가 주민 소유다.

뒤늦게 탄소중립에 합류했음에도 빠른 속도의 에너지 전환율을 보이는 미국은 '커뮤니티 솔라(Community Solar)’를 통해 주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커뮤니티 솔라는 지역 구성원이 태양광 사업에 자발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통해 전기료를 감면받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미국 40개 주(州)에서 커뮤니티 솔라가 시행 중이다.

◇ 주민 참여 강화하지만 아직 갈길 먼 한국, 해결 과제는?

신재생에너지 강국들의 사례는 '주민 참여가 기반이 돼야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는 2017년 1월 주민 참여형 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사업 제도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주민이 지분참여·채권·펀드 등 일정 부분을 투자해 발전수익을 공유하는 사업이다.

제도 도입 후 2018년 1개소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40개소로 늘어나며 주민 참여형으로 준공된 재생에너지 사업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공공부문 발전 사업자가 추진 중인 184개(24.2기가와트(GW)) 사업 중 71개(13.7GW, 용량 기준 약 57%)가 주민 참여형 발전 사업으로 계획 중이다.

국내 최초로 자발적 주민 참여 이끌어 낸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 단지. (사진=코오롱글로벌)

대표적인 주민 참여형 사업은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이다.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이 직접 투자하고 이익을 배분 받아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한편, 발전소에서 발생한 이익은 지역 복지사업에 투자해 경제효과를 발생시키는 선순환 효과를 입증했다.

3.6MW 풍력발전기 12기로 구성된 대규모 풍력 단지로, 연간 10만 8천 988메가와트시(M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이는 태백지역 가구 수의 두 배에 달하는 약 3만7천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원동마을 주민들은 마을기업을 설립해 태백시민들로부터 17억 원의 펀드를 모집하고, 국가 정책자금으로 33억원을 대출받아 모은 50억 원을 '태백가덕산풍력발전' 법인에 투자했다. 2020년 12월 마무리된 태백 가덕산 풍력발전사업은 20년간 연 수익률이 8.2%에 이른다.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 발전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입지 선정 과정에서의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재생에너지가 확산하는 데 가장 큰 장벽을 여전히 ‘주민갈등’으로 꼽는다.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원인 중 약 80%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기 때문이다. 반대 민원이 없는 곳은 이미 소진 상태로, 앞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은 주민과의 갈등을 조율하면서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강원도 영월에서 마대산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이 주민 반발에 가로막히는가 하면, 경남 남해·사천·고성에서는 해상풍력발전사업을 막기 위한 해상시위가 벌어졌다. 전남 신안에서도 태양광 발전시설 공사를 중단하라는 주민들의 집단소송이 제기되는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은 아직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주민 참여형 개발을 확대하려면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일 더 체계적이고 공식적인 방식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본래 환경 변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수용성이 낮은 편”이라며 “사업기획 단계에서부터 발전사와 주민 간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세계적으로 계속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해당 분야의 ‘아시아 허브’(hub) 역할을 선점하려면 단순 보상보다 자발적 참여 중심의 선진적인 주민참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지금 빠른 속도의 에너지 전환을 이뤄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