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원전 강국’ 도약 의지 굳건···‘K택소노미' 공식화 논란 확산

원전, 그린에너지 분류 확정 시민·환경단체, 녹색에너지 ‘시기상조’ 업계 “새 정부 기조 변화, 재생에너지 투자 위축시킬 것”

2022-05-10     김그내 기자

[이넷뉴스] 윤석열 정부가 원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하면서 ‘원전 강국’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K택소노미 인정 기준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탄소중립 정책 기조 아래 추진됐던 신재생에너지 전환 사업들의 위축 가능성도 거론된다.

원전 친환경 분류 선언에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사진=픽사베이)

◇ 원전 친환경 분류 선언···환경단체 "녹색일 수 없어" 반발

새 정부가 친환경 산업의 기준이 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을 포함하겠다고 공표했다.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면서 확대 정책을 공식화한 것이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는 원자력 발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환경 정책 방향'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이날 인수위는 "녹색 금융·투자의 기초가 되는 녹색분류체계에 유럽연합(EU)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원전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8월쯤 원전이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되도록 K택소노미를 개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원전이 과연 녹색경제활동인지를 둔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시민·환경단체에선 새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우려를 표했다.

시민·환경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원자력 발전은 방사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명백한 오염원으로 녹색분류체계의 포함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현실적인 원전 안전 관리 계획도 없이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U는 지난 2월 원자력의 그린 택소노미 분류 규정안을 확정 발의했다. (사진=언플래시)

아울러 인수위가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한 근거로 든 EU의 사례가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U는 지난 2월, 원자력을 '그린 택소노미'로 분류한다는 규정안을 확정해 발의했다. 하지만 이런 EU의 결정에는 두 가지 엄격한 조건이 요구된다.

신규 원전 건설이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확보, 저위험 핵연료 상용화 등의 세부조건을 갖춰야 한다. 사실상 단기간 달성이 어려운 조건들로 원전업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내에는 방사능폐기물 처리 시설 확충 등 원전 안전 관리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없다. ‘원전을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된다면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다른 친환경 신산업과 투자 경쟁을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픽사베이)

◇ 원전 확대에 재생에너지 시장 위축 가능성 제기

K택소노미는 어떤 범주까지를 친환경 산업으로 볼 수 있는가를 분류하는 일종의 기준으로,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쉽게 말해 그린 비즈니스와 녹색금융의 연결고리라고 볼 수 있다.

새 정부가 친원전 행보에 속도를 내면서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는 관련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 하는 분위기다. 원전이 K택소노미에 포함됨으로써 관련 산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재생에너지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 흐름인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에 원자력 발전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중심으로 한 탄소감축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재생에너지 비율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이 2020년 말 기준 7.43%에 불과하다. 반면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 일부 국가는 40%에 육박하고 일본은 18%, 미국은 17%다.

새 정부는 원전은 확대하되 문 정부의 탄소중립도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인수위는 2018년 대비 탄소배출을 40% 줄이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년 탄소제로화 감축 목표를 모두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탄소중립 이행 방법은 다르다. 기존보다 재생에너지 비율을 줄이고, 그 자리를 원전으로 채우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확대 위주의 정책이 자칫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는 각기 다른 특성으로 충돌한다”고 설명하며 “원자력 발전을 확대하면 재생에너지 목표시장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위험성이 큰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에 집중할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방점을 찍으면서 원전을 활용하는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믹스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 정부가 원전의 그린 택소노미 포함을 공식화했다. (사진=픽사베이)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