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전성시대, '실리콘 음극재' 시장 경쟁 "불 붙었다"
주행거리는 높이고 충전시간은 줄여 안전성 높이는 기술 ‘탄력’ 연평균 70% 이상 성장 전망 시장 선점 경쟁 치열
[이넷뉴스]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음극재에 대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견되면서 국내 소재 업체들이 차세대 음극재인 실리콘 음극재 기술 선점에 나선 것이다. 실리콘은 현재 음극재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보다 에너지 밀도를 10배 정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배터리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이 높을수록 주행거리를 향상할 수 있으며 충전시간은 단축할 수 있어 실리콘 음극재 시장은 나날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는 2019년 4억 달러에서 2025년 29억 달러, 2030년 146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외 배터리, 전기차 업체들 역시 실리콘 음극재에 주목하고 있다.
◇ GIST, 실리콘 음극재 안전성 높일 후공정 개발
실리콘 음극재는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충전 시 4배가량 팽창하고 팽창한 음극이 방전할 때 이전과 같은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위험성이 있었다. 이에 최근 광주과학기술원(GIST)연구진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실리콘의 불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는 후공정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후공정은 실리콘 음극 위에 그래핀 산화물을 용액 공정으로 도포하고 진공 증착법을 통해 금속 산화물 박막을 코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전해질과의 부반응과 전극의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안정한 특성의 금속 산화물 박막을 전극에 증착해 높은 안정성을 확보했다.
후공정을 통해 개발한 실리콘 전극은 기존 실리콘 전극 수명의 7배에 해당하는 150회 충·방전 시험에 성공했다. 1시간 내 충전을 위해 고전류를 이용하는 충전, 방전 속도 평가에서 기존 실리콘 전극은 고전류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지 않는 반면, 새로 개발한 실리콘 전극은 원래 용량의 85% 충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후공정을 통해 부패 팽창에 취약한 음극 안전성을 개선하고 향후 고에너지 밀도 음극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SKC, 오는 2024년부터 실리콘 음극재 생산 예정
배터리 소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C는 연내 실리콘 음극재 사업 운영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SKC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영국 음극재 스타트업 넥시온에 8,000만 달러(약 940억 원)를 투자했다.
이어 넥시온이 보유한 핵심 특허인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 기술 ‘NSP-1’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합작사를 설립한다. 넥시온의 기술력과 SKC의 글로벌 양산,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오는 2024년부터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NSP-1 기술은 기존 실리콘 음극재의 단점을 보완한 고강도 소재다. 충전 시 팽창은 하지만 부서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음극재의 실리콘 함량을 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만큼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고 충전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SKC는 먼저 실리콘 저함량 제품을 상업화해 시장에 진입하고 시장 속도에 맞춰 NSP-1를 적용한 고함량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의 동박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배터리 3사, 음극재 실리콘 함량 높이는 연구에 주력
국내 배터리 3사들은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을 높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한 대주전자재료와 손잡고 실리콘 함량을 기존 5%에서 7%로 높이는 음극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19년 포르쉐 전기자동차 타이칸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한 바 있다.
SK온 역시 최대 7% 수준의 실리콘 음극재를 내년 상반기 출시되는 미국 포드 전기차 모델에 탑재한다. 이와 함께 음극재의 실리콘 함량을 10% 이상 올리는 기술 개발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음극재뿐 아니라 전극 설계 기술 강화를 통해 배터리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SCN 기술을 개발해 확대 적용 중이다. SCN은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 수천 분의 1크기로 나노화한 후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한 기술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팽창 문제도 해소했으며 현재 삼성SDI가 생산하는 배터리 젠5에 탑재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음극재는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 선점을 위한 연구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면서도 부피 팽창 위험을 막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실리콘 함량을 높이는 연구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