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꼼짝마!"···한국 전기차 배터리, '꿈의 배터리' 되나

전기차 화재, 배터리 열폭주가 주요 원인 배터리 3사, 독자적 기술개발로 화재 방지 K-배터리, 화재 방지 기술 주력 '안전성·경쟁력 동시에↑'

2022-04-26     김수정 기자
배터리 3사가 독자적 기술개발로 배터리 화재 방지에 나서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화재 방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연기관차 종말이 다가오면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급등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태다.

2017년부터 5년 동안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기차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7건이다. 배터리 제조형태별로는 파우치형 33건, 각형 12건, 원통형 2건으로 파우치형 배터리 화재 사고가 유독 잦았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배터리 열폭주가 주요 원인이다. 배터리 셀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서 열이 발생한다. 이에 배터리 기업들은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는 기술개발을 통해 전기차 및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화학이 세계 최장 시간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를 지연하는 배터리 팩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사진=LG화학)

◇ LG화학, 열폭주 지연하는 첨단 플라스틱 소재 개발

LG화학이 세계 최장 시간 동안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를 지연하는 배터리 팩 플라스틱 소재를 개발했다. 지난 25일 LG화학에 따르면 독자 기술과 제조 공법을 활용해 열에 의한 변형을 방지하는 난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에 개발한 신규 특수 난연 소재는 폴리페닐렌 옥사이드(PPO)계, 나일론 수지인 폴리아미드(PA)계, 폴리부틸렌테레프탈레이트(PBT)계의 다양한 소재군을 갖고 있는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로 내열성이 뛰어나다.

일반 난연 플라스틱 대비 장시간 열을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체 테스트 결과 1000도에서도 400초 이상 열폭주에 의한 화염 전파를 방지했으며 이는 일반 난연 플라스틱 대비 45배 이상의 성능이다.

LG화학은 배터리 팩 커버에 신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를 적용할 경우 화재 발생 시 연소 시간을 지연해 화염 확산을 방지하고 운전자의 대피 및 화재 진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격적인 제품 생산은 2023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 특허 절차를 진행 중이다. 향후 전기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 소재를 적용할 계획이다.

삼성SDI 연구소 전경. (사진=삼성SDI)

◇ 삼성SDI, 차세대 BMS로 배터리 안전성 높인다

삼성SDI는 배터리의 전류, 전압, 온도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센서로 측정해 배터리의 충전, 방전 상태의 잔여량을 제어하는 시스템인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차세대 시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차세대 BMS는 배터리의 힘, 수명, 내부 결함 징조를 비롯해 잔존 가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와 ESS 등에서 연이은 화재 사고가 나면서 BMS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에 삼성SDI는 BMS의 기술력을 향상시키면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BMS의 경우 단편적인 정보만 파악할 수 있었다면 차세대 BMS는 배터리 잔존 가치나 내부 결함 징조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BMS가 고도화, 지능화될 경우 실제로 동일한 셀에서 더 좋은 성능은 물론, 안전성과, 편리성을 얻을 수 있다.

삼성SDI에 따르면 차세대 BMS를 적용할 경우 배터리 수명 15%, 주행거리 6%, 에너지 출력 10%가 향상된다. 현재 기술개발은 완료한 상태이며, 검증 후 양산에 들어가는 시점은 2023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반도체 전문 개발사인 오토실리콘과 손을 잡고 배터리 관리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배터리관리칩(BMIC) 개발에 성공했다. (사진=SK온)

◇ SK온, ‘Z-폴딩’부터 ‘에스팩’까지 차별화된 기술 확보

SK온은 반도체 전문 개발사인 오토실리콘과 손을 잡고 배터리 관리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배터리관리칩(BMIC) 개발에 성공했다. 배터리관리칩은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충전, 방전, 효율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한다.

전기차 또는 ESS에 탑재된 수백 개 배터리 셀의 전압과 온도 정보를 파악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배터리 셀을 찾아내 BMS가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에 오토실리콘과 공동 개발한 배터리관리칩은 자동차 기능안전 관련 국제인증 최고등급을 취득하며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SK온은 자사의 배터리 안전성 핵심기술로 꼽혀온 ‘Z-폴딩’ 공정 속도를 높여 올해 생산성을 2.7배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개최됐던 ‘인터배터리 2022’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SK온은 현재까지 3억 개 이상의 배터리를 납품했지만, 그동안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적이 단 한 건도 없다. 이 같은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배터리 화재 방지를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사와 차별회된 배터리 적층 기술인 ‘Z-폴딩’ 기법은 삼원계 하이니켈배터리 NCM9과 분리막을 쌓는 기술이며 에스팩(S-Pack) 기술은 화재가 나더라도 배터리 팩 전체로 번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다. 지난 1월 열린 CES 2022에서 2개의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을 선언하면서 배터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화재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아직까지 남아있다”라며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배터리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