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등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는 있지만, 단속은 없다?"
코로나19 유행 진정될 때까지 단속보다 계도에 집중한다는 정부 명확한 규정과 체계 필요···기업 스스로 ESG 경영을 위해 다회용 컵 독려 중
[이넷뉴스] 일상생활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일회용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화석에너지가 사용되고, 그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18년 8월부터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해왓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고,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해 왔다. 그러다 방역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이달부터 카페, 식당 등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규제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최근 현장의 혼란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 일회용품 사용 금지, 자율에 맡기기는 힘들어
카페나 식당에서 주로 쓰이는 알루미늄, 플라스틱, 스티로폼과 같은 일회용품은 썩어 사라지는 데 약 500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 특히 플라스틱의 경우 썩지 않고 잘개 쪼개지며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카페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만 하더라도 작년 기준으로 28억 개에 이른다. 이 중 회수되거나 재활용되는 컵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돼왔던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이달부터 다시 시행하기 시작했다. 규제 대상은 일회용 컵, 접시,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수저 및 나이프 등 18개 품목이다.
하지만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가 시작된 지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소비자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단속 대신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만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카페 매장에서는 “매장에서 드실 건가요?”라는 질문에 “테이크아웃을 하겠다”고 말한 후, 잠깐 스마트폰을 하겠다는 핑계로 매장에 머물러 있는 손님부터, 애초에 매장 컵 혹은 일회용 컵에 먹을 건지 묻지도 않고 일회용 컵에 음료를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방역이 풀어지면서 매장 내 고객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현시점에서 일회용품을 거부하는 경우 자칫 떨어질 매출이 걱정되기도 하고, 매장 컵 사용량 증가에 따라 늘어나는 설거지를 인력이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계도기간 동안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매장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법망과 현장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계도기간’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부가 말한 계도기간이라는 것이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이기 때문에 사실상 일회용품 사용 금지에 따른 처벌은 무기한 유예됐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는 6월부터는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300원의 보증금을 선납하고 다시 되돌려 받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도입될 예정이어서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처음에는 매장의 수가 100개 이상인 브랜드의 매장부터 먼저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점차 참여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기 때문에 소규모 자영업자의 현실을 고려해 명확하고도, 현실적인 정책, 또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규정과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 다회용 컵 사용 독려에 바쁜 기업들
이렇게 손님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는 시기에는 국내 대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 탄소 중립을 위한 행동강령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업의 정책은 소비자에게도 자연스레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게 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리워드 회원을 대상으로 ‘에코 보너스 스타’ 혜택을 강화하기로 했다. 에코 보너스 스타는 개인 다회용 컵을 사용해 음료를 구매할 경우 개인 컵 사용 음료 1잔당 에코별 1개를 증정하는 혜택이다. 스타벅스는 다회용 컵을 더욱 확산하기 위해 고객이 에코별을 10개 적립할 때마다 다음 달에 이벤트 별 5개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근무복을 도입했다. 도시락 업체의 특성상 일회용기가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기업이지만, 매장 직원의 근무복을 폐페트병으로 만들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철학을 실천하는 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솥은 500㎖(밀리리터)짜리 폐페트병 6만 4,000여 개를 재활용해 친환경 근무복 5,000벌을 제작했다고 한다.
제주항공의 경우 5월 22일까지 사내에 운영하는 자회사 형 장애인표준사업장 모두락(樂) 카페에서 텀블러와 친환경컵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친환경 컵을 사용했다는 인증사진을 이벤트를 통해 응모하면 경품을 증정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이외에도 2019년부터 기내용 빨대와 종이컵, 비닐 등을 친환경 재질로 교체해 운영하는 등 ESG 경영 실천에 임직원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사옥 내 카페에서 일회용 컵 대신 다회용 컵으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8개월간 광화문 사옥과 송파 사옥에서 약 14만 개의 일회용 컵을 다회용 컵으로 대체했다. 직원들이 사용한 컵을 각 층에 비치된 전용 수거함에 넣으면 전문 업체 트래쉬버스터즈가 수거해 세척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수거된 컵은 6단계의 세척 과정을 거쳐 다시 제공돼 최종 300회까지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친환경 실천에 동참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들의 실천 의지도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에 부합하지 않고 실효성까지 떨어지는 정책으로 인해 다회용기 확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차기 정부의 명확한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