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저장고 '양수발전' 존재감 '번뜩'···“탄소중립 시대, 에너지 중추 기대”
2034년까지 양수발전 10곳으로 확충 재생에너지 변동성·간헐성 보완ESS 역할 해외서도 효용성 재조명
[이넷뉴스] 탄소중립 실현이 범국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양수발전'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증가에 따른 발전량의 간헐성과 변동성 보완을 위한 백업 설비로 1.8기가와트(GW) 규모, 3개소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 계획을 세웠다. 에너지 전환 시대, 양수발전소의 필요성과 역할, 향후 건설 사업 및 국내·외 양수발전 운영현황에 대해 알아본다.
◇ 2030년부터 2034년까지 양수발전 3곳 증설 계획
정부가 물의 힘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양수발전을 확충한다. 오는 2034년까지 3곳을 추가 건설해 10곳으로 늘린다.
8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는 신규 양수발전소는 영동·홍천·포천 총 3곳에 추가 증설될 예정이다. 설비용량은 총 1.8GW 규모로 2030년(500메가와트(MW)), 2023년 (600MW), 2034년(700MW) 순차적인 준공을 목표하고 있다. 전체 사업비는 4조1,000억 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에는 청평, 무주, 산청, 양양 등에 총 7개(4.7GW)의 양수발전소가 있다. 이들 3개 양수가 추가 건설되면 전체 양수 설비용량은 기존 7개 4700MW에서 10곳 6550MW로 증가한다.
앞으로 확충될 양수발전은 태양광‧풍력의 불규칙한 발전특성을 보완하면서 전력계통의 주파수 안정성까지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전력수급계획에 양수발전 계획이 올려진 것은 20여 년만이다.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백업용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부저수지 개발과정에 생태계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 등으로 2002년 1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신규 설비건설이 중단됐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계통에 대거 유입돼 수요와 무관하게 전력이 과도 생산되거나 반대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양수발전 건설 계획을 확정했다.
◇ 양수발전이란
양수발전은 친환경에너지인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거나 저장하는 유연성 전원이다.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의 저렴한 전력을 이용해 하부댐의 물을 상부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상부의 물을 하부로 낙하시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태양광이나 풍력과 다르게 날씨 영향을 적게 받아 출력에 대한 변동성이 낮다. 타 발전방식에 비해 기동 정지 시간이 짧고 용이해 급격한 부하변동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장점도 있다.
연간 강수량과 자연유량에 제한을 받는 수력발전소보다 더 많은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최대 GW단위 저장‧발전이 가능한데다 수명‧효율도 우수하다. 전력수요 급증 등 비상 상황에서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
◇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따라 양수발전의 필요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저장의 중요성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최근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의 6% 수준에서 2050년까지 60~70%로 끌어올리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렵다.
재생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전기 생산에 필요한 햇빛과 바람이 있는 시간에만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날씨와 시간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이 안정적이지 않고 예측성도 불확실하다. 변동성이 큰 탓에 전력망의 수요를 초과해 생산된 잉여 전기를 저장할 필요가 있다.
햇빛이 있을 때 만든 전기를 저장해 햇빛이 없을 때 쓸 수 없다면 태양광발전의 효용은 현저히 낮아진다. 풍력발전도 마찬가지다. 남는 전기를 모아뒀다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전기 저장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수요보다 과잉 생산된 전기가 전력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막기 위해서도 전기 저장은 필수다. 날이 좋거나 바람이 많아 발전량이 전기 수요를 초과하면 전기가 남아서 버려야 한다. 수급불균형으로 버려진 전기는 결국 전기료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양수발전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고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배터리 방식의 ESS가 있지만 효율성이나 경제성 부문에서 양수발전 따라오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ESS의 주류는 대체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한 단주기 방식이다. 단주기 ESS는 큰 에너지를 저장하지 못해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단지의 대용량에 적합하지 않다. 또 생애주기가 짧아 모듈 교체에 따른 운영관리(O&M) 비용 발생 등 단점이 있다. 최근 주목받는 장주기ESS는 말 그대로 장시간으로 오래 충전하고 방전하는 방식의 ESS다. 하지만 기술적으로도 아직 상용화 단계에 올라서지 못했다. 가격 메리트도 떨어진다.
양수발전을 재생에너지 발전에 연계 활용하면 기존의 배터리 방식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에너지 저장의 대용량화가 가능해진다. 또 한번 건설하면 100년 이상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어 경제적으로 장시간 전력을 저장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양수발전이 환경적 영향을 받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수단인 셈이다.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환에 나선 세계 주요국들도 점진적으로 양수발전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약 150기의 양수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2029년까지 미국 90%, 독일 74%, 스페인 22%, 이탈리아 8%, 일본 12%, 중국 638% 등 그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 이탈리아의 경우 수력양수전원이 이미 전체 전원구성의 15%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양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는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에 따라 양수발전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 데 이어 “에너지는 단 한 순간의 공급 차질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수발전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태양광, 풍력 등 변동성 전원 증가에 따라 10차 전력수급계획에도 추가 양수 건설계획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