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수소경제' 경쟁 "불 붙었다"···승자는?

한국, 최근 3년 수소차 세계시장 점유율 50% 넘어 중국, 2025년까지 그린수소 20만 톤 생산 일본, 세계 최초 수소운반선 취항

2022-04-15     김그내 기자
한중일 3국의 수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자인=이넷뉴스)

[이넷뉴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 수소경제 선도국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수소 산업을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수소경제에 본격 나섰다. 아시아 3국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각 국의 수소경제 핵심 전략 및 성과를 짚어본다.

◇ 일본, 세계 최초 액화수소 해상 운송

일본은 액화 수소 운반선을 통해 세계 최초로 수소 해상 운송에 성공하는 등 수소경제 실현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일본 정부는 2050년 기준 수소 2,000만 톤을 자동차·선박·철강 등 전 산업 분야에서 활용하겠다고 선언하고, 해외에서 생산한 싼 가격의 수소를 들여오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일본은 수소 생산과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호주와 손을 잡았다. 일본·호주 정부는 갈탄 수소화 프로젝트 HESC(Hydrogen Energy Supply Chain)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세계 최초 액화수소운반선 '수소프론티어'. (사진=가와사키중공업)

글로벌 에너지 정보분석기업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1월 말 호주 헤이스팅스에서 출항한 세계 최초의 액화수소 운반선 ‘스이소 프론티어(Suiso Frontier)’가 1250세제곱미터(㎥) 규모의 수소탱크에 약 50톤의 액화 수소를 싣고 한달 만에 일본 고베항에 도착했다. 스이소 프론티어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이다.

일본과 호주 양국은 HESC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께 연간 최대 22만 5,000톤의 탄소중립 액화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플래츠는 이번 수소 해상 운송으로 국제 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물꼬가 트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수소를 냉각하는 데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고 장시간 기체화를 방지할 수 있는 인프라 마련으로 액화수소 운송의 상용화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은 2050년 수소 중심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수소연료전지, 수소 공급망, 수전해 기술 등 3개 분야, 10개 항목을 지정해 수소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아 3국의 수소경제 경쟁이 치열하다. (사진=픽사베이)

◇ 중국, 2025년 수소 생산 20만 톤 ‘박차’

중국 정부는 최근 ‘수소 에너지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하고, 수소경제에 본격 나섰다.

‘수소 에너지 중장기 발전 계획’은 2035년까지 수소를 국가 에너지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키운다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운송과 산업 부문에서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그린수소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베이징발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전날 성명을 통해 2025년까지 연간 10~20만 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연료차를 약 5만 대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현재 연간 수소 생산량은 약 3,300만톤으로 세계 최대 수소생산국이지만 대부분의 수소가 화석 연료를 통해 생산되고 있다.

중국수소동맹(China Hydrogen Alliance)은 중국의 수소 수요가 현재의 연간 200만 톤에서 2030년까지 3,500만 톤에 달하고, 2050년까지 6,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25년 수소 산업망의 연간 산업 규모는 12조 위안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주요 도시 수소에너지 시장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8월 베이징시 경제정보화국은 2023년까지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수소에너지기업 5~8개를 베이징에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상하이에 2023년까지 수소충전소 100개 설치와 수소차 1만 대 보급, 광둥성에는 수소차의 대규모 보급 계획과 더불어 주장 삼각주 및 주변 지역에 수소충전소 300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허베이성은 해상풍력 연계 수소 생산과 수소 산업 시범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중장기 계획 추진으로 수소 생산량, 특히 그린수소 생산량이 증가할뿐만 아니라 그린수소 생산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 구축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수소저장과 운송, 수소차 등 수소 관련 시장이 황금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수소경제 시장 규모는 약 430억 달러(2019년 기준)로 2025년까지 1,450억 달러, 2035년까지 7,250억 달러, 2050년까지 1조 7,41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World Economic Forum, Accenture, 2020.10).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 (사진=현대지동차)

◇ 한국,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보급은 세계 최고 수준···인프라 구축은 지지부진

우리나라는 2019년 1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한 데 이어 2020년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했다. 지난해 2월부터는 수소법이 본격 시행되며 수소경제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은 크게 수소차 생산 확대와 수소연료전지 보급 확대, 수소 생산 및 공급 시스템 조성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수소차의 경우 수출 포함 2022년 8.1만 대, 2040년 620만 대를 보급하며, 연료전지는 2022년 발전용 1.5기가와트(GW), 가정‧건물용 50MW, 2040년 발전용 15GW, 가정‧건물용 2.1GW 보급을 목표하고 있다.

또 2040년까지 연간 526만 톤의 수소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초기에는 부생 수소와 추출 수소를 핵심 공급원으로 활용하고, 추후 수전해 수소 생산 및 해외 생산·수입량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강점을 지닌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축으로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결과 수소차, 수소 충전소, 수소연료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내며 수소경제 실현에 가속도를 높였다.

특히 수소차의 경우 지난해 보급 대수는 8,532대로, 2020년 5,843대 대비 46%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9월 수소차 판매량은 총 6,420대로,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전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최근 3년 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를 넘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로드맵 발표 이후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소경제 실현이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목표와 달리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이 크게 지연되고 있고, 수소경제의 근간이 될 청정수소 확보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수소에너지 전문가는 “수소 활용의 경우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보급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활용처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발전에 집중돼 수요 견인 및 규모의 경제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단가 저감 등 시너지 효과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수소법 개정안 등 다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조속히 육성해야 할 수소 산업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자연스레 수소경제 선도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수소를 '국가 전력 기술'로 키우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으로 수소법 개정안 통과에 속도가 붙을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