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 우선과제는? "유연성·안정성 확보"

새 정부 출범 앞두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방향 논의 활발 탄소중립 법제화, 현재로선 8년 내 온실가스 40% 감축 가능성 낮아 산업계, 차기 정부에 탄소중립의 유연한 추진 당부

2022-04-05     김그내 기자

[이넷뉴스] 지금 국제사회는 인류 공통의 관심사로 ‘기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도 상승은 기후변화는 물론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탄소중립이 강조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역량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전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으로 신재생에너지 역량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사진=픽사베이)

◇ 탄소중립 법제화,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탄소중립은 인류의 생산활동으로 인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는 '1.5℃특별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전 지구에서 탄소중립에 성공해야 2100년까지 1.5℃이내로 온도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IPCC는 지난 4일 끝난 제56차 총회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1.5도로 제한하려면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3% 감축해야 한다고 다시금 경고했다.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상향하고,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안’을 확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법제화한 14번째 국가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의 신호탄을 쏘긴 했지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 있는 제도라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 명시된 2050 탄소중립 비전과 2018년 대비 40%의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역시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전략은 각국의 상황이나 주어진 조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 한국은 재생에너지 100% 불가능···에너지 전환에서 뒤처진다는 지적 나와

신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목표가 비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여건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풍력, 태양광, 수소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고유한 성질과 특성이 다르다. 각국이 가진 지정학적 위치, 자원 보유량, 인구밀도 등 태생적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풍량이 많고 수력과 지열 조건이 좋은 국가들은 신재생에너지 100%로도 탄소중립 실현이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은 국가에 속한다. 지열, 수력 등의 태생적인 재생에너지 자원이 적고, 지리적 위치상 태양광 효율도 낮다. 계절풍 지역으로 만족할 만한 풍력에너지를 얻기에도 한계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전략, 즉 탄소중립 실행 방향은 각국의 상황이나 주어진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서 성공한 에너지 전략과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우리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가 지난달 30일 낸 ‘국제 전력 리뷰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력 수요는 2019년 대비 3% 늘었다. 하지만 풍력이 전체 발전량 대비 0.55%, 태양광이 4.12%로 총 4.67%에 불과해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저스틴 홈스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의 둔한 에너지 전환이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차기 정부가 공언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25%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갈 길이 얼마나 먼 지를 보여준다”며 “다음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 발전 중단을 추진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고리 1·2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산업계, 탄소중립 목표달성 가능 수준인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

산업계는 탄소중립 법안과 신재생에너지 추진 방안이 국내 자원과 가용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 범위 내에서 수립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난달 31일 개최된 '전환시대 글로벌경쟁력 강화를 위한 에너지디자인 포럼'에서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 탄소감축 목표를 2018년 탄소배출량 대비 40%감축하는 안으로 확정했지만, 우리 산업계 현실을 감안하는 경우 이러한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회장은 "제조업은 강하지만 부존자원은 부족한 우리의 비교우위를 감안해 전략적인 산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수소생산의 경우 소형원자로나 원전을 활용하면 경쟁력 확보도 가능하나, 세계 교역이 화석연료 대신 수소 위주로 재편될 전망임을 감안한다면 칠레,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호주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수소를 생산해 국내에 들여오는 방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재생에너지를 가용범위 내에서 생산량을 최대치로 늘리되, 지리적 여건이 좋은 나라들과의 편차 극복을 위해서 원자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저탄소 에너지 비중을 효과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원전 활용이 필수적이라는 것.

이날 홍일표 국민의힘 지속가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에너지 수급 안정을 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역할을 하도록 하면서 양 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중 75%(재생에너지 40~45%, 원전 30~35%)를 충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하이넷 도경환 사장은 “90%에 달하던 원전 가동률이 탈원전 정책 이후 74%까지 떨어졌다”면서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복구해 저렴하고 풍부한 전력을 생산하고, 비교적 변동성이 적은 해양, 풍력, 수소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충당으로 에너지 자립도는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차기 정부의 유연한 탄소중립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는 이러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현재 탄소중립 목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동시에 산업성장을 꾀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