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으로 원유 대체···열분해유 사업 속도↑

SK지오센트릭, 열분해유로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 목표 LG화학, 충남 당진에 국내 최초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 건설

2022-04-05     김수정 기자
이성준 SK이노베이션환경과학기술원장. (사진=SK이노베이션)

[이넷뉴스] 국내 대기업들이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친환경 열분해유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폐플라스틱은 썩는데 수 백년이 걸리는 데다 기하급수적으로 매립량이 늘고 있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 오염의 가장 큰 주범으로 여겨지곤 했다.

하지만 열분해유 기술 개발을 통해 폐플라스틱을 제품제조 원료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국내 대표 정유화학기업들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기술 연구개발과 양산 체제 구축에 돌입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 SK이노베이션, 폐플라스틱 재활용 선두주자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SK지오센트릭은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SK이노베이션 정유, 석유화학 공정에 원료유로 투입했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열분해유 속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기술을 개발해 열분해유를 친환경 원료유로 탈바꿈시키는 등 재활용 기술 확보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미국 플라스틱 재활용 기업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에 5,500만 달러(약 680억 원)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며 글로벌 파트너쉽을 구축했다.

퓨어사이클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조지아주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으며 향후 SK지오센트릭과 글로벌 확장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플라스틱 재활용뿐만 아니라 폐배터리 재활용, 탄소포집 저장 기술 등으로 친환경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열분해유 파일럿 공장을 준공하고 오는 2025년까지 대규모 열분해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글로벌 R&D 구축도 추진 중이다.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 LG화학, 오는 2024년까지 열분해유 공장 건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야인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 후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먼저 오는 2024년 1분기까지 충남 당진에 국내 최초로 초임계 기술을 활용한 열분해유 공장 건설에 나선다. 연 생산 규모는 2만t으로, 고온, 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적용된다.

당진 공장에는 고온, 고압의 초임계 수증기로 혼합된 폐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적용된다. 초임계 수증기 방식은 직접 열을 가하는 기술과는 달리 열분해 과정에서 탄소 덩어리 생성을 억제하고, 별도의 보수 과정 없이 연속 운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LG화학은 당진 공장 본격 가동 후 제품 검증과 향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증설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열분해 기술을 필두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며 국내 재활용 기술 및 원재료를 확보한 연구기관,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과의 협력도 확대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2월 여수공장 고도화시설에 열분해유를 투입했다. (사진=GS칼텍스)

◇ GS칼텍스, 여수공장 고도화시설에 열분해유 투입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해 재활용하는 실증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첫 단계로 지난해 12월 열분해유 약 50톤(t)을 여수공장 고도화시설에 투입했다. 실증사업을 바탕으로 오는 2024년까지 연간 5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설비 신설 투자에 나선다. 향후 100만t 규모 설비 확대까지 계획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석유정제공정에 사용됐던 기존 원재료를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대체해 자원 효율성 증대와 탄소를 줄이는 순환경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자원순환 및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의행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순환경제 및 자원 효율화에 동참하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개발,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친환경 업체들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GS건설 및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업체인 도시유전과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앞으로도 국내 친환경 업체들과 다방면으로 협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정부 역시 열분해유로 원유를 대체해 석유화학 제품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환경부는 열분해유를 납사, 경유 등 석유화학 제품 원료로 활용하고 합성가스에서 수소를 개질해 활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폐기물관리법’ 시행 규칙 등 개정안을 지난달 4일부터 40일간 입법 예고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