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전없는 수소법 개정안에 속타는 기업들···수소경제 향방은?

법 계류로 수소경제 전략에 제동···연내 수소법 개정안 시급 청정수소 범위 완화가 핵심사안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기반 마련해야

2022-03-04     김그내 기자

[이넷뉴스] 미래를 책임질 핵심동력으로 수소경제가 주목되는 가운데, 글로벌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수소법 개정안 국회 통과가 또 다시 불발되면서 수소경제 전략 추진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대 경제 키워드는 ‘수소’(사진=픽사베이)

 수소법 개정안' 여전히 계류 중

수소경제 로드맵이 발표된 지 3년이 지났고, 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수소법'은 시행 1년을 맞았다. 수소법 개정안이 발의된 지는 9개월을 넘어섰다.

국회는 지난해 5월 청정수소 및 청정수소 발전의 정의, 청정수소 의무화 제도의 명시 등을 담은 수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에 현대자동차와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의 5개 그룹들은 2030년까지 수소 분야에 43조 4,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에 대한 기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탄소중립 실현을 공표한 정부 기조와 달리 수소법 개정안은 4번의 위원회 심사에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에서 수소법 개정이 더 지체되고 제도 시행이 불투명해진다면 기업들의 수소경제 투자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수소경제 선도 전략 역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한 친환경 수소를 말한다(사진=픽사베이)

◇ 수소법 개정안 핵심은 청정수소 범위

수소법 개정안 취지는 청정수소의 개념을 정의하고 '청정수소발전 구매의무제도'(CHPS)를 도입해 수소 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11월 정부의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 발표와 동시에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됐던 법안은, 해가 바뀌고도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수소법 개정안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그린수소’만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부 여당의원의 주장에 번번이 좌절됐다. 올해 법안 심사에서는 야당이 뒤늦게 원자력을 이용한 ‘핑크수소’를 반드시 개정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이른바 색깔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수소경제로의 진전을 막고 있다.

업계는 유럽과 중국, 일본 등은 청정수소의 개념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수소 에너지 개발에 우리나라만 뒤처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수소는 미래의 대표적인 대체 에너지원이다. 친환경 수소 산업은 2050년 생산 매출 기준 300조~700조 원, 전체 밸류체인을 따지면 2,000조 원 이상 매출을 기대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이미 전 세계 주요 국가와 기업은 수소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소법 개정안'이 여전히 계류중인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가 지난해 2월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시행하고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수소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로 수소경제 선도국가 경쟁우위 선점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소경제 주도 기업들 “투자중단 위기···수소법개정안 통과 절실” 호소

이런 상황에서 특히 글로벌 탈탄소 에너지 대전환에 동참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수소동맹'까지 결성하고, 매년 수십조 원의 선제적 투자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수소법 개정안이 여전히 계류 중에 있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수소차와 연료전지분야에서 2030년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수소전기차 세계 판매 1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국내 입법지원이 미비해 올해에도 1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업계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수소법 개정안의 임기 내 조속한 통과와 함께 수소산업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총회 모습(사진=SK그룹)

국내 16개 대기업으로 구성된 수소에너지 협의체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측은 "수소법 개정이 더 미뤄지고 제도의 시행이 불투명해진다면 기업들의 수소경제 투자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필연적으로 우리나라 수소경제 선도 전략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수소 사업의 선도 국가가 되려면 생산·유통·활용의 수소경제 전주기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은 미약한 상황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탄소중립 정책에 2025년까지 94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붓겠다던 정부도 수소법 개정안 불발에 따라 민간의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전반적인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법 통과를 위한 마지막 적기라 할 수 있는 1월 임시회에서 처리가 무산되는 바람에 당분간 법안 통과가 상당히 어렵게 됐다”며 “특히 야당이 주장하는 핑크수소는 야당의 에너지공약과 맞물려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선을 전후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