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외친 금융기관에 중요한 건 ‘속도’와 ‘방향성’

기후금융, 탄소 중립 흐름에 결정적 역할…자본시장 흐름에 변화 가져올 것

2022-01-25     김범규 기자

[이넷뉴스] 작년 초 국내 113개 금융기관이 모여 ‘2050 탄소 중립’을 적극 지지하고 ‘기후금융’에 적극적으로 노력함으로써 탄소 중립 목표달성에 기여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 부문의 기후 위기 대응은 다른 산업부문에 비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 부문에서 탄소 중립은 넷제로(Net Zero)를 통해 산업의 탄소 중립을 견인하는 고유의 금융자원 배분 기능이 있는 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사진=픽사베이)

◇ ‘금융’은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의 핵심

작년 3월 한국 사회책임투자포럼과 국회 기후변화포럼이 공동 주최하고, 환경부·금융위원회·주한영국대사관 후원으로 열린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기후금융 지지 선언식’에서 국내 113개 금융기관은 ‘기후 위기 시대, 적극적인 행동가가 되겠다’라며 기후금융 실행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금융기관들의 탄소 중립 지지 선언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었다. 한 나라에서 은행을 필두로 보험사, 증권사, 자산운용사, 연기금, 공제회 등 다양한 금융업종이 대거 참여한 지지 선언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언문을 통해  “사회변화의 핵심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자본의 이동이다. 자본이 고탄소 산업에서 저탄소, 궁극적으로 탈 탄소 산업에 대규모의 빠른 속도록 유입되어야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때문에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달성에 금융은 핵심”이라며 금융기관의 역할을 강조했다.

금융기관이 내건 약속은 6가지로 정리된다. ▲2050 탄소 중립 적극 지지 ▲금융 비즈니스 전반에 기후리스크를 비롯한 ESG 요소 적극 통합 ▲기후변화 관련 국제적인 기준의 정보공개 및 이에 따른 재무 정보공개에 적극 노력 ▲대상 기업에 기후변화를 비롯한 ESG 정보공개 적극 요구 ▲다양한 기후 행동으로 고탄소 산업에서 탈 탄소 산업으로 자본 유입에 적극 노력 ▲기후변화 대응 관련 다양한 금융상품 출시 등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넷제로 전략이 미래 경쟁력 가치의 중요한 요소로 변화한 지 오래다. 글로벌 은행 자산의 43%(66조 달러)에 해당하는 전세계 98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도 넷제로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의 4개 국내은행(기업은행, 전북은행, 신한은행, KB)도 포함된다. 

연기금 등 자산소유자도 NZAOA(Net-Zero Asset Owner Alliance)를 결성했다. 전세계 43개 자산소유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캘퍼스, 호주 퇴직연금 CBUS 등 글로벌 연기금이 참여하고 있다. 자산운용회사도 NGAM(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을 결성했다. 

기후금융에는 양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사진=픽사베이)

◇ 양적 동원 능력보다 방향성 중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산업의 발전과 함께 지속해 온 화석연료 인프라를 무 탄소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적인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연구원이 발표한 ‘2050 탄소 중립을 위한 자본시장의 변화와 발전 과제’를 살펴보면, 2015년 파리협정 원문에는 기후금융의 중요성을 유독 강조하고 있다. 파리협정의 목적 조항인 제 2조를 보면 ‘기후 위기에 대한 지구적 대응 능력 강화’가 파리협정의 합의목적임을 명시하고, 그 목적 달성의 일환으로 세 가지 중간목표에 합의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기후금융 활성화다. 

즉, 투자, 대출, 출연 등을 통해 다른 산업부문의 탄소 중립을 견인하는 금융 부문의 고유 기능을 기후 위기 대응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기후 위기 대응력 강화의 핵심 요소라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일부 글로벌 선도 투자기관들은 ESG가 미흡한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우리나라의 국민연금도 2022년까지 운영기금의 50%를 ESG 기반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송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탄소 중립을 위한 기후금융의 도전적 과제는 단순히 양적 동원 능력보다는 어떤 기후금융이 탄소 중립에 효율적인 시스템인지 따져보는 방향성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리협정 이후 각국마다 감축 목표를 선언했지만, 기후금융의 현실은 2050 탄소 중립에 필요한 기후금융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PI(Global Landscape of Climate Finance 2021)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기후금융 조달(투자)액은 6,32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는 파리협정 이전인 2014년 3,650억 달러보다 73%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IEA(국제에너지기구)에서 2050 탄소 중립을 위해 요구하는 기후금융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송 연구원은 지적했다. IEA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 온도 상승 억제를 가정하고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기후금융 수요를 전 세계적으로 연간 5조 달러, 2040년부터 2050년까지는 연간 6조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즉, 2050 탄소 중립을 위해 재정을 포함해 금융 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기후금융 규모는 단기간에 8배 이상 확대돼야 한다. 

작년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모여 녹색 금융을 위한 지지기반을 선언한 만큼, 양적인 성장보다는 효율성에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융사가 주체적으로 나서 녹색 채권인수금융, 그린 프로젝트 관련 펀드에 대한 대출, 탄소배출권 인수 및 담보금융 등의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의 넷제로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송 연구원은 앞으로 금융 부문 중에서 다양한 이행수단을 가진 금융투자업의 넷제로 선언이 자본시장을 통한 기후금융 수요 확대와 함께 점차 강조되리라 예측했다. 이에 금융투자회사의 업무 영역이 기후금융에서 자본시장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하는 저탄소 경제 흐름, 투자, 배제, 투자 철회, 주주 관여, 의결권 행사 등이라는 점을 볼 때, 국내 금융투자회사들도 포트폴리오 넷제로에 보다 전향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