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는 ‘생산 기술이 관건’···우리나라 수소생산 기술 어디까지 왔나
수소 생산 생태계, 약 3000조원 규모 대기업 중심으로 청정수소 생산 사업 본격화 수소 기술 R&D 비용 세액 공제율 30%로 상향
[이넷뉴스] 친환경 에너지 사업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개발로 지속가능한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주요기업들은 수소 밸류체인에 적극 참여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수소경제의 핵심인 혁신적 생산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수소경제 역할 강화, 청정수소 생산이 관건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다. 수소 에너지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공급량도 무한해 에너지 의존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수소 에너지 개발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탄소 경제 이행이 추진되는 가운데, 수소가 이끄는 차세대 경제 체계, 즉 ‘수소경제’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수소경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산업과 시장을 의미하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소 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경제 밸류체인은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으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소 생산 생태계는 2조5000억 달러(약 2940조원) 규모의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1조 달러가 수소 생산 판매(4000억 달러)와 수송·저장 인프라(6000억 달러)이고 나머지가 수소 모빌리티, 발전·난방 등 수소 활용 시장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수소경제의 역할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소경제의 경쟁력은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얼마나 고도화돼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의 수소생산 기술이 어디까지 왔고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주요 그룹 수소경제에 역량 결집…청정수소 생산에 주력
탄소중립 로드맵의 핵심으로 떠오른 수소. 전 세계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수소 패권을 잡기 위해 집중하는 가운데, 한국의 주요 기업들도 수소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 단위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등 3개 그룹을 주축으로 롯데, 한화, GS, 두산, 현대중공업, 코오롱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에 참여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경제성을 갖춘 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보급과 함께 탄소기반의 에너지시스템을 수소 등 무(無)탄소 에너지기반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차세대 친환경 원료로 꼽히는 암모니아를 활용한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 시스템'에 대한 사업화를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을 보유한 AAR사와 투자 협약을 맺고, 암모니아를 자발적 전기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고순도(99.99%)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에 대한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수소 생산은 대부분 석유화학 공정이나,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만드는 '그레이수소'다. 화석연료로부터 수소를 생산하는 그레이수소는 수소 1t 생산에 이산화탄소 10t이 배출된다. 따라서 탄소중립 등 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청정수소 생산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암모니아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기술에 주목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AAR사가 이번에 개발에 나서는 '암모니아 분해 수소 생산'은 수용액 상태의 암모니아를 자발적 전기화학 반응으로 분해해 최소한의 에너지 투입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별도의 수소 분리 공정 없이 고순도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생산방식과 차별화된다.
특히, 1개 컨테이너 규모의 '암모니아 분해를 통한 수소 생산' 시스템은 하루에 수소차 넥쏘 약 5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인 수소 300kg를 생산할 수 있어 입지 제약이 적고 기존 수소 생산방식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고순도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실증 테스트를 마치고 올해부터 수소생산 플랜트 건설을 본격화한다. 총사업비 4천억원 규모로, 충남 당진에 플랜트를 건설한다. 2024년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목표로 추진한다.
연간 10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원료를 처리해 고순도 청정수소 제품을 연간 2만2천톤 규모로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2만2천톤은 수소차 15만대가 1년간 운행(연간 1만4천km 운행 기준)이 가능한 규모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앞서 이산화탄소 저감과 자원화, 폐플라스틱 자원화를 통한 청정수소 생산 사업에 이어 이번에 암모니아를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 사업에까지 진출하게 됐다"며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고 고순도 수소 생산을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수소밸류체인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수소생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는 친환경 블루수소 대량 생산 체제를 우선적으로 가동하고, 장기적으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사업도 추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의 대량 공급 체계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SK는 2025년까지 청정 수소 28만t 생산체제를 갖추겠다는 목표 하에 미국 수소 시장 선도기업 플러그파워와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세계 최초 청록수소 생산 기업 모놀리스 투자를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수소 생산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가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50만톤, 2050년까지 700만톤 규모의 수소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UAE와 사우디에서 2025년부터 청정수소를 각각 20만톤, 40만톤 생산하고, 인도, 오만, 칠레 등에서는 그린수소를 총 60만톤 이상 생산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는 청정수소 생산과 조달을 위해 19개 이상 세계적 기업과 지분 투자 등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과 한화솔루션도 청정수소 생산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한국 1위 풍력 사업자다. 풍력 단지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생산과 그린수소 기반의 ESS 구축을 결합한 사업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그린 수소 상용화의 핵심 기술인 수전해 기술 개발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수전해 기술 개발을 2023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2024년부터는 상업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도, 한국가스기술공사와 함께 약 300억원을 들여 강원도 평창에 그린 수소 실증 생산단지를 조성 중이다.
◇ 대기업 기준 R&D 공제율 2%→30%…수소법 개정안 처리는 아직
한편, 올해부터 그린수소·블루수소 등 친환경 수소 생산 기술 연구개발(R&D) 비용의 30%(대기업 기준)를 세금 공제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2%에 불과했다. 정부는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수소를 신성장·원천기술에 넣어 세재 지원을 강화했다. 대기업이 그린수소 생산기술 개발에 100억원을 투자할 경우, 작년까지는 2억원이 공제됐다면 앞으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그린수소가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돼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 생산 생태계 활성화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청정수소로의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수소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 계류 중으로 이에 대한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수소법 개정안은 청정수소 사용의 촉진을 확대하기 위해 청정수소의 정의 및 범위를 규정하고 청정수소인증제도를 도입해 청정수소발전 구매의무제도 등의 법적 근거 마련을 목적으로 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정책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고, 기술 개발 및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산업 생태계가 위축될 수 있다”며 “수소경제 육성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수소법 개정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