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수소경제 선도 위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행보

수소경제 독자적 구축 어려워…다방면에서 ‘수소 파트너십’ 국내외 협력 강화로 수소 산업 가파른 성장세 기대

2021-12-16     김그내 기자

[이넷뉴스] 세계가 힘을 합친다. 주요국들은 글로벌 환경 위기 타개의 궁극적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에너지 전환, 특히 수소를 중심으로 한 신경제 도약 목표를 함께 이루기로 뜻을 모았다.

지속가능하고 청정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세계 각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사항으로 꼽힌다. 국제 사회는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일부 국가와 기업의 의지만으로 실현 할 수 없는 일로, 국제적으로 긴밀한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 이에 수소경제에 주목하는 각국 정부는 수소 글로벌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 역시 전략적 협업을 통해 다가올 수소경제 시대,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다.

◇ 글로벌 공조 나서는 에너지 전문기업

탄소중립 달성에는 수소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수소경제 가치사슬 전반의 투자 및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 운송 및 저장, 활용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고 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으로 올해 기준, 글로벌 903개 프로젝트가 운영 및 발표됐다.

특히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국제적 공조 체제를 구축해 수소경제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해 말 세계 최대 해상 풍력업체인 덴마크의 외르스테드와 함께 독일 서부 지역에 대규모 그린수소 생산단지 건립을 시작했다. 2024년부터 수소 생산 능력을 연간 9000t로 늘인다는 계획이다.

세계적 연료전지 제작사로 국내 기업들과도 활발히 협업하고 있는 미국 블룸에너지(BloomEnergy)는 영국 발전사·전력 엔지니어링 회사와 협력해 자급자족형 BTM(Behind The Meter) 사업을 발굴하고 주기기 공급을 모색한다. 지난 5일 블룸에너지는 콘래드 에너지(Conrad Energy), ENWCML(Electricity North West Limited)와 영국에 BTM 프로젝트를 개발·운영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BTM은 전력 수요자였던 고객이 공급자이자 파트너사로 변화하는 전력 시장의 변화를 뜻한다. 블룸에너지의 수소 기술력과 콘래드 에너지의 사업 역량, ENWCML의 유지·보수 능력을 결합해 영국의 탈탄소를 지원하고 수소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블룸에너지 본사(사진=블룸에너지 )

◇ 국내외 기업 간 전략적 협력 통해 수소 생태계 조성 박차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불어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글로벌 협력은 민간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다방면에서 수소 생태계 조성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기·수소차를 앞세워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우뚝 선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2018년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 체결을 시작으로, 2019년 스웨덴 정밀코팅 분야 특화기업 임팩트 코팅스와 수소연료전지 핵심 기술 공동 개발 업무협약, 스위스 GRZ 테크놀로지와 수소충전소 관련 기술 개발 상용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협력 강화로 수소에너지 대중화에 앞장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은 해외 시장에 수소 모빌리티를 수출하고 있다. 2019년 커민스((Cummins)와 손 잡고 미국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9월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를 사우디 아람코에 인도하며, 중동지역에 세계 최초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친환경차 수출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7월 세계최초 양산한 수소전기 트럭 엑시언트를 현대차와 스위스 에너지기업 H2에너지(H2E)의 합적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에 2025년까지 1600대를 수출할 예정이다.

올 2월에는 에어 리퀴드, 블룸 에너지, 린데, 쉘 등 수소 사업 관련 글로벌 대표 기업 10개사와 함께 수소 연합체 ‘하이드로젠 포워드(Hydrogen Forward)’를 결성해 미국 수소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위한 산업 정책 협력에 전방위적으로 힘쓰기로 했다.

세계적인 위상을 보여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전기차(사진=현대자동차)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1월 미국 블룸에너지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시스템 국산화를 위한 합작법인 ‘블룸SK퓨얼셀‘을 설립했으며, 지난해 10월 경북 구미에 제조공장을 세워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10월 블룸에너지와 전략적 협력 강화를 위해 상업적 협력 계약 등 5건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를 통해 50MW로 시작한 구미 제조공장의 생산규모를 2023년부터 200MW 이상 생산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양사는 SK에코플랜트의 연료전지 및 수전해 설비에 대한 글로벌 독점 판매권과 미국 내 파이낸싱 및 EPC(설계·조달·시공) 독점 사업권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그린수소 상용화 등 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 기술연구소 ‘수소혁신센터’를 양국에 건립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 사우디 국영 에너지 기업 사우디 아람코(Saudi Aramco) 자회사인 에쓰오일(S-Oil)과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 사업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삼성물산과 에쓰오일은 사우디 등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와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국내 도입 인프라 구축에 나선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지난 3월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사우디는 수소 및 암모니아 에너지 개발 협력 모델을 구체화하고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 아람코와 협력해 수소생산설비를 통한 블루수소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수소 사업 개발 위한 파트너십 구축한 포스코, 삼성엔지니어링, 롯데케미칼(사진=롯데케미칼)

지난 10월 28일 ‘국내외 수소사업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포스코, 롯데케미칼, 삼성엔지니어링 등 3사는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국가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그린 암모니아로 전환해 국내로 도입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3사는 말레이시아의 SEDC에너지와 함께 말레이시아 사라왁 지역에서 블루·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 그린 에탄올 등을 생산하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핸콕사와 함께 호주 천연가스사인 세넥스에너지를 인수해 블루·그린수소 사업기반 확보에 나선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 12일 핸콕(Hancock Energy)과 세넥스에너지 인수를 위한 공동 투자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50.1%를 핸콕이 49.9%를 투자한다. 세넥스에너지는 호주 6위의 천연가스 생산 및 개발 기업으로 연간 생산하는 천연가스가 190억 입방피트(19Bcf)에 달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세넥스에너지 인수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한 해 천연가스 소비량의 44%에 해당하는 약 8,02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호주 현지의 육상 가스전 전문 운영인력을 보유하게 된다.

두산퓨얼셀은 영국 세레스파워(Ceres Power)와 손잡고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기술을 개발 중이다. 800도 이상 고온에서 작동하는 SOFC는 다른 연료전지보다 전력 효율이 높다. 양사는 SOEC 기술을 토대로 그린수소 시대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또한 철강과 석유화학, 운송업 등에서 폭넓게 그린수소를 활용하고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할 방침이다.

지속가능 성장 목표로 글로벌 수소 공조 나선 국내외 기업들(사진=언플래쉬)

◇ 따로, 또 같이…수소경제 시대 준비 위해 국제적 협력 불가피

탄소중립은 거부할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를 중심으로 지구촌에서 탄소중립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미 세계 70여 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은 이를 법제화한 상태다. 친환경 중심의 에너지 전환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 거대한 전환에 동참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가 경제와 안보를 결코 보장할 수 없는 시대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들도 좌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생존전략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탄소배출이 뒤따르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할 경우 계속기업(Going Concern)의 실현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그린수소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각 주요국과 기업들이 참여해서 수소를 중심으로 한 산업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수소 경제가 활성화 되려면 수소를 생산, 운송, 저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수적으로, 국내외 대표 기업들은 그린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자동차와 선박 등 수소 활용 산업뿐만 아니라 수소 생산・운송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 확충에 전력을 쏟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서 그린수소가 궁극적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는 아직 많은 난제들이 남아있다. 때문에 국제 사회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 전문가는 "수소산업의 밸류체인은 지리적으로 한 나라에 국한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린수소 생산, 저장, 이동, 활용 등 산업 범위가 넓어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기 힘들다”며 “수소경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공공·민간 영역 모두의 협업뿐 아니라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넷뉴스=김그내 기자] snowcat7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