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로 만든 위스키’ 드셔보셨나요···英 양조장의 변신
스코틀랜드 브뤼클라딕 양조장, 2025년까지 모든 증류 공정에서 탈(脫)탄소 목표 현지 스타트업과 그린 수소 기반 연소 시스템 개발···탄소 없이 산소, 수소만으로 고온 증기 생성 맥주 업계도 탈탄소화 러시···버드와이저 브루잉 “2027년부터 매년 탄소 배출 1만 5,500t 감축”
[이넷뉴스] 위스키 주조는 탄소 배출량이 상당한 산업 분야다. 주원료인 맥아를 건조, 발효하는 과정에서 중유(重油)로 불을 때기 때문이다. 중유는 원유를 분별 증류해 얻는다. 다른 기름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주조 업계에서 애용된다. 문제는 탄소 함량이 높아 엄청난 매연, 분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중유 대신 수소,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 산소, 수소로 고온 생성···생성된 물은 재활용 가능
29일(현지 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리뉴어블에너지매거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위스키 주조 분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4개 사업에 총 1,100만 파운드(약 174억 5,880만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녹색 산업 혁명 10대 계획’과 정부 에너지 백서의 새로운 목표로 주조 분야가 포함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젝트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성지인 스코틀랜드 아일레이섬의 브뤼클라딕(Bruichladich) 양조장에서 진행되는 수소 기반 위스키 생산 시스템 ‘하이라디(HyLaddie)’다. 프로튬 그린 솔루션스(Protium Green Solutions)라는 현지 그린 수소 스타트업이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그린 수소를 통해 2025년까지 모든 증류 공정을 탈(侻)탄소화하는 게 목표다.
브뤼클라딕 양조장 더글러스 테일러 최고 경영자(CEO)는 “지속 가능성은 우리 DNA에 새겨져 있으며,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핵심”이라며 “우리는 스카치위스키 산업의 미래가 수소에 있다고 전적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라디는 프로튬 그린 솔루션스의 중수소 동적 연소실(DDC, Deuterium Dynamic Combustion chamber) 기술을 통해 산소, 수소만으로 높은 온도의 증기를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물은 재활용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 시스템에 총 265만 파운드(약 42억 1,0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프로튬 CEO 크리스토퍼 잭슨은 “그린 수소가 어떻게 탄소 무배출을 달성하는지 보여줄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 영국 정부의 ‘녹색 양조장’ 지원 사업
양조 업계가 감축할 수 있는 잠재 탄소 배출량은 매년 50만톤(t)으로 추정된다. 이는 6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50만t의 대부분은 위스키 종주국인 스코틀랜드에서 나온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 분야에는 약 1만명이 근무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올해 초 녹색 양조장(Green Distillery) 사업을 시작하고, 17개 탈탄소 프로젝트에 각각 7만 5,000파운드(약 1억 1,933만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이라디는 이 가운데 2단계 지원 대상에 포함돼 추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레그 핸즈 영국 기업에너지청정성장부 장관은 “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은 자랑스러운 유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는 위스키의 친환경화 뿐만 아니라, 일자리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하이라디 외에도 3개 사업을 녹색 양조장 2차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인버케일러의 아르비키 하이랜드 주조 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녹색 에너지 시스템 프로젝트 ▲에든버러의 콜로라도 건설·엔지니어링이 진행하는 바이오연료 일괄 가스화 시스템 프로젝트 ▲애버딘 슈퍼크리티컬 솔루션스가 진행하는 증류 공정 원료용 그린 수소 생산을 위한 초고효율 전해 시설 개발 프로젝트 등이다.
◇ 맥주 업계도 ‘친환경, 친수소’ 움직임 활발
맥주 업계도 친환경 수소 양조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버드와이저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법인인 버드와이저 브루잉 그룹은 지난 10월 풍력, 태양광 기반의 수소 발전 시스템으로 맥주를 빚어 2027년부터 매년 1만 5,500t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캔보다 탄소 함류량을 17% 이상 줄인 경량 맥주병을 선보이는 등 탄소 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버드와이저 브루잉 그룹의 지속 가능성 및 조달 책임자 마우리치오 코인드루는 “지속 가능성과 지구 환경의 안정화는 우리 사업의 핵심”이라며 “수소와 같은 혁신 에너지 솔루션은 지속 가능성 전략에서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양원모 기자] ingodzone@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