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재생에너지 '인공태양'···강원도 에너지 중심지로 도약

미래 에너지 ‘인공태양 상용화’ 선점 속도 폭발 위험 없고 무한생산 가능한 인공태양 시대 도래

2021-10-24     박민호 기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국내 최초 핵융합연구로(인공 태양) KSTAR. (사진=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이넷뉴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북동쪽으로 60킬로미터(km) 떨어진 카다라슈. 세계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인 ITER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ITER는 무한 태양에너지의 원천인 태양을 중심으로 핵융합 반응을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핵융합 에너지 개발 실험 장치다. 이것이 ITER가 '지상의 인공 태양'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ITER 본부 앞에는 유럽연합(EU)과 한국,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 국 국기가 나란히 펄럭이고 있었다. 안전장비를 착용한 뒤 차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으면 눈앞에 축구장 60개(42만제곱미터(㎡))의 거대한 공사장이 펼쳐진다. 가스저장탱크를 통과한 본관 건물에는 지름 28미터(m), 높이 24m의 초대형 융해로를 설치하기 위한 구조물 공사가 한창이다.

각 층의 원형 둘레를 따라 각종 실험기구와 진단기구를 설치하기 위한 통로의 모습이 고대 콜로세움을 연상케 한다. 핵융합은 수소(H)와 헬륨(He) 등 가벼운 원자핵 두 개가 충돌해 에너지를 방출하고 하나의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 반응이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보통 두 개의 수소 원자핵이 만나 하나의 헬륨 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핵융합 발전은 고에너지 중성자의 열을 이용해 발생하는 증기로 터빈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ITER는 온도에 비해 높은 반응 효율로 중수소(D)와 삼중수소(T) 사이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다. 중수소 1그램(g)과 삼중수소 1.5g은 석탄 20톤(t)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한 가족이 8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태양은 강한 중력을 가진 많은 입자들을 중심에 잡아두기 때문에 핵융합 반응이 매우 잘 일어난다. 반면 중력이 약한 지구에서는 자연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ITER는 중력 대신 자기장을 이용해 도넛 모양의 진공 용기에 입자를 가두고 온도를 높여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이런 종류의 핵융합 장치는 토카막(러시아어로 자기장을 의미한다)이다. ITER 토카막의 총 무게는 2만3,000톤으로 에펠탑 3개와 맞먹는다. 소비전력보다 10배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증폭률(Q)=10' 수준의 열 출력을 내는 것이 목표다.

핵융합로 진공용기 조립장비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거대한 중장비임에도 2㎜ 이하 오차범위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 ITER와 같은 형태의 한국형 초전도융합소자(KSTAR)를 통해 쌓은 경험과 기술 덕분에 초전도체, 진공용기, 담요(중립·열차폐 및 삼중수소 증식재료), 조립장비, 전력공급장치 등 핵심소자 생산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 아이터는 장치가 큰 만큼 레고 블록처럼 크고 작은 부품 100만개를 조합하고, 부품 대부분이 수백톤 이상이어서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사람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실제 융접반응이 일어나는 진공용기는 '융접로의 꽃'으로 불린다.

진공 용기는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진공 상태를 만들어 중성자와 열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한다.우리나라는 ITER 기기 진공용기 부문 9개 중 4개를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개 부문이 완성됐다. 한 섹터의 크기는 높이 11.3m, 폭 6.6m, 무게 약 400t이다. 두 번째 구역은 8월 말에 카다라시에 도착했다. 국제전기통신기술원(ITER)은 2025년까지 핵융합로 핵심시설을 완공해 1호 플라즈마를 만들고, 2035년 완공해 본격적인 핵융합 실험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내 태양광 에너지는 이미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ITER는 올해 6월 기준 공정률 73%를 넘어섰다. 사업 예산은 79억 유로(약 10조 4500억 원)가 소요될 예정이다. 현물까지 포함하면 EU가 45.46%, 나머지 6개국이 9.09%를 분담한다. 지하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핵융합 에너지가 실현되면 기존 에너지원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료인 중수소는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닷물에서 무기한 얻을 수 있다. 35리터의 바닷물은 중수소 1g을 공급할 수 있다.

◆ 강원도의 꿈···인공태양 연구 생태계 조성 박차

강원도 인공태양광연구단지 조성사업지로 남춘천 제2일반산업단지가 사실상 선정된 가운데 사업계획이 공개됐다. 인공태양광 연구단지 조성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2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도는 인공태양광 연구개발을 위해 서울, 경기도 등과도 협력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강원연구원에서 박춘수 도 기획조정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강원도 수소융합에너지 발전 및 클러스터 조성 기획·연구 용역보고회'를 개최했다.

인공태양광 데이터를 통한 가상융합로 건설은 물론 핵심 인공태양광소재 개발과 성능시험 평가 등 사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춘천 남춘천 제2일반산업단지가 사업지로 잠정 결정됐다. 사업부지만 10만 평, 총 15만 평이 사업부다.

강원도는 미지의 영역인 인공태양과 양자정보기술에 도전하는 것이다. 인공태양광 연구 생태계 조성을 위한 클러스터 구축 용역이 진행 중이며, 전문가를 초청해 지원위원회를 구성했다. 인공태양은 수소융합반응(수소 1g=석유 8t)을 이용한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강원 양자밸리가 양자정보기술을 활용한 국내 최초 양자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컴퓨터 한계를 극복하고 연산 능력이 뛰어나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500분의 1에 불과한 궁극의 컴퓨터다. 양자컴퓨터가 개발되면 기존 암호화 기술을 순식간에 무력화할 수 있어 양자 암호화 통신 기술도 구축해야 한다.

강원도의 향후 구상이 아직 멀게 느껴지지만 지금 선발 라인에서 물러난다면 또다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사마천은 실크로드의 개척을 역사서 사기에서 획기적인(구멍 뚫기)로 묘사하고 있다. 당시 유럽으로 가는 작은 구멍에서 시작된 실크로드가 세계사를 바꿨다. 강원도가 미래에 새로운 구멍을 뚫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가 대한민국의 혁신기술을 시험하고 미래 에너지 신산업을 선도하며 의료산업의 메카로 도약하는 등 미래 과학기술 선진기지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태양광은 무한한 자원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경제성이 높다. (사진=언스플래쉬(unsplash))

[이넷뉴스=박민호 기자] dducksoi22@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