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신사업 부상한 폐배터리, 평가체계 마련되나

SK온, KTL과 평가체계 구축 협약 체결 폐배터리 산업 진출 활발···지자체도 나서

2021-10-18     김수정 기자
SK온과 KTL이 배터리 산업 발전 및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SK온)

[이넷뉴스]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폐배터리 시장 역시 미래 신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시장은 2019년 1조6,500억 원 규모에서 2040년 약 20조 원, 2050년 6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몇 년 뒤부터 전기차 사용 후 처리해야하는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예정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 폐배터리는 275개에 불과했지만 2025년 3만1,696개, 2030년 10만7,520개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산업이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이 이뤄지면 환경오염 예방과 함께 배터리 원가 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잇따라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수산화리튬 사진 SK이노베이션. (사진=SK이노베이션)

◇ SK온, 폐배터리 평가체계 개발 나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사용 후 배터리 시장을 위한 평가 체계 개발에 나섰다. SK온은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종합 시험 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과 사용 후 배터리 성능을 검사하는 방법과 체계를 구축하기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SK온과 KTL은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배터리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구축하는 데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배터리가 모듈 단위가 아닌 팩 단위로 평가하는 방법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뒀다. 배터리 검사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팩을 모듈 단위로 분해하기보다 팩 자체를 검사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팩 단위 배터리 평가 방법이 표준화될 경우 향후 배터리 재활용 시장 활성화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사용 후 배터리 성능 검사 방법, 체계의 구축으로 다양한 수요 산업군도 발굴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KTL은 배터리 시험평가 영역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검사방법 개발에 집중하며 SK온은 배터리 제조, 품질검사에서 구축한 기술력과 노하우로 평가모델을 검증하고 보완하는데 주력한다.

SK온은 배터리 생산뿐만 아니라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을 포함한 ‘바스’(Battery as a service·Baas) 사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개발해 건설현장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신청하기도 했다.

울산시에 들어서는 전기차 사용배터리 재사용센터 위치. (사진=울산시)

◇ 지자체도 폐배터리 산업 참여 활발

정부는 전국 4개 권역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에 폐배터리 거점 수거센터를 구축하고 제주에서 운영 중인 폐배터리 산업화센터도 확대한다. 배터리산업화센터는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제주도에 건립된 바 있다. 해당 센터에서는 폐배터리에 대한 등급별 성능평가를 거쳐 재활용 방안 실증을 진행한다.

지난 13일 울산에도 전기차 사용 배터리 산업화센터가 착공식을 열었다. 해당 센터는 내년 초 완공 예정으로, 폐배터리를 수거해 분해 선별, 평가, 재조립을 거처 재사용, 재활용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ESS, 무정전 전원장치, 유가 금속 회수 등의 분야에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시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현대모비스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전기차 생산기반을 갖춘 도시로 산업화센터가 완공되면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한 도시에서 이뤄지는 국내 유일 도시가 되는 셈이다.

울산시는 사업모델 개발과 함께 공동연구센터를 조성해 전문 인력 양성 등 이차전지산업 확대를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울산테크노파크 등 3개 기관, 지역 내 이차전지 관련 15개 기업과 ‘울산 전지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도 같은 날 체결했다.

해당 기관 및 기업들은 전지산업 육성 전략 시행, 연구, 실용화, 재사용 등을 위한 기술 개발, 연구 성과물 공유, 인력양성 지원,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에 협력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생산 기업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일반 기업들도 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다”라며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아직까지 세계 표준이 없기 때문에 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표준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