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유럽, 스타트업 투자로 녹색 전환 '가속화'
10월 현재, 110억 달러 투자 유치하며 성장 가도 정부는 물론 대기업도 재생에너지 전환 난관 스타트업으로 돌파 시장 요구는 있으나 얼마나 많은 기업 살아남을지는 미지수
[이넷뉴스] 거대 에너지 기업의 녹색 전환을 위한 투자와 정부 정책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재생에너지 관련 스타트업 성장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 에너지 대기업, 사내 조직은 물론 외부 스타트업 투자 적극 나서
부가가치가 높은 아이디어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신생기업들은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 등의 장점을 더해 신사업 분야인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들어 기존 에너지 대기업들이 필수적인 전환 과정을 앞두고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사내 조직을 스타트업으로 키우거나 혹은 분사시킨 후 투자와 협력을 통해 사업 전환에 나서면서 투자 역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벤처 캐피털 투자를 측정하는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10월 현재 청정 에너지 스타트업은 110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는 2020년 전체 56억 달러에서 거의 두 배 증가한 수치이다.
특히 최근 석유 관련 대기업들이 청정에너지 인큐베이터에서 시작한 새로운 기업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 유전 서비스 회사인 할리버튼(Halliburton)은 8개 청정기술 신생 기업과 협력하고 있으며 종자 자금으로 각 10만 달러를 제공하는 사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를 더 많이 모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려진 유정을 중력 기반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문플라워 테크놀로지스(Moonflower Technologies)의 자회사 파워웰(PowerWell)도 할리버튼의 인큐베이터로부터 지원을 받아 상업화에 나서고 있다. 휴스턴에 기반을 둔 이 벤처기업은 에너지 기술 제공업체인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와의 협력을 통해 재료 조달에도 노력하고 있다.
신생 기업인 나노텍(NanoTech Inc)사는 고유 기술인 내화 및 절연 코팅을 통해 석유, 화학 및 건설 산업에서 에너지 낭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며, 역시 할리버튼 랩으로부터 종자 자금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석유 대기업인 에니(ENI)는 최근 저탄소 수소 생성과 사워 가스(sour gas) 스트림에서 황화수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가진 티오즌(Thiozen)사의 파일럿 테스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동의했다.
미국, 유럽 등은 물론 일본도 최근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8%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포 스타트업(for Startup)에 따르면 친환경 에너지 분야, 총 45개사를 조사한 결과 2020년 연간 자금조달액은 815억 엔에 달했다. 금액 기준으로 2017년 41개사의 298억 엔보다 약 2.7배 증가한 수치이다.
◇ 청정 및 지속 가능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다수의 펀드 만들어
기후변화 협약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세계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많은 펀드가 투자처를 물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크런치베이스는 우버(Uber), 트위터(Twitter) 및 스트라이프(Stripe)에 초기 베팅으로 유명한 로워카본 캐피탈(Lowercarbon Capital)이 8억 달러로 시작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물론 탄소 캡처 등 기후 변화에 앞장서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올봄, 휴스턴에 기반을 둔 에너지전환 벤처(Energy Transition Ventures)가 공식적으로 첫 번째 펀드를 출시했는데, 이는 텍사스 최초의 에너지 전환 기술 투자 전용 펀드라고 밝혔다. 재생 에너지에 대한 사모 투자는 화석 연료 자산 자금 조달을 능가할 정도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거대 석유회사인 토탈에너지(Total Energy)의 스타트업 투자 조직으로, 저탄소 미래를 창출할 잠재 가능한 스타트업을 찾아 자금 조달과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토탈에너지 벤처스(Total Energy Ventures)도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이어가는 펀드와 함께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 저장, 분산 에너지 및 저탄소 활동과 같은 중국 에너지 부문의 신흥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하는 후베이 케세이 스마트 뉴에너지 펀드(Hubei Cathay Smart New Energy Fund), 환경 지속 가능성을 위한 지능형 시스템, 에너지 기술 및 자원 생산성 솔루션에 투자하는 크라이샐릭스(Chrysalix), 그리고 13억 달러 규모 펀드로 혁신적인 신생 기업에 투자, 에너지 및 산업 부문의 탄소 발자국을 낮추려 노력하고 있는 석유 및 가스 기후 이니셔티브(Oil and Gas Climate Initiative, OGCI) 등이 있다. OGCI는 지난 7일 실적 보고에서 10개 회원 기업의 경우 2020년 총지출이 74억 달러로 안정적으로 유지됐으며 70% 이상이 재생 에너지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탄소 중립을 위한 행보에 기존 기업들의 빠른 전환이 어려운 것도, 그래서 가능한 한 실패를 줄이기 위해 스타트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들어가는 자금은 단순히 이들의 기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장까지 내다보고 있다. 시장의 요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신생기업이 살아남을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이넷뉴스=신종섭 기자] shinjs@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