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광물 가격···원자재 확보전 '치열'
원자재 광물 가격 연초 대비 큰 폭 상승 배터리업체, 원자재 확보 위해 방안 마련 정부, 희소금속 비축일 수 100일로 확대
[이넷뉴스] 최근 코발트, 니켈, 리튬 등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 광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급등의 원인은 전기차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리튬 가격은 9일 기준 올해 초 대비 무려 98.92% 상승했으며 코발트는 63.9% 상승했다. 니켈은 15.96%, 망간 역시 4.8% 올랐다.
이처럼 전기차 핵심 원자재의 가격 상승폭이 나날이 커지자 완성차와 배터리사들은 원자재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대비 16% 감소했으나 전기차는 전년대비 41%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40% 수준으로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 역시 전체 자동차 판매 비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난 2분기 기준으로 4.2%를 차지하며 상승 중이다.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이 시작되면 전기차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원자재 확보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광물 시장 장악한 중국 의존도 낮추기 총력
중국은 채굴 가능한 희토류 30% 이상을 보유하면서 전 세계 생산량의 63%를 차지하고 있어 희토류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에 각국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핸 공급망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이 향후 희소금속을 외교적으로 무기화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은 관련 전략을 수립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국, 호주, 캐나다는 지난 6월 전략 광물의 광산과 매장지를 표시하는 인터랙티브 지도 사이트를 마련했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합심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광물 확보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할 방침을 밝혔으며 4대 핵심 품목 공급망 강화 전략을 수립했다.
호주와 미국 등이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악화되면서 이들은 희토류 수입을 다각화하고 자국 내 채굴을 위한 시설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과 호주 희토류 생산 기업 라이너스를 합작사를 세우고 희토류 가공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 전기차 업체, 니켈 확보 위해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이유
니켈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9,400만 톤의 니켈 매장량 중 약 2,100만 톤 가량이 인도네시아에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니켈 소재가 더욱 각광받게 되자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 마련에 나섰고 다양한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배터리 양극재의 주요 원료 중 하나인 니켈 확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 배터리의 가장 큰 걱정은 니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와 니켈 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함께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세운다. 배터리 기업과 해외 완성차 기업의 합작이 아닌 국내 기업들 간의 합작공장 설립은 최초로, 눈길을 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은 인도네시아 카라왕에 위치하며 양사는 50대 50의 공동투자로 총 11억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해당 공장 설립으로 인해 인도네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양의 니켈을 비롯한 코발트, 망간, 구리 등의 광물 자원 확보가 용이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당 공장 설립을 위해 법인세 및 관세 면제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해당 합작공장이 가동되면 배터리 공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정부, 희소금속 비축 확대···광산 매각은 우려의 목소리
정부는 리튬, 희토류 등 부존량이 적거나 추출이 어려운 금속자원인 희소금속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희토금속 산업 발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희소금속 19종의 평균 비축량을 현재보다 2배가량 늘어난 100일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부 품목은 최대 180일 치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현재 희토류 등 희소금속은 특정 국가들이 독점하고 있는 구조로, 희소금속 대부분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신재생에너지, 미래차 등 신산업 성장을 위해 안정적인 수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정부는 향후 희소금속 생산 및 보유국가와 양자채널을 가동해 공급망을 강화하고 폐자원 재활용 등을 통한 다양한 국내 확보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조달청과 광물자원공사로 이원화된 희소금속 비축, 관리 기능을 광물자원공사로 통합하고 전용 비축기지 확보와 증축에 나선다. 기업 맞춤형 지원을 통해 2025년까지 희소금속 100대 핵심 기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대책 마련 행보와는 반대로 정부는 최근 부채 해결을 위해 해외 광산을 연이어 매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매입한지 10년된 칠레 구리 광산을 매각한데 이어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 광산, 호주 와이옹 유연탄 광산,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코발트 광산 등의 광물자원공사가 보유한 해외 공산들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4조7,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암바토비 광산의 경우 매장량이 세계 3대 니켈 광산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막대한 양의 니켈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국내 니켈 수요의 5% 이상을 책임지고 있어 매각이 이뤄질 경우 해외에서 의존해야 하는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국이 원자재 확보를 위한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가치가 높은 광산 매각은 상황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했다가 나중에 자원 확보가 어려워지면 추후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넷뉴스=김수정 기자] meteor1224@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