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저탄소 도시’ 기반 ‘도시 숲’, 숫자 늘리기보다 효용성에 초점 맞춰야
도시 숲, 환경·건강·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치 뛰어나 나무 한 그루도 ‘숲'···도시 숲 질적 향상하기 위한 정책 전제돼야
[이넷뉴스] ‘숲’은 우리 주변에 있을 때 그 고유한 기능이 더 살아난다. 도심의 열섬 현상 방지, 미세먼지 제거 등 환경적인 측면과 미관 향상이라는 장점은 도시민과 함께 살아갈 때 그 효용성이 더욱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정책 패러다임을 ‘도시와 숲의 공존’으로 바꾸고 지난 6월 ‘도시숲법’을 제정, 본격 시행 중이며 차츰 도시 숲 면적을 늘려갈 계획을 하고 있다. 이에 각 지자체는 탄소흡수원으로서의 도시 숲 조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지자체, 도시 숲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 ‘활발’
산림청은 숲속과 도시의 동행을 모토로 ‘숲속의 대한민국’ 만들기 추진계획을 2018년 7월 발표하면서 건물 안과 밖, 집 앞과 학교 어디서나 숲과 도시민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다.
건물 사이의 자투리땅 등에 숲을 조성하는 녹색 쌈지 숲, 폐기물 및 쓰레기 매립지와 제방 부지 등에 숲을 조성하는 생활환경 숲, 유휴지 혹은 도시 내 국공유지에 숲을 조성하는 산림공원 조성 등이 그것이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난 6월, ‘도시 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본격 시행하고 나섰다. 시민들에게 체험과 학습, 휴식으로서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도시 숲 관리를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법률을 재정비한 것이다.
산림청 도시숲경관과 김평기 사무관은 “과거 법률에서는 숲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국가나 지자체의 책무였다면, 개정된 법률에서는 민간에서도 도시 숲 조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명시해 뒀다”고 강조했다.
최근 각 지자체에서는 시민단체와 함께 손을 잡고 도시 숲 조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부산시는 최근 아이들이 다니는 통학로에 도시 바람길 숲을 조성해 ‘15분 생활권 내 도시 숲’ 구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업은 미세먼지 저감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공모사업에 선정된 사업으로 도심 내에 가로 숲과 거점녹지, 연결 숲으로 녹지 축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부산 하남초등학교와 하남중학교를 잇는 통학로 200미터(m) 구간에 조성되기 때문에 15분 이내에 접근이 가능한 소규모 생활권 숲으로 주민들에게는 휴식처가 되고, 도심 녹지 축을 연결하면서 도심 내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열섬현상을 완화하는 등 탄소 중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시는 내다봤다.
통학로에 조성되는 만큼 시는 다양한 조경기법을 도입해 화단을 조성하고, 통행로 바닥에는 바닥 그림을 그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벽면은 그림 전시 등이 가능하게 만들어 교육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충북 괴산군은 1억 9,000만 원을 투입해 괴산읍 녹색 쌈지 숲, 감물면 복합산림 경관 숲, 칠성면 학교 숲 조성사업을 각각 완료했다.
도심 건물 사이 자투리땅을 이용한 녹색 쌈지 숲에는 피라칸사스, 황금사철나무, 회양목 등 상록관목 1,630그루와 공조팝, 백철쭉, 불두화 등 낙엽관목 8,500그루를 심었다. 불량 임야와 절개지 등 경관을 해치던 곳은 소나무, 느티나무, 복자기나무 등 교목 60그루와 영산홍 등 관목 510그루를 심어 복합산림 경관 숲으로 변신을 도모했다.
학교 숲은 교육적 효과가 높은 수종인 교목 65주(느티나무, 왕벚나무, 중국단풍 등) 관목(화살나무, 황매화 나무, 무궁화나무 등) 780주, 야생화(상록패랭이, 원추리, 벌개미취 등) 360본을 심었으며 산책로 구간에 야자 매트를 설치했다.
완주군은 국내 최고 친환경 도시 숲 조성을 위해 도비 1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 2억 2,000만 원을 확보했다.
군에 따르면 용진읍에서 봉동읍으로 진입하는 봉동교 인근의 만경강 둔치 근린친수지구 2만 7,900여 제곱미터(㎡)에 제방변 체험 숲과 산책로, 습지탐방로 등을 조성하고 꽃을 관찰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초화원을 만드는 등 생태 복원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 ‘힐링과 저탄소의 긍정 효과’···도시 숲 기준 명확할 필요 있어
도시 숲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공기 중 떠다니는 부유먼지와 미세먼지를 도시 한복판보다 각각 26%, 41%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환경적인 가치가 뛰어나다.
산림청에 따르면 나무 한 그루의 연간 미세먼지 흡수량은 35.7그램(g)이며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2.5톤(t), 산소 방출량은 1.8t에 이른다. 도시 숲 1헥타르(㏊)로 환산하면 연간 미세먼지 46킬로그램(㎏)을 포함해 이산화황 24㎏, 아산화질소 52㎏, 오존 46㎏을 흡수하는 등 168㎏의 오염물질을 매년 제거하는 셈이다.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목재의 8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할 때 목재 자급률을 높이는 데도 도시 숲이 대안이 될 수 있다.
2018년 국제학술지 ‘생태학적 모델량’에 따르면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도시의 숲이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은 연간 5억 500만 달러다. 즉, 도시 숲의 그 존재만으로 공공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점으로 인해 산림청은 생활 속에서 누구나 도시 숲을 누림으로써 숲이 주는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숲 기본 계획 등을 통해 도시 숲 조성 및 관리,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 등 도시 숲을 장려할 수 있는 사업적 기반은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도시 숲의 기능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 숲의 기준, 지역별로 구체화된 구축안 등을 세운 뒤 전체적인 디자인을 해나가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도시 숲의 정의는 공원부터 자투리 숲 등 도시 안의 산림과 수목을 모두 포함한다. 즉, 공간적 개념으로서의 명확한 기준은 없는 셈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도시 숲 부지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현재 조성됐거나 앞으로 조성될 도시 숲이 지역별 인구와 비례해 미세먼지 제거 기능 등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도시당 숲의 권고기준을 9㎡로 잡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숲 면적은 서울 4.38㎡, 인천 8.23㎡, 경기 7.69㎡로 WHO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런던 27㎡, 파리 13㎡, 뉴욕 23㎡ 등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 봤을 때 수도권의 도시 숲 빈곤화는 더욱 부각된다.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 유해 배기가스 배출원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도시 숲을 확장하고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세부적인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뿐만 아니라 지자체별로 특정 생활권 주변 위주로 도시 숲 확장이라는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같은 도시 안에서도 도시 숲 소외 지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공공의 이익 달성을 위해 도시 숲의 질적인 향상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생활권 주변의 도시 숲 확장도 중요하지만, 동네마다 도시 숲을 늘려나갈 구체적인 계획안도 필요하다.
산림청 김평기 사무관은 “2018년부터 10년 계획 단위로 도시 숲 기본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며 “각 연차별로 도시 숲을 늘리기 위한 세부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넷뉴스=김범규 기자] beebeekim1111@enetnews.co.kr